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 주의 연애 이야기 5
그렇게 나는 그 남자의 전화도 문자도 5일 동안 모른척했다.
7일째 되는 날 병원에서 퇴근하는 길 한가운데 익숙한 그 남자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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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걸음을 멈추었고 그 남자는 달려와서 와락 나를 안았다.
순간 너무 놀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혹시나 환자분들이 보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여기 제 직장 앞이에요. 이것 좀 놔보세요."
나는 그의 팔을 내리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말했다.
"아니... 싫은데"
그는 나를 더 세게 안아서 점점 숨이 막혀왔다.
"숨을 못 쉬겠어요..."
내 말에 그 남자는 깜짝 놀라서 팔을 풀어주었다.
그리고는 내 눈을 보면서 다정하게 말했다.
"진짜 큰맘 먹고 담배를 끊어 볼 테니 시간을 좀 줄래?"
그래... 내가 듣고 싶었던 바로 그 말이었다.
나는 이 말을 듣기 위해서 5일 동안 카톡에 답하고 싶었던 마음을 꾹꾹 누르고
계속 걸려오는 전화를 애써 외면해야만 하는 힘든 시간을 견뎌야 했다.
자연스럽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참으면서 시크한 척 물었다.
"담배 끊기가 정말 힘들다고 하던데... 어떻게 끊으시게요?"
나의 질문에 그 남자는 말이 없었다.
한동안 그렇게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다른 곳으로 시선을 피하면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를 못 만나는 거 보단 담배 끊는 게 더 쉬울 거 같아"
예상치 못한 답변이 가슴으로 훅 들어와 깊숙이 꽂혀 버렸다.
심장은 쿵쾅쿵쾅 난리였고 눈에서 뜨거운 액체가 줄을 맞추어서 차례대로 나오고 있었다.
그는 나의 눈을 지그시 보면서 눈물을 닦아주고는 다시 꼭 안아주었다.
말로 표현하는 게 서툴었던 그의 입에서 처음으로 들어본 말이 흘러나온다.
"보고 싶었어"
사실은 나도 그가 많이 보고 싶었지만....
내가 담배 피우는 걸 싫어하니깐 하지 말라고 무작정 떼쓸 나이는 아녔기에
그건 각자의 기호식품이니만큼 내가 뭐라고 이래라저래라
강요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냥 그 남자의 결정을 기다렸던 거 같다.
그 남자가 내가 원했던 그 메시지를 모른척하지 않고 돌아와 주어서 너무 기뻤다.
그가 그걸 놓아버리면 어쩔까 하는 생각에 불안했던 시간 속에서 나는 알게 되었다.
나도 그를 아주 많이 좋아하고 있구나 하는 사실을....
"오빠 한 번만 믿어줄래?"
하지만 나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 담배를 끊는다고 하고 끊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진짜로 끊겠다면서 100일의 시간을 요구했고 나는 그를 속는 셈 치고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그는 나를 만나기 위해서 15년 동안 동고동락을 같이 했던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타르와 니코틴의 손길을 뿌리치는 독한 남자가 되었다.
그날 이후로 그의 차에선 담배냄새가 나지 않았고 그의 손에서도 어디에서도 담배냄새가 나지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