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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자리작가 Oct 27. 2023

경험은 채색과도 같아.

스치는 생각들

따분함에 하품을 하면서도 책을 읽고, 지독한 피곤함에서도 여행을 꿈꾸는 이유는 항상 새로운 경험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따분한 일상을 벗어난다거나 나를 더 발전시키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남들이 그렇게 하니까 나도 따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이러한 경험을 계속해 나가는 이유가 '나를 더 알아가기 위해서'라 생각한다.




경험에 실패는 있을까? 그런 말을 들었다. 옛 일을 떠올릴 때 행복하면 추억, 아프면 경험이다. 우리가 항상 행복할 수는 없다. 모든 일이 즐겁지 않고, 슬프고, 때론 그 아픔에 눈을 질끈 감기도 한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바라는 것을 얻지 못하면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밤 새 준비한 시험을 망쳤을 때도. 가령 여행을 떠났을 때 고생한 것, 또는 꿈꿨던 이미지와 달리 실망한 일도 있을 거다. 또 뭐가 있을까... 첫사랑도 될 수 있고, 맛집, 처음 먹는 음식도 될 수 있겠다.


이렇게 실패를 경험할 때 우리에게 남는 것은 사실 공허함이 제일 크다. 바라던 것을 잃었는데 다른 게 무슨 소용이랴. 그런데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간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난 그중 하나가 나를 알게 된다는 점이 가장 크다고 본다.




하나는 우리는 새로운 것을 알고 접하게 되면서 내가,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 더 넓어진다는 점이다. 경험해보지 않는 건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다. 상자 속에 고양이가 들었다 말한 들 그 안에 고양이를 보기 전까지 우리는 고양이가 있는지 확신할 수 없지 않은가. 그렇게 하나씩 경험하다 보면 '아. 난 이걸 좋아하는구나.' '난 이걸 싫어하는구나.'를 알 수 있게 된다.


다음은 노하우다. 직접 체득한 노하우는 나에게서 나온 것이다. 누군가 말로 듣고, 보고 가르쳐 준 것 역시 지식이 되지만 직접 경험한 것은 오롯이 내가 정의하는 것이므로 어떠한 일에 대한 판단과 같다. 원래 직접 접해서 얻는 건 특별한 법이다. 


우리는 무채색의 그림이다. 경험이 부족하니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없었다. 내 인생이 참 부족하다 여겼던 건 그래서가 아닐까. 표현할 수 없으니, 다른 이들과 비교했을 때 무채색 같다고. 경험이 부족했기에 어떤 새로운 것들을 보면서도 감흥이 없었다. 그래서 우린 새로운 것 을 찾는 거다. 내 색이 더 해질 수 있길 바라면서.




여행 갔을 때가 떠오른다. 내가 무슨 해외여행일까... 그런 생각으로 나갔던 심심한 여행은 타국에서 첫 발을 디딘 순간 사라졌다. 내향성 인간의 행복은 집에서만 이루어진다 여겼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면 불행하다 생각했는데, 내 착각이었다. 제네바에서 열차를 탔을 때부터 난 내가 느낀 행복한 감정에 울고 싶었고,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다. 경험하지 않았다면 모를 일이었다.

그 후 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난 정말 경험이 부족했고, 그래서 스스로를 오해하고 있었던 거다. 나는 나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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