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나는 왜 자꾸 내 탓을 할까?
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묻지 마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대낮에 도심 한복판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잇따라 벌어지는 데다 범죄를 예고하는 글들이 범람하면서 너 나 할 것 없이 많은 이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범죄자들은 말한다. “저 사람이 성실하지 않아서 화가 났다.”, “열심히 살았는데도 되는 게 없다.”, “사회가 문제다.” 열등감과 분노에 잡아 먹힌 이들로 인해 현대사회는 공포에 휩싸였다. 이에 저자는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감정을 하나씩 살펴보고, 26가지 사례를 통해 그와 같은 감정을 부정적인 방식이 아닌 긍정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 방법, 그렇게 나를 지키고 내 마음을 돌볼 방법을 제안한다.
-출판사 소개글 중-
어릴 때 단체로 기합을 받았던 적이 있었어요. 선생님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애들이 싸웠거든요. 평소엔 온화한 분이셨는데 아이들을 지도하시려 엄한 목소리로 다툰 아이들과 말리지 않던 우리를 혼내셨죠.
그런데 그중 한 아이가 우는 거예요. 그래서 왜 우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아이들을 말리지 않아 혼났다며 이렇게 된 게 자기 탓이라 말했죠. 순수한 건지 철없는 건지 모를 아이의 '내 탓'은 다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하네요.
어릴 때부터 문제가 생기면 습관적으로 제 탓을 하곤 했어요. 어떤 원인이었든 간에 제가 해결할 수 있었던 일이라면 당연히 내 잘못도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어떤 문제든 남을 탓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런저런 변명을 늘여놓지만 결국엔 제 탓이라는 것이죠. 심지어 가까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요. 그럴 때면 내 삶의 존재 이유만으로 죄인이 된 기분이었어요. 그러면서 잘못이란 경계마저 흐릿해 정말 제가 실수를 해도 특별히 실수했다는 기분이 들지 않더라고요. 모든 문제에 저를 투영하며 죄책감이 따라왔으니까요.
이렇게 힘들고 아프면서도 내 탓을 멈추지 않는 걸까요. 돌아보니 습관적 내 탓은 더 나은 내가 되길 바랐던 것 같아요.
더 섬세하고 더 꼼꼼하면 좀 더 나은 내가 되길 바라며 저를 더 발전시킬, 더 나은 선택에 집착했어요.
그 결과 모든 일에 죄책감을 갖게 된 것이죠.
이렇게 감정들은 제멋대로인 것처럼 보여도 저마다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이런 별난 감정의 이유를 돌아봤습니다.
감정을 적당히 조절할 수 있다면 분노는 무조건 표출하지 말아야 할 나쁜 감정이 아니다. 불의에 저항하거나 자신을 지켜내려는 분노는 정의로운 에너지다.
나만을 위한 감정
분노는 이기적인 감정이에요.
상대에 대한 배려가 아닌 지켜온 제 선과 기준을 분명히 드러내는 일이거든요. 상대가 그 선을 넘거나 넘으려 할 때 나타는 감정적 반응이에요. 그래서 상대의 분노를 느꼈을 때 난 부끄럽기도 하고, 불쾌하기도 해요. 상대의 선을 넘은 건 제 탓이니까요.
그래서 드러내기 어려운 감정이기도 한 것 같아요. 불편한 감정이며, 나만을 위한 감정인데 또 다른 사람을 불쾌하게 하기도 한 감정이니까요. 그래서 여전히 남들에게 표현하기 어렵죠. 하지만 표현하지 않는다면 상대는 계속해서 제게 실수할 것이고, 혼자서 분노를 삭여야 할 것이에요.
그럼에도 분노라는 감정을 표현해야 할 이유는 상대가 나에 대해 알아야 하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모든 것을 이해할 순 없고, 서로가 어떤 기준 역시 다르니까요.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상대도 날 더 이해하길 바라고, 어떤 경우 적절한 분노는 유일한 표현 방법일 수도 있으니까요.
나라면 이렇게 했을 텐데, 대체 쟤는 왜 저러지?’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면 ‘저 사람은 저런 말과 행동을 하는구나. 하긴 나하고는 다른 사람이잖아. 저 사람 행동이 싫기는 하지만 틀린 건 아닐 수 있어.’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살며시 열어보자. 어려운 첫걸음을 일단 딛고 나면 어느새 생각과 마음의 폭이 넓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정상이 아닌 것을 ‘이상’이나 ‘비정상’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 느껴야 하는 감정이나 생각, 행동에 일정한 틀을 정하고 그 틀에서 벗어나면 이상하다거나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자기의 잣대에 맞춰 정상과 비정상의 원칙을 정한 다음 마치 심판이라도 하듯 날 선 공격을 하는 경우도 있다.
틀린 게 아니라 개성 있는 것이다.
가끔 튀는, 개성 강한 사람들을 보면 좋은 시선으로 보지 않았던 적이 있어요. 특히 단체활동을 하는 회사의 경우 분위기와 다른 개인적인 행동을 할 때면. 자리에서 자신의 주장이 강하거나 유별나게 튀는 행동을 이해하기 힘들었죠. 세상의 중심에 자기 혼자 있는 것처럼 사람들과 분위기에 맞춰가지 않고 자기 혼자만의 색을 예전엔 그게 나쁘다고 생각했어요. 자기가 편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고 여겼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달라요. 좋은 몸을 만들려 회식자리에서도 식단을 관리하는 분을 만났는데 대단해 보였지 극성이라 생각하지 않았어요. 예전 같았으면 식단을 한 끼쯤 거른다고 달라지냐, 유난 떤다고 했을 텐데 지금은 그렇게 까지 자기 관리를 하는 모습이 멋있었죠. 피해를 준 게 아니라 자신에 대한 자신감과 사랑이 크고 그 행동을 실천했을 뿐이었던 거죠.
그때는 왜 그렇게 나쁘게 생각했을까? 생각해 보니 그게 편해서 그랬습니다. 남들과 같은 생각으로 움직이면 부딪치지 않으니까요. '넌 왜 그래?'라는 말을 듣는 게 불편했어요. 흐르는 물에 떠다니 듯 그냥 따라간다면 주목받을 일도, 아플 일도 없으니까요.
과거의 경험 자체는 바꿀 수 없지만, 경험을 평가하고 받아들이는 생각은 바꿀 수 있다. 그렇기에 ‘어떻게’ 기억하느냐가 중요하다. 온통 아픈 기억으로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땐 최선을 다했다며 스스로를 토닥여주자. 자신만을 탓하지 말고, 당시의 상황이나 상대방 탓을 어느 정도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꿈보다 해몽이 중요하다는 말
과거란 바뀌지 않는 것입니다. 이미 일어난 일이고 정해진 일이죠. 그리고 우린 과거로 돌아갈 수 없고요. 그럼에도 과거를 바꾸려는 일이 일어납니다. 어릴 때 지은 잘못을 외면하기도 하고 부끄러운 역사를 왜곡하기도 하죠. 그들이 숨기고 조작한다 해도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은 변하지는 않습니다. 이미 쏟아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는 것처럼요.
그럼에도 이런 일을 저지르는 이유는 그 의미를 바꿀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치 가학과 폭력을 사소했던 장난이었던 것처럼, 범죄와 사기를 나도 모르게,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사고였던 것처럼 말이죠. 이미 지나간 일을 돌이킬 수 없으니 앞으로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의미를 바꿔버린 겁니다. 마치 컵에 물이 없었던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이런 악인에게서도 배울 점이 있습니다. 바로 과거에 대한 의미를 다르게 받아들이는 법이죠.
우리는 지금 현재를 살고 있지만 과거에 일어난 일의 영향권에 있어요. 살아가는 일에 있어 끊임없이 과거를 떠올리죠. 그럴 때마다 나를 다독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어릴 적 책 읽기를 싫어하던 제가 집안의 위인전을 모두 읽었던 계기는 작은 칭찬이 계기였어요. 어렵고 지루해 금방 관두고 싶었지만 그 작은 칭찬을 떠올리며 계속 책을 읽었죠. 덕분에 100권에 다다르는 위인전을 다 읽어냈어요. 그저 좋았던 작은 기억 하나 덕분에 말이죠.
반대로 오래전 헤어진 진 연인에게 들었던 '수치스럽다'는 표현에 지금까지 연애를 망설이기도 합니다. 철없던 때 일인데 상처가 컸는지 지금도 어떤 마음이 들어도 금세 접게 되어버려요. 털어버리고 싶어도 쉽지 않죠.
그런데 오랫동안 남는 것들은 나쁜 기억들이 많죠. 하지만 그 의미를 바꾼다면 달라질 수 있어요.
저의 경우 불안하고 힘들었던 한 사람의 서투른 표현이었다며 바라보려 하거든요. 너무 힘들었던 나머지 모난 말이 튀어나왔던 것뿐이었다고요.
덕분에 지금은 그 상처에서 많이 멀어졌어요.
어차피 지나간 과거는 바뀌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 의미를 지금의 나에게 이롭게 바꿔보는 건 어떨까요?
MBTI는 능력을 진단하는 도구가 아닌 ‘선호’에 대한 검사다. 사람마다 제각기 조금씩 다를 뿐 더 좋은 성향이나 더 나쁜 성향은 없는 것이 다. 성격을 나누는 것은 나와 다른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기억하자.
성격검사를 받기 전 이러한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해보자 ‘나는 왜 성격검사를 하고 싶은가. 내 성격의 어떤 부분을 알고 싶은 것인가. 성격검사를 통해 바꾸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그럴 수 있다는 배려.
MBTI가 유행하면서 내향적인 사람들이 받은 큰 수해는 바로 이해받았다는 것에요. 그전까지 살갑게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게 옳다고 여겼지만 그건 단지 성향차이일 뿐 내향적인 삶도 잘 사는 삶 중 하나라는 것이죠.
그래서 예전엔 이해받지 못했던 내향적인 성향이 그럴 수 있다며 쉽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와 별개로 눈에 띄는 부분이 하나 더 있는데요. 바로 저와 반대되는 성향들의 특징을 알게 된 부분이에요.
전 지독한 P의 삶을 살지만 일을 할 땐 J처럼 철두철미하게 분단위로 끊어서 일을 계획합니다. 그래야만 마음이 편하거든요. 납득할만한 문제없이 일의 계획이 바뀐다면 화가 날 정도로요. MBTI 덕분에 저에게 이런 성향이 있다는 것도 알았고, 이런 문제가 생긴 이유가 완벽함을 추구하기 때문이란 것도 알았습니다.
높은 수준의 완벽함을 추구하기에 계획만 떠올리곤 실천을 하지 못하는 일상에 반해 회사에선 철저히 계획을 따라 움직이니 계획적인 활동이 가능했다는 겁니다. 돌이켜보니 이해할만한 부분들이 많았죠.
물론 100% 정확한 검사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성향에 대한 소재를 통해 내가 추구하는 성향이 어떤지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MBTI는 좋은 소재죠. 내가 바라는 성향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는 부분은 읽으면서 많이 공감했던 부분이었어요.
처음엔 자꾸만 내 탓을 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 본 책이었는데 제 멋대로 인 감정을 돌보는 시간이 되었네요.
비록 책에 등장한 사례의 조언은 제게는 어울리지 않았습니다만 공감 가는 부분들도 많았고 사례들을 보면서 저를 되돌아보기도 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심리학책을 보다 보면 같은 내용처럼 보이지만 다르게 다가와 알고 있던 내용들도 새롭게 보이고 잊고 있던 것들도 다시금 떠올린 계기가 되었네요.
제 탓을 하는 습관 역시 마찬가지였죠. 그렇게 특별하다고 여기지 않았는데 돌이켜보니 유별났던 성향이었죠. 이렇게 하나씩 스스로를 알아가다 보면 터무니없는 것들과 이별하기도 하고, 버리지 못한다면 차라리 사이좋게 데리고 다닐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