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잘꾸 Jan 05. 2020

불안과 희망의 사이에서 벨튀를 하다.

불안과 희망이 동시에 초인종을 누른다.


현재 다니는 회사의 재정문제가 심각해 보인다.

출근의 날수와 횟수가 보기에도 들쑥날쑥 거 린다. 젠장 이젠 돈이 되지 않기에 이른다. 슬슬 겁이 나면서 한 달 동안 어떻게 버틸지 궁리하게 된다. 수입은 적자이고 지출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차 보험료와 각종 공과금 이제는 학원비까지 덤으로 걱정해야 된다. 월급날은 점점 멀게만 느껴지고 그나마 숨 쉬던 월급날마저 은행과 카드사에 미리 저당 잡혀 버렸다. 출근 후 열심히 알바 사이트를 전전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주말 알바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다른 일자리를 슬며시 알아보았다. 여기도 여전히 칼바람이 불고 있다. 퇴근 후 고민을 하다 잠시 잊고 히죽거리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지인이 취업할 곳을 소개하며 자신은 해당이 안되니 내게 추천한다며 알려준다. 몰랐던 사실이다. 필요한 서류를 알아보니 잠시 외출을 해야 할 거 같다. 근데 대놓고 눈치 보이니 신중히 생각했다. 이곳으로 옮기는 게 더 나은 선택일까?

이론적으로 보기엔 지금의 어영부영한 회사의 분위기와 처우보단 대우나 환경은 쪼금 나아 보이는데 돈 차이는 없어 보인다. 직접 겪어봐야 알겠지만 한번 내 보기로 했다. 궁금한 사항을 메모했다가 인사처에 물어보았다. 원하는 대답을 속시원히 확인했고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얼마 전 출근해서 마음을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지금 바뀌지 않는 것은 영원히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일하는 조건, 환경, 사람들의 관계, 회사에서 과연 나를 얼마나 위해줄까? 신경이나 쓰긴 할까? 돌아가는 상황은 지금 당장 누군가 퇴사해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 납득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몇몇 사람들은 나처럼 이직을 고민 중인 거 같았는데 회사의 눈치와 이목을 끌기 싫어서인지 꽁꽁 감추고 있었다. 다른 사람을 걱정하고 의식할 필요는 하나도 없었다.  내가 지금 나간다고 업무가 안 되는 것도 아니고 어느 정도의 피해를 주는 것도 결코 아니었다. 그저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들어가면 하루면 끝나는 일.

"그 녀석 나갔어?."

"결국 나갔네 그렇군."  정도로 치부될 나의 퇴사 예상 반응인데 어쩐지 지금껏 이직의 경험상 항상 좋다고 옮기고 나면 내가 몰랐던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기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건 아닌가 스스로 반문하고 있다.

 

옮기려는 곳의 승패가 갈린 상황도 아니고 실패하여 이직을 못하고 잠시 절망을 맛본 후 다른 희망을 찾아 헤맬 수도 있다. 일단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이왕 해보는 거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도 먹으면서 나는 그날의 결전을 대비하고 있다.

신년 타로카드 운세를 보니 1월에 결단의 순간이 오고  선택을 했을 때 큰 변화가 온다고 했다. 지금의 회사에서 안정을 바랐는데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발길은 자꾸 다른 선택을 하라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직을 하다가 나이만 먹는 거 같아서 너무 슬프다. 월요일 출근해서 현실을 다시 피부로 느껴보면 빨리 가는 게 답이구나 하고 또 절실해질 것이다. 선택의 순간에 따른 책임과 결과는 온전히 내 몫이며 완전한 자유는 두려움을 포함한다고 했던가?

 

옮기는 게 자유는 아니지만 이곳을 영영 벗어나는 차원에서 자유라면 자연스러운 잊어버림을 자유라고 부르는 것 아닐까?


내가 평생을 매진하고 몰두하고 싶은 태평양 바다 같은 광활한 글쓰기의 세계에서  과연 나는 바닷속 해녀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배 타고 고기 잡는 어부가 될까? 낚시를 하는 낚시꾼이 될까? 그물을 던져 무엇을 잡게 될까? 아님 영영 바닷속 물고기일 뿐인가? 태평양이 아닌 육지로 가야 하는데 바다 위를 표류하고 있는 걸까? 마음은 태평양에서 바다 고래를 사투 끝에 잡고 싶은데 아직 낚싯바늘에 미끼도 꿸 줄 모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다 괜찮아. 때로는 질 때도 있고 좌절도 하고 절망도 하고 끝도 없는 나락에 떨어진다고 해도 자신을 믿고 글쓰기를 계속하고 싶다. 연필이든 볼펜이든 키보드이든 뭔가를 쓰고 골몰하고 몰두하고 집중할 때마가 새로운 세상으로 빨려 들어가는 희열과 호기심에 앞으로의  글쓰기는 더욱 포기하지 못하겠다. 내 삶에 깊숙이 침투하여 걸어갈 때마다 쓰는 자의 흔적을 남기고 눈길 위에 발자국을 남기듯 순수한 창작의 결과물을 탄생시켜 '작가' 혹은 '글 쓰는 자'로 기억되고 싶다. 


훗날 내 인생이 영원히 저물기 전에 하나만 남길 수 있다면...

"세상을 왜 살아가고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 란 질문에 [나의 분신 같은 작품]으로 답을 할 수 있을 텐데..

[작품] 하나만 남길 수 있... 까짓것 남겨보지 뭐. 난 생각한 대로 살고 싶으니까. 글을 계속 쓰면서 이직도 보란 듯이 하면서 자신을 잃어버리지도 않으면서 자격지심 꺼지라 외치면서 오늘도 좌절금지!


 

고래를 아직 못 잡아도 바다는 바라보고 살자.

네 인생에 대해 간단히 말한다면 어떤 테마의 이야기가 될까? 

당신의 인생관의 중심은 무엇인가?

당신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한마디는?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럽다고 생각하는 일은?

당신이 죽은 뒤, 사람들에게 어떤 추억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이 질문들의 답이 당신의 존재 의의 일수도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라디오 당첨 200% 초필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