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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댄 Jul 31. 2023

걸어도 걸어도, 휘두르지 못할 칼을 평생 벼리는 마음

영화 ‘걸어도 걸어도’를 보고

#걸어도걸어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2009.


시원하게 휘두르지도 못할 칼을 평생 벼리며.


우리는 가끔 가족의 소매 밑에 숨겨진 칼을 목도한다. 흠칫 놀라거나 잠시 멀어지기도 하지만 그의 손목에 생긴 수많은 상처를 보면 다시 연민한다. 어떤 칼자루는 평생 주인의 손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렇다고 칼 쥔 손을 가만 놔누지는 못한다. 상대에게는 껄끄럽고 본인에게는 시원찮을 정도의 상처를 계속해서 만든다. 서러움은 공중으로 떴다가도 도로 주저앉을 정도로 애매한 움직임을 반복한다.


살면서 맺은 모든 인연의 소매 안을 살피지는 못한다. 가족은 내가 보고 싶은 모습보다 더 많은 걸 보여준다. 보여주고 싶은 모습보다 더 많은 걸 내게서 보고야 만다. 그래서 조금 불편하고 더없이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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