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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댄 Mar 20. 2022

레벤느망, 나를 기어코 시험에 들게 하소서

오드리 디완의 ‘레벤느망’ 리뷰

오드리 디완 2021.


나를 기어코 시험에 들게 하소서.


#스포있음

레벤느망은 1960년대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다. 당시 임신 중절은 불법이었다. 중절을 택한 여성은 물론 조력자까지 처벌하는 사회인 것.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여성은 임신을 알게 된 때부터 지워지기 시작한다. 함께 감옥에 갈까 두려운 주변 인물들은 여성을 외면하고, 꿈을 꾸던 여성의 머릿속은 핏빛 걱정이 영역을 넓힌다. 생명을 거룩히 여기는 사회는 역설적이게도 헤엄치는 여성의 생명력을 집어삼킨다. 개성있는 답을 적어낼 시험지를 거둬들인다.


레벤느망은 우리의 얼굴을 양손으로 고정하고 사건을 마주하게 한다. 누군가는 처절하게 앓아왔고 누군가는 철저하게 외면했던 순간을 목도하게 만든다.


레벤느망의 주인공  뒤세느는 모든 것을 걸고 사건을 견뎌낸다. 이제까지의 상식을 전달하는 교수가 아닌 새로운 세계를 적어내는 작가가 되고자 강의실을 다시 찾는다. 담담하게, 그러나 결의에  눈빛으로 시험에 임한다.


상영관을 나서  가는  내내 선택권이 없는 사회에서 필요하다면 목숨까지 걸고 밖으로 향한 여성들을 떠올린다. 그들에게  빚을 헤아려 본다.


나를, 그들을 기어코 시험에 들게 하소서.

우리의 목소리를 결코 삼키지 마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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