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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잘꾸 Nov 04. 2019

밥 더 줄까?


밥은?

밥 먹었어?

배고프지?

얼른 손만 씻고 와!    

  

장모님이 자주 하시던 말이었다.     


한국인은 밥을 먹고 사위도 밥을 먹는다.


햅쌀을 추수하면 정말 고소하고 구수한 밥을 지어 주셨다. 평소에도 냉장고 안에 잡곡을 매일 불려놓아 밥을 지으시는 장모님 덕에 영양 가득 밥상을 마주할 수 있었다. 예전 집에서 흰쌀밥만 먹었기에 처가살이하면서 받을 수 있는 복이었다. 장모님은 먹는 것에 민감하시고 나름의 사명감도 가지신 분이기에 먹는 것에 자부심이 대단하신데 밥상머리에서 항상 머리카락을 내가 골라내면 당황해하셨다.

말없이 머리카락을 국이나 밥, 반찬에서 심심찮게 골라내면 얼른 보시곤 냅다 뺏어 가시며 말하셨다.     


“이게 여기 왜 있어!”

“눈도 밝네!”

“꼭 우리 아들 같네!”

“머리카락이 왜 자네 밥에서만 나오나?”

“또 나와?”

“거 참 애먹겠네!”     

 

항상 사위인 내가 먹는 게 부족하고 부실하진 않을까 염려하시며 많이 먹기를 권유하시지만 절대 억지로 먹지 말라며 당부하셨다.     

“자네가 한창 때라서 내가 먹는 게 신경이 많이 쓰이네.”

“냉장고에 요구르트 만들어 놨으니.. 싱크대 아래 라면 있으니.. 찬장 열면 간식거리 있으니.. 먹고 싶을 때 먹게!”      


난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에 반찬이나 새참 거리 주시면 거의 그릇을 비워 드린다. 물론 억지로는 아니지만 이상하게 그렇게 되어갔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두 분에게 나는 ‘많이 먹는 사위’가 되었다. 술도 이렇게 먹다 보니 ‘술 좋아하는 사위’까지 된 것이다.


두 분은 많이 드시는 편이 아니기에 정량을 드시면 숟가락을 놓았다. 특히 장인어른이 그러하셨다. 간식이든 과일이든 식사 이외에도 절제하시곤 했다. 술은 살짝 아니신 거 같았다. 예외로 두신 건 술 하나뿐이라고 보였다.  

         

먹을게 생기면 나부터 찾았다. 마을회관 잔치 때도 , 여름 복날 음식 할 때도 식당에 가서도 일부러 뼈를 발라 주시거나 반찬을 당겨 주시고 그걸 본 지인이 장모님이 사위를 많이 챙겨 주신다고 입을 모아 말씀하셨다.


때론 부담스럽게 생각했지만 모든 게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다 식탁에서 장모님과 둘이서 밥을 먹을 때면 밥을 차려 주시고 먹는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면에서 빤히 지켜보신다. 무슨 반찬을 잘 먹는지 얼마나 먹는지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세심히 나를 관찰하신다.

한 번은 생선을 발라 먹는데 맘에 안 드시는 폭풍 잔소리를 하다.   

  

“당최 생선 먹을 줄은 모르는 구만!”

“자네 생선은 안 먹어 봤나?”

으이구~ 우리 사위 생선 발라먹은 것좀 봐라..”     


보통 잔소리는 3절 이상 하신다.


많이 먹는다고 보였는지 생선이든 고기든 많은 양은 제 쪽으로 밀어주신다. 괜찮다고 장모님도 드시라고 건네도 일절 잘 드시지 않는다. 내가 다 먹고 일어나면 그때 조금 드실 때도 있긴 하였다.      


잡곡도 좋고 제철 음식, 신토불이 음식도 좋지만 밥 먹을 땐 뭐니 뭐니 해도 집밥이 최고 아니겠는가? 내 집에서 편하게 먹는 밥. 시간이 갈수록 그리워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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