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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댄 Jul 25. 2023

바비, 파스텔색도 자각의 매개가 될 수 있다

그레타 거윅의 ‘바비’를 보고

#바비

그레타 거윅 2023.

파스텔색도 자각의 매개가 될 수 있다.

구별짓기의 조건 중 하나는 같은 그룹으로 묶일 이들의 차이점을 애써 눈감는 것이다. 하지만 눈꺼풀은 차분하지 않다. 인간은 눈을 뜨고 지각해버리고야 만다. 모든 바비는 결코 하나의 바비일 수 없고 모든 켄 또한 하나의 켄이기 힘들다는 사실을. 그럼에도 왜 우리는 바비 혹은 켄의 영역에 취해 있는 걸까. 생존에 유리하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감독은 그게 유리하지 않다는 사실을 리얼월드와 바비월드를 대비하는 방식으로 강조한다. 언제든 내가 약자가 될 수 있음을, 또 나와는 영 상극인 것 같은 쪽과 손잡고 목표를 이룩할 수 있음을 유쾌하게 설득한다.

영화가 메시지만 가득하다는 평론을 많이 마주했는데 화자가 힘을 어디다 줬는지에 따라 한쪽으로는 아쉬움이 맺힌다. 메시지가 너무 많고 개연성이 부족해 설득이 어려웠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질 나쁘고 편향된 페미영화’라는 식의 논리는 다분히 메시지만 가득하다. 내 말은 ‘힘이 없을 수도’ 있으니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말을 덧붙인다. 영화를 찍는 것 자체가 이미 정치적이다. 중립이 어려운 활동인 것. 중립을 지키라는 표현은 때로 중립과 반대된다.


그리고 분명하게도 완벽한 영화만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스테레오타입의 바비 인형만 가치로운 게 아닌 것처럼. 그레타 거윅이 이번에 내놓은 이야기도 그답게 반짝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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