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자리작가 Jan 28. 2024

감사일기에 대하여

스쳐간 생각들


"이번엔 감사일기를 써보려고 해요."


좋은 생각이라며 응원하는 한 편 의문이 생겼다. 이 분은 평소에도 일기를 쓰던 분이셨다. 여태껏 잘 써오신 분이 갑자기 방향을 바꾼 것이다. 분위기가 너무 어두워 좀 더 긍정적으로 바꾸고 싶다는 이유였다.

다른 한 분은 일기를 쓰지 않다가 이번에 일기를 쓰고 싶어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이렇듯 감사일기는 유행처럼 번져 있었다. 유행이면 어떠랴. 난 이런 분위기가 참 좋았다.

한 편 그와는 별개로 ‘감사일기’에 궁금증이 생겼다. 나는 이유 없는 긍정을 좋아하지 않는데, 현실을 부정하고 회피하는 일을 '긍정'으로 포장하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에서 감사일기는 철없는 낙관주의처럼 보이기도 한다. 내가 관심을 가진 부분은 여기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감사일기는 낙관주의처럼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사일기는 어떤 메리트가 있는지 생각해 봤다.




명확한 상황인지


감사일기를 쓰려면 먼저 내 상황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익숙해지며 주변의 것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물건도, 사람도 말이다. 당연한 삶에서는 우리에게 주어진 고마움을 느낄 수 없다. 그래서 감사일기를 쓰며 우리 주변의 것들을 다시 보게 된다. 내게 감사함을 주는 대상이 무엇인지, 감사함이 어떤 것인지 인지해야 한다. 이런 과정 속에서 자신의 상황을 다시 한번 인지하게 된다. 그러한 상황에서 고립되어 있던 시선들을 환기시키면서 새로운 것들을 보게 되는데 여기서 감사라는 주제가 대상을 긍정적으로 보게 해 준다.



오히려 좋은 점들


긍정과 낙관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낙관은 상황을 회피하는 행동인 것이고 긍정은 상황을 새롭게 보는 시선이다. 어떤 문제로 인해 상황이 악화되었어도 낙관은 상황을 포기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반면 긍정은 상황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받아들인다. 그 안에서 새로 그릴 수 있는 긍정적 피드백을 하는 것이다.

어떤 사건이든 나쁜 면만 갖고 있는 건 아니다. 양손 가득 일을 품고 있다 그 일이 엉망이 되어버린다면 공들였던 일을 망쳤다는 것에 화가 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그에겐 좀 더 여유가 생긴 것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간 집중하지 못했던 다른 일에 더 신경 쓸 수 있으며, 망친 일에 대해선 경험을 얻었다고 할 수도 있다.

이렇게 우린 긍정을 통해 빠른 포기와 재기를 이룰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어차피 일을 망쳤다고 해서 우울해한다고 상황이 달라지는 건 아니니 말이다.




우리는 예상치 못한 사건사고에 얼마나 냉정할 수 있을까? 분명 일생에 한 번 겪을까 말까 한 일이란 것도 알고, 누가 나에게 원한을 가졌다거나 내가 죄를 지어 벌을 받는 것도 아니란 걸 안다. 하지만 막상 이런 일을 당하게 된다면 우린 원망과 좌절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된다.

이런 우리에게 상황을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법이다. 그런 면에서 감사일기는 정신승리 같은 것이 아닌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 피드백 기술이다.

작가의 이전글 익숙해져 버린 것들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