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잘꾸 Nov 04. 2019

종로는 장인어른이 지키신다

 

‘바람처럼 스쳐가는 정열과 낭만아 아직도 내게 거친 꿈이 있어 이 세상 속에 남았지’      


한집에 같이 살면서 TV를 보는 데도 불편함은 언제나 있었다. 장인어른의 TV 취향이었다. 반은 장인어른의 공간이던 거실에서 가장 즐겨 보시던 프로그램은 바로 김두한이 나오던 네 글자 드라마였다. 우리 아버지도 가끔은 보시던데 라고 생각했지만 정말 지독히도 보시더라. 아침, 점심, 밥 먹을 때 저녁시간, 주무시기 전, 새벽까지..



장모님이 봤던 걸 또 본다고 잔소리하시지만 말릴 수 없으신지 길게 얘기하지 않으신다. 기타 사극 드라마도 자주 보시지만 단언컨대 가장 좋아하시고 많이 보셨다고 생각한다. 김두한 역할의 주인공이 젊은 시절에서 나이가 들어갔다가 다시 젊어지고 늙어갈 때까지 어쩜 그리 재미나게 보실까 싶었다. 아니 어쩜 이렇게 1년 내내 방송이 나오는지 방송사를 살짝 원망해 보았다.     


덕분에 TV 시청도 두 분을 따라가게 되었다.  자연인 00 , 과 6시에 나오는 고향 프로그램, 각종 다큐멘터리와 동물의 왕국, 인간극장, 서민 갑부, 생활정보 프로그램 등을 즐겨 보셨다. 뉴스는 기본이었고 살면서 뉴스를 이렇게 자주 본 적은 없던 거 같다. 맛있는 음식이 소개되면 장인어른은 빙 둘러서 이야기하셨고 눈치 빠른 장모님은 “이거 먹고 싶어요?”

“시장 가서 사 올까요?” 하셨다.     


장인어른은 먹는 것을 즐기시는 분이었다. 제철 음식이나 평소에 먹지 못하는 별미나 고기류는 꼭 드셔 보고 싶어 하셨다. 집에 장모님이 안 계시면 국밥 한 그릇이라도 외식을 하려 하셨고 친한 동네분들과 식사를 함께 하곤 하셨다. 좋아하시던 뼈다귀 해장국과 선지를 덕분에 나도 자주 먹었다. 외식을 좋아하고 새로 생긴 식당 음식을 궁금해하시는 건 아내가 200% 닮아 있었다. 피는 못 속이는 건가?    

  

TV 보는 습관도 닮아 있었다. 장인께선 드라마도 무척 좋아하신다. 장모님과 저녁 8시 이후 하는 드라마에 푹 빠져 평론도 하시며 도란도란 보신다. 마음에 드는 드라마도 두 번 세 번 챙겨서 보고 재방송도 다 보고 다운로드하여 또 보는 아내도 참 닮아 있는 모습이었다.      



종로는 장인어른이 굳건히 지키고 계시기에 내가 넘볼 수 있을까? 쉽지 않은 불편함이었다.



화면을 조정해 버리고 싶었다.


작가의 이전글 거실과 안방 사이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