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매력의 반전 비밀

비혼 주의 이야기 3

by 왼손잡이앤

서로가 비혼 주의자라서 맘 편하게 우리는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


그 남자는

"나를 보고 환하게 웃어주는 그 미소에 반했다"

라고 경상도 남자답게 툭 던지듯이 말해주었다.


"중저음 목소리가 참 매력적이에요."

나는 그 남자의 중저음의 목소리에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그 말을 괜히 했다.


그 남자는 정말 할 일 없는 백수인 것처럼 전화를 해댔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아침을 먹고 있는데도

출근하는 버스 안에서도

출근해서 옷 갈아입는데도

환자들이 밀려들어 정신없는 오전 시간에도 수시로...

점심시간을 물론이며 오후에도 퇴근하는 그 시간까지

1시간에 한 번씩 아니 두 번씩.....


내 휴대폰에 그 사람과의 통화기록을 보니 하루에 50통을 넘어가고 있었다.


처음에 나의 연애를 축하해주던 우리 부서 사람들은 점점 지쳐갔다.

환자들에게 집중해야 하는 물리치료사가 사적인 전화통화라니....


결국 나는 우리 부서 팀장님께 불러가게 되었다.

신나게 혼나다가 문득 휴대폰을 압수당하는 불상사가 생길까 봐 무서웠다.


"제발 전화통화는 아침 출근 전, 점심시간, 퇴근해서 이렇게만 해요."

라고 문자를 보내 놓고는 휴대폰을 사물함에 있는 가방 깊숙이 넣어버렸다.


같은 동료들은 지금 백수를 만나는 건지 궁금해했고 나도 혹시 백수라서 시간이 이렇게나 많은 건가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느 날 조심스레 물어보게 되었다.

"혹시 지금 일을 잠시 쉬고 있는 건가요?"

그 남자는 크게 웃으면서 나에게 명함 한 장을 건네주었다.


다행히도 멀쩡하게 회사를 다니고 있는 직장인이었다.

엄청 바쁜 시기가 지나서 지금 1년 중 딱 조용한 시기라고 말했다.


그렇게 전화에 집착을 점점 줄여 가던 중 우리는

같이 무등 축제를 보러 진주에 가게 되었는데 차가~차가~

어찌나 밀리던지.. 3 시간 하면 갈 곳이 7~8시간이나 도로에 갇혀 있게 되었다.


나는 운전을 너무 많이 한 그에게 너무 미안해서 어렵게 입을 열고

"괜히 여기 오자고 해서 미안해요." 하고 모기처럼 말을 뱉어냈다.


"차가 밀리는 건 그쪽 탓이 아니라 괜찮아요."

투박스럽게 대답했지만 그는 전혀 화나 있지 않았고 우리는 많은 대화를 하면서 축제를 다녀왔다.


그는 내가 약속시간을 착각하고 1시간 늦어도 어쩌다가 2시간 기다려도 아무런 불평불만이 없는 사람이었다.

단 한 번도 늦었다고 화를 낸 적이 없었다.

참으로 대단한 남자였다.


하지만 여기에는 내가 상상도 못 한 반전이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어서 내가 그만큼 늦었는지도

시간이 그만큼 지난지도 몰랐던 거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나 혼자서 세상 성격 좋고 배려심이 많고 화도 안내는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거다.

그는 그저 애니팡에 빠져있는 30대 후반 남자였는데 말이다.


나는 그렇게 눈에 뭐가 씌어서는 즐거운 연애에 빠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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