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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자리작가 Oct 29. 2023

너저분함의 미학

스치는 생각들

게으른 ‘나’이지만 그래도 내 책상만큼은 말끔히 정리한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 깨끗한 환경이 내게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통의 사람들은 나와 같은 이유로 정리된 환경을 선호한다.

가끔 엉망이 된 방을 보면 우린 어지럽고, 생활하기 불편함을 느낀다. 그런데 이런 엉망이 된 방을 두고 안정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예술가들의 방이 그러한데 그들의 방은 엉망진창인 경우가 많다.

뜬금없이 피어난 궁금증에 나는 왜 그들의 입장을 떠올려봤다.




그들은 작업의 연속성 때문이었다. 연속성이 중요한 이유는 집중하며 완성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유명 작가 허밍웨이는 글을 쓰던 중 가장 집중이 잘 되던 때 팬을 놓고 다음 날로 작업을 미룬다고 했다. 그러면 다시 작업할 때 그 감이 빨리 올라 금방 집중하기 때문이다. 이를 본받아 어느 작가님의 경우도 10이라는 일을 할 경우 9까지만 하고 나머지 1은 다음날에 작업했다. 이 모든 것이 작업의 연속성 때문에 빠르게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보통 예술가들이 하는 그림과 모형 등등 여러 작품을 만드는 일은 단시간에 끝나는 일이 아니다. 계속 이어져야 할 작업이며 다시 시작했을 때 빠르게 몰입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제 자리를 못 찾고 책상과 바닥에 널 부러진 소재와 도구들.

서랍, 수납장에 보관되어 있다면 분명 말끔해 보이지만 다시 작업에 들어가는데 물건들을 꺼내고 준비하는데 시간이 들어갈 것이다. 그렇다면 생각한 데로 바로 작업할 수 없을 테고 그렇게 업무 흐름이 깨져 업무의 연속성에 문제가 생기게 될 것이다.

즉 그들의 작업 환경은 우리가 보기엔 무질서한 부분에 혼란스럽겠지만 그들에게 있어 일을 시작하기 가장 이상적인 질서를 갖춘 상태라는 게 내 결론이다.




그럼 집은 왜 정리가 되어야 할까. 집은 곧 휴식의 공간이다. 가장 편히 생활할 수 있는 것이 목적이다. 뭘 해도 방해받지 않는 것이 맞다. 어질러진 공간은 어떤 일이든 '일'을 했던 흔적이고, '일'을 떠올리기 때문에 그 공간은 내가 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래서 편히 쉴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정리의 시점을 청결이 아닌 ‘공간 활용’으로 봐봤다. 정리전문가 곤도 마리에는 모든 물건은 자기 집이 있고 사용한 다음에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그 물건들이 머무름에 있어 가장 이상적은 곳에 물건이 자리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상황이 끝나면 그 역할이 끝난 물건들은 다시 돌아가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공간의 목적에 따라 그 방향이 다를 수 있다. 오늘 집에 가서 공간의 목적을 상기하고 제대로 된 정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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