스치는 생각들
따분함에 하품을 하면서도 책을 읽고, 지독한 피곤함에서도 여행을 꿈꾸는 이유는 항상 새로운 경험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따분한 일상을 벗어난다거나 나를 더 발전시키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남들이 그렇게 하니까 나도 따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이러한 경험을 계속해 나가는 이유가 '나를 더 알아가기 위해서'라 생각한다.
경험에 실패는 있을까? 그런 말을 들었다. 옛 일을 떠올릴 때 행복하면 추억, 아프면 경험이다. 우리가 항상 행복할 수는 없다. 모든 일이 즐겁지 않고, 슬프고, 때론 그 아픔에 눈을 질끈 감기도 한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바라는 것을 얻지 못하면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밤 새 준비한 시험을 망쳤을 때도. 가령 여행을 떠났을 때 고생한 것, 또는 꿈꿨던 이미지와 달리 실망한 일도 있을 거다. 또 뭐가 있을까... 첫사랑도 될 수 있고, 맛집, 처음 먹는 음식도 될 수 있겠다.
이렇게 실패를 경험할 때 우리에게 남는 것은 사실 공허함이 제일 크다. 바라던 것을 잃었는데 다른 게 무슨 소용이랴. 그런데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간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난 그중 하나가 나를 알게 된다는 점이 가장 크다고 본다.
하나는 우리는 새로운 것을 알고 접하게 되면서 내가,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 더 넓어진다는 점이다. 경험해보지 않는 건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다. 상자 속에 고양이가 들었다 말한 들 그 안에 고양이를 보기 전까지 우리는 고양이가 있는지 확신할 수 없지 않은가. 그렇게 하나씩 경험하다 보면 '아. 난 이걸 좋아하는구나.' '난 이걸 싫어하는구나.'를 알 수 있게 된다.
다음은 노하우다. 직접 체득한 노하우는 나에게서 나온 것이다. 누군가 말로 듣고, 보고 가르쳐 준 것 역시 지식이 되지만 직접 경험한 것은 오롯이 내가 정의하는 것이므로 어떠한 일에 대한 판단과 같다. 원래 직접 접해서 얻는 건 특별한 법이다.
우리는 무채색의 그림이다. 경험이 부족하니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없었다. 내 인생이 참 부족하다 여겼던 건 그래서가 아닐까. 표현할 수 없으니, 다른 이들과 비교했을 때 무채색 같다고. 경험이 부족했기에 어떤 새로운 것들을 보면서도 감흥이 없었다. 그래서 우린 새로운 것 을 찾는 거다. 내 색이 더 해질 수 있길 바라면서.
여행 갔을 때가 떠오른다. 내가 무슨 해외여행일까... 그런 생각으로 나갔던 심심한 여행은 타국에서 첫 발을 디딘 순간 사라졌다. 내향성 인간의 행복은 집에서만 이루어진다 여겼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면 불행하다 생각했는데, 내 착각이었다. 제네바에서 열차를 탔을 때부터 난 내가 느낀 행복한 감정에 울고 싶었고,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다. 경험하지 않았다면 모를 일이었다.
그 후 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난 정말 경험이 부족했고, 그래서 스스로를 오해하고 있었던 거다. 나는 나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