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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잘꾸 Dec 25. 2019

라디오 당첨 200% 초필살기

말하는 대로 생각한 대로

너튜브를 보다가 모 작가님이 올리신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라디오 선물을 보다 쉽게 받기 위한 꿀팁] 같은 내용을 알려주셨다. 선물을 쉽게 받기 위해서 MBC, SBS, KBS 제외하고 나머지 방송인 국군, 불교, 교통 방송 등에 보내면 비교적 쉽게 채택될 수 있다는 내용인데 그 영상을 보고 어쩌다 보니 난 브런치에 바로 글을 쓰고 있었다.


라디오에 사연을 보낼 때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한 가지이다! 바로 ("에이 내가 쓴 게 되겠어?") , ("운 좋으면 한번 되려나?")처럼 자신의 글을 믿지 못하는 태도이다.


예전 영화 타짜를 보면 고니(조승우)가 아귀(김윤석)와의 마지막 대결에서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을까?

아수라 발발탁을 외치면서 손은 눈보다 빠르니까 이겼다?

아귀한텐 밑에서 한 장. 정마담도 밑에서 한 장.  한 장. 아귀한텐 다시 밑에서 한 장. 이제 정마담에게, 마지막 한 장 돌리려는데 아귀가 막아서며 자기한테 사기를 친다고 의심하게 되고 서로 올인을 하다가 결국엔 사고가 터지고 찍고? 불타고 총 쏘고 하지 않던가..


자신의 글쓰기를 의심하지 말고 당당해져라.

바로 고니는 아귀와의 심리전에서 이겼다고 볼 수 있다. 의심 많은 아귀에게 일부러 끄나풀을 남긴 것이다. 만약 아귀가 몰랐다면 영화 속 아귀의 대사처럼 정마담에게 장땡을 줘서 이 판을 끝냈을 것이다.


내 마음속 아귀와 심리전에서 무조건 당첨될 거라고, 사연이 묻혀도 다음엔 내가 이긴다고 장담하며 뻔뻔스럽게 자신만만해 하시라.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글은 사연이 담백하게 읽힌다.


라디오에서 청취자는 고니 일까 아귀일까?

그럼 사연을 검토하는 방송국 작가님은 고니인가 아귀인가?


서로 심리전이다.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끌어당길 수밖에 없다. 청취자는 사연을 보낸다면 어떻게든 사연이 채택되기를 바라면서 쓰고, 작가님들은 방송에 적합한 사연을 골라내며 타짜 영화처럼 구라인지 실화인지 감별해 내려할 것이다.


때론 구라여도 괜찮다. 단, 100% 구라는 개인적으로 쓰지 않길 바란다. 추천하는 방법은 20% 합법적 양념만 하길 바란다. MSG 넣어서 요리가 더 감칠맛 날 때도 있다.

얘기가 아닌데 자꾸 옆길로 발이 빠져 버렸다.


라디오 사연을 쓰시는 분들은 한 번쯤 이런 고민 해보셨을 것 같다. 아니면 말고.

(내 사연이 과연 소개될까?)

(보잘것없는 내 글이?)

(소리 소문 없이 묻혀 버리는 건 아닐까?)

(지난번에도 썼는데 소개 안되던데..)


사연이 어제도 두 개 소개되고 오늘도 두 개 소개되고 보낸 지 3개월이 훌쩍 지나 기억 저편에서 잊힌 사연이 오늘 나오기도 하며 친구가 전화 와서 '너 사연 00 방송 나온거 같은데?' 하며 알려주기도 한다.

이 무슨 조화란 말인가? 너튜브 작가님이 피해 가면 좀 당첨이 수월하다는 3사의 방송국에만 난 라디오 사연을 보낸다. 왜? 가장 재미있고 청취율도 높고 그만큼 선물도 좋기 때문이다. 라디오 방송이 재미가 없는데 사연을 누가 쓰겠는가? 선물만을 목적으로 쓴다고 해도 한 두 번쯤은 들어보게 마련인데 전혀 관심도 없는 예를 들어 불교방송에 사연이 과연 써질까 의문이다.


라디오 사연을 쓰다 보니 당첨이나 선물보다 이제는 성취감에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있다.

"00 라디오 청취율이 1위에다가 선물 받기 쉽지 않다는데?" 누군가 이런다면 난 그곳에 사연을 어떻게든 보내서 꼭 당첨을 해버리고 만다. 물론 매번 사연으로 정복한 건 아니다. 하루 종일 실시간 참여를 아침부터 밤까지 해도 사연 한번 안 읽히는 날도 있고 그렇게 많이 보냈으니 하나는 소개되겠지 했지만 역시나 일 때도 일상 다반사이다. 정말 쓰고 싶은 코너인데 글감이 없어서 우연히 떠오른 기억을 더듬어 대충 툭! 던지듯이 올렸는데 선곡표에 이름이 올라오기도 하고 재미있게 쓰고 싶어 다듬고 다듬어 몇 번을 읽어봐도 별 재미가 없어서 글감을 못 살렸구나 하면서 억지로 올렸는데 두고두고 지났다가 소개가 된 적도 있다. 결론은 이러쿵저러쿵 해도 쓰면 당첨이 되더라.


MBC, KBS, SBS가 사연 쓰기 가장 좋다.

재미도 가득하고 코너도 다양하고 개편될 때마다 새 코너는 히말라야 14좌 등반을 노리 듯 마음 깊숙한 곳의 글쓰기 도전 정신을 발휘하게 도와준다. 처음엔 불평불만을 했다. "에이 나 이 코너 정말 좋아하고 쓰고 싶은 글감도 한 트럭인데 개편되면서 한방에 날아갔네." 했지만 이젠 개편되면 오히려 더 좋아한다.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눈 쌓인 길을 제일 먼저 발자국을 찍고 나면 어릴 때 그렇게 기분이 신났었는데 꼭 닮아있다. 미지의 세계만큼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도 없다. 새로운 방송, 코너가 신설되면 DJ와 선곡표, 분위기, 상품의 종류, 어떤 사연이 많이 나오는지, 웃기는지, 슬픈지, 참여는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하다 보면 입가에 웃음이 스윽 번지며 이내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어떻게든 밤새워서라도 졸려도 지겨워도 억지로라도 쓰 해주는 라디오가 급할 때 돈 빌려주는 친구처럼 고마워서 업고 다니고 싶어 진다.


첫 사연을 쓸까 말까 고민이라면 가장 쓰고 싶은 채널과 코너에 심혈을 기울여 한편을 올려라.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쓰고 싶다면 거기에 써라. 그 한편이 당첨이 된다면 사연은 계속 이어질 것이고 불발이라도 실망 말고 계속 쓰면 된다. 왜? 불발탄이라고 언제까지 안 터질 줄 아나? 불발탄도 언젠가 터지는 날이 온다. 작가들도 사람인데 내 불발탄을 매일 접하다 보면  이게 불발탄이 아니라는 것을 믿는 순간이 온다. 그때 무더기로 한꺼번에 연속 폭발 일어날 거니까 부디 조심하시길 바란다.


딱 한 번만 소개되면 된다. 짧은 글 긴 글이건 퀴즈 건 랜덤으로 뽑든지 말든지 신경 쓸 것도 없고 다 당신의 글씨가 셰익스피어 오른쪽 광대 후려치듯이 뛰어나기에 뽑힌 것이니 부디 의심하지 말 것.

내 글이 작가님에게 간택받은 것이 증명된 셈이니 거칠 것 없이 쓰면 된다.

마음 가는 대로 써보자.


개인적으로 아직 불발탄으로 남은 코너가 있는데 이상하게 안되니 도박판에 집문서 땅문서 다 갖다 바치는 호구처럼 끝없이 도전하고 있다. [박소현의 러브게임 초성 퀴즈] 정상 직전에서 항상 미끄러진다. 정상에 닿기 일보 앞에서 DJ가 손을 잡아 줘야 하는데 요즘도 손만 쳐다보고 있는 꼴이다.


이상하게 모든 라디오 채널이 호감이 되지 않았다. DJ의 탓을 하면서 감히 말하자면 (김영철의 파워에프엠, 정오의 희망곡. 붐붐파워, 오후의 발견, 안영미 씨 나오는.. ) 패턴이 파악되지 않는 몇몇의 난공불락의 요새가 있었다. 사연을 보낼 순 있겠는데 크게 참여 욕구가 안 생기는 게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함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DJ 캐릭터가 너무 강해서 분위기를 종잡을 수 없는 곳엔 불발탄이기 전에 총을 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지금부턴 여기도 써볼 생각이다. 모든 라디오 채널의 거의 모든 코너에 선물을 받아 보려고 한다. 욕심이지만 한번 해보련다. 말하는 대로 생각대로 이루어질 거라 유재석을 믿어 의심치 않기에 말이다.





특히 한 가지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이 방법은 나만 알고 있어야 되는데 가르쳐 주기 싫다 정말.


선김치 후 선물


사연한 편 쓰고 김칫국 실컷 배불리 퍼 마시고 소파에서 누워 자라.

선물은 자동적으로 알아서 즉각적으로 신속하게 총알배송으로 올 테니 걱정 말고...


김칫국부터 마신다고 초친다고 하는데 그거 아주 틀린 말이다. 난 사연 쓸 때 선물 받을 사람이 정해지면 먼저 묻는다.

"이모 00 화장품 써?"

"엄마 홍삼세트 먹을 거야?"

"00 친구야 블랙박스 필요해?"

"여보 냉장고 김치 다 떨어졌어?"


이렇게 물어보고 맞춤 선물을 주기 위해 마치 예약된 선물처럼 김칫국 마시면서 사연을 쓴다.

이렇게 쓰면 당첨이 아주 잘된다. 노래도 있지 않은가?



 

말하는 대로 생각한 대로

나 스무 살 적에 하루를 견디고  불안한 잠자리에 누울 때면  내일 뭐하지 내일 뭐하지 걱정을 했지  두 눈을 감아도 통 잠은 안 오고  가슴은 아프도록 답답할 때  난 왜 안 되지 왜 난 안 되지 되뇌었지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다곤 믿지 않았지  믿을 수 없었지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할 수 있단 건 거짓말 같았지  고개를 저었지
사실은 한 번도 미친 듯 그렇게  달려든 적이 없었다는 것을  생각해 봤지 일으켜 세웠지 나 자신을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단 걸 눈으로 본 순간  믿어보기로 했지
정말 들어야 하는 건  내 마음속 작은 이야기  지금 바로 내 마음속에서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다고 될 수 있다고  그대 믿는다면..
도전은 무한히 인생은 영원히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또 당첨을 확인했고 모르는 번호로 작가님에게 전화가 왔다. 하도 사연이 당첨되고 소개되니 가까운 가족부터 지인까지 이제는 심드렁해진다.
"이번에 백화점 상품권 받았어 10만 원."
"........ 그래 좋겠다."

그만 좀 당첨되고 싶은데 이젠 귀찮은데 그만둘 수 없는 게 하나 있어서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눈먼 사람처럼, 바다 위 난파선 표류자가 갈증을 이기지 못하고 바닷물을 벌컥벌컥 들이켜듯 이기지 못하고 계속 보내게 된다.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
무언가 끄적이고 싶고 문장으로 스토리로 쓰고 이야기하고 싶어 진다는 것.
계속 글을 쓰게 해주는 동기부여 제공자  라디오와 DJ, 승부욕 자극하는 작가님들에게 이 글을 바친다. 

부디 건승하시길!

맞춤법 검사하고 발행 누르려는데 또 당첨사실 확인해 버렸다. 젠장 당첨 귀찮은데 이제.. 말하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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