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우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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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필과 삼각관계라는 클래식한 설정을 서사가 탄탄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로 새롭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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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반쪽의 이야기’의 주인공은 앨리. 중국계 미국인인 그는 동급생 폴의 부탁으로 애스터에게 보낼 러브레터를 대신 써준다. 편지 한 장이면 끝날 것 같던 관계는 생각보다 더 길게, 더 깊게 이어진다. 그동안 이들 사랑의 방향에도 변화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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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인간은 반쪽짜리니 운명의 짝을 만나 행복해져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애초에 전 세계 77억 인구에서 아귀가 딱 맞는 반쪽을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반쪽을 찾는 시도가 무용하지 않다고 내보인다. 앨리와 폴, 그리고 애스터의 이야기를 빌려서. 셋은 조금씩 다른 이유로 불완전하다. 이들은 서로를 알아가고 ‘사랑해보면서’ 한 뼘 더 자란다.
우리는 서로 사귀고 부딪히며 상대를 탐색해간다. 동시에 상대와 다른 자신의 모양도 알아간다. 새로 발견한 모서리를 매만지며 정체성을 짐작한다. 평생 모를 뻔했던 잠재력을 건드릴 때도 있다. 잭팟. 맞춰가는 도중 상처가 날 수도 있지만 모험해볼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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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불완전해서, 겨우 반쪽짜리여서 좀 더 재밌는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