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지내던 것들에 대한 고마움을 떠올릴 시간
일상에 대한 소중함. 감사. 이런 것들을 떠올리다 문득 우리는 왜 고마운 것들을 잊고 사는 걸까 고민해 봤다. 그렇지 않은가? 고맙다 말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아무렇지 않냐는 것이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고, 우리는 모든 것에 적응해 버렸으니 고마움을 잊고 살아가게 된다는 거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다. 우리는 왜 익숙해지는가?
내게 익숙해진 것들을 되돌아봤다. 먼저 키보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타이핑을 할 때 키보드를 보며 치지 않는다. 키보드 배치를 전부 손으로 익혔기 때문에 손이 알아서 그 위치로 움직인다. 그러면 우린 화면만 보면 되는 거다.
악기를 다루는 사람들을 보면 어떤가. 피아노나 기타 역시 마찬가지다. 건반의 위치, 줄 잡는 것까지 전부 보지 않고 저절로 손을 움직인다. 익숙해져 버린 것이다.
이렇게 익숙해져 버린 건 결국 내 몸에 익었다는 것이고, 나와 같은 어떠한 존재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무신경해진다. 하지만 무신경해진 건 다른 이유가 있다. 그로 인해 더 많은 걸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익숙하게 키보드를 칠 수 있게 되면서 우린 모니터만 확인하면 된다. 내가 쓰고 싶은 내용은 알아서 손이 제 위치로 움직인다. 즉 ‘키보드를 친다’는 행위에 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그럼 우린 키보드에 쓸 신경을 다른 곳에 쓸 수 있다.
악기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피아노가 익숙해지면 건반을 보지 않은 채 악보만 보고 연주가 가능해지며 나아가 그 음악을 어떻게 연주해야 할지 생각할 여유를 갖게 된다. 더욱 섬세하고 복잡한 일을 하기 위해선 여러 일들을 해내면서 의식하고 행동했던 것들이 점차 의식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익숙해지는 것들을 조금씩 잊어간다.
그중 하나가 누군가의 도움이다. 다른 이가 나에게 해주는 일은 내가 신경 쓸 일이 없다는 거다. 그래서 가장 쉽게 잊어버리고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익숙함의 특성이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건 이 때문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게 익숙해진 것들을 되돌아보며 나도 모르게 고마운 이들을 잊고 사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익숙해지는 건 나쁜 게 아니라 당연한 일이다. 많은 것들에 익숙해지며 우린 더 많은 것들을 해내는 거다. 그러니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잊어버리고 있던 것들을 후회하고 자책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되돌아보며 다시 떠올리는 것이다.
그저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잊고 지내던 것들에 대한 고마움을 떠올릴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