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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잘꾸 Jan 11. 2020

따돌림과 열등감, 인간에 대해서

따돌림을 당하는 사람에 대한 우리의 자세

작거나 크거나 2명 이상의 가~족! 같은 회사에서 누군가와 접촉하고 어울리거나 대화를 하기 일절 싫어하며 기피하는 현상은 사내 따돌림과 동일하다고 봐야 할까? 


학창 시절에만 따돌림의 문제가 있을 것이라 순진하게 믿었던 나도 사내 왕따를 당한 적이 있다. 왕따라는 게 10명이서 한 명을 집중적으로 괴롭혀야지만 성립하는 게 아니더라. 방조, 방관, 무관심, 경멸, 조롱 등 그 형태와 행태는 복잡 미묘하고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겪어봤던 왕따는 회사 사측에게 당했던 갑질 같은 수준의 행동의 제약과 심리적 압박에 따른 고의적인 스트레스를 받았다. 예를 들어 돈이 되는 야간근무나 연장 근무에서 제외시키거나 작은 꼬투리를 과대 확대해서 질책과 폭언을 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갖가지 이유를 들어 업무와 상관없는 일(청소, 궂은일 등)을 혼자만 하게 하는 것 등이 있었다. 회의 시간엔 콕 집어 이름을 거론하진 않지만 '암적인 존재'인 거 마냥 분위기를 정치질 하고 누가 들으면 마치 나 혼자 회사의 규칙과 목적에 반하는 불순분자인 것처럼 취급하며 스트레스를 안겨 주었다. 


가장 힘든 점을 꼽으라면 믿었던 동료나 상사의 180도 변하는 태도와 업무와 상관없는 폭언, 욕설, 성적인 발언과 정작 자신들은 말과 행동이 다르면서 가볍게 묵과하고 나의 잘못만 크게 들추려는 행동이 보일 때 받았던 심리적 혈압상승과 스트레스가 컸다. 누군가가 또는 어떤 단체나 조직의 사람들이 합심하여 나를 공격하며 미워하고 싫어하고 기피하며 일부러 고의로 내가 스스로 나가떨어지길 바란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오르는 차원을 넘어서서 매일 감시를 당하고 있는 것 같아 못 견디게 외로워지더라.

한 번은 이런 적도 있었다. 업무를 하는 데 있어 예를 들어 연필이 필요하다고 치자. 다른 부서에 주로 연필을 사용해서 일을 하는 분이 있는데 말하고 빌려 쓰곤 했다. 따돌림을 당하고 나서부터는 연필을 빌려달라고 하자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없다며 딱 잘라 말하는 것이 아닌가? 본인이 없다고 말하니  없는 줄 알고 일을 하다가 우연히 보니 빌려주지 않던 그 사람이 열심히 연필을 쓰고 있다. 그분 옆에서 같이 연필을 쓰면서 일하는 또 다른 분도 연필로 일을 하고 있다. 도대체 그 연필은 어디서 나왔을까? 고작 연필을 빌려주기 싫을 정도로 내가 사람들의 기피대상이 된 것일까? 생각하며 속이 아파왔었다. 화도 나면서 생각을 바꿔 먹었다. 


"빌려 주기 싫어하는데 굳이 상대하지 말자." 

"저 정도 사람인 것을 내가 화낼 필요도 없으니 스트레스받지 말자." 


분명 나의 잘못도 있으리라 곱씹기도 했다. 냉정하게 내 안의 나와 대화해 보았을 때 있긴 있었다. 사람들을 대할 때 굳어 있는 표정이나 직장 상사의 회식 권유에 대놓고 거절한 것? 업무의 실수가 잦은 점? 불평불만이 많았던 점? 상사나 사측에서 살살 나를 건들 때 참지 못하고 감정을 표출했던 점은 사회성인 측면에서 미숙하다고 백번 인정한다. 그렇다고 해도 많이 매우 심하게 왜 그랬을까? 생각하다가 욕이 나온다 이 얘긴 더 이상 그만하자 18.


이랬던 내가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을 만나고 최대한 부정적 감정을 자제하고 불평도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며 둥글둥글하게 지내고 싶어 많이 웃어보려 노력하는 중 한 사람이 눈에 띄게 들어왔다. 

느리다. 얼굴이 굳어 있다. 불만도 좀 있는 거 같아 보이고 업무를 배울 때 심하게 질문이 많은 사람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줘도 11가지째를 질문한다. 말을 섞어보면 작고 사소한 일도 심하게 받아들이고 불평으로 곧장 이어지니 주변 사람들이 기피할 것으로 보인다. 조금 더 지내다 보니 자신에 대한 열등감과 자격지심이 상당히 강한 사람이었다. 자기 결정도 쉽게 남에게 미루고 일적으로 부딪히는 것과 상대방의 차가운 태도를 미리 예상하며 겁도 많아 보였다.


"네가 00 하면 나도 00 하고..

"너는 빠릿빠릿해서 잘할 테지만 난 원래 느리고 이해도 느리니..."

"내가 못 참고 대표랑 말다툼을 크게 했고 전 직원이 다 그 모습을 봤으니 난 이미 찍힌 거 같아."

"이러저러하게 알려주면 자기도 쉬울 텐데 왜 이리 비비 꼬아서 안 알려주다가 이제야 알려주는 거야?"

"저 사람은 왜 내게 말할 때 기분 나쁘게 이러저러하게 행동하며 말하지? 내가 그렇게 못마땅한가?"

"네가 보기에도 김 부장이 나만 콕 집어 이런 일 시키는 거 같지? 자기가 할 일 아니야?" 

"나한테 일부러 그러나 도대체 왜 이런 일을 시키는 거야?" 


그의 대화를 보았을때 예전의 나와 중첩되는 습관도 더러 보이기 시작했다. 부정적 상황 파악과 남 탓하기와 작은 일에도 감정을 소모하며 상대방이 나를 싫어한다고 스스로 느끼는 것 등이다. 


나 역시 이런 면이 너무 잘 보이기에 사실 크게 어울리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눈치도 없고 센스도 없다. 내가 봐도 얄팍하고 교묘하게 이용만 하려는 사람들에게 좋은 타깃이 될 것 같다고 느껴졌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싫은 내색도 감추곤 했는데 어느 날 직장 상사가 그를 불러 업무 지시를 하는데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했다. 


김 부장(가명)이 콕 집어 안 해도 될 일을 굳이 업무인 거 마냥 억지로 지시했다. 그 말에 동의라도 하듯이 김 과장(가명)이 다시 세부 지시를 하는데 말투나 행동 표정에 일부러 빙빙 돌리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아 예전 내가 당했던 방법을 똑같이 그에게 쓰고 있구나.. 안 그랬으면 좋겠는데.."

마음이 아팠다. 그는 다른 사람을 피해주기도 싫어하고 악의는 없는 사람이었기에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내가 순간 울컥하고 화가 났다. ("자기들이 상대하기 싫으면 적당한 업무나 지시하고 무관심하면 될 것을 굳이 괴롭히듯이 해야 직성이 풀리는가?")

장기적으로 그를 힘들게 해서 스스로 퇴사하게 만들려는 뻔한 수작의 시작이었다. 자꾸만 예전의 내가 당했던 모습이 오버랩되며 오지랖이라고 해야 할까? 측은하기도 하면서 동료로서 그렇게 친하진 않더라도 거기에 동조하면 안 된다고 생각이 굳게 섰다.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고민 끝에 첫째로 그의 말을 들어주기로 했다. 예상대로 엄청한 불만과 불평과 욕설에 준하는 원망이 묻어났다. 들어주기 힘들었지만 예전의 나도 저렇게 하지 않으면 가슴속이 답답해서 폭발할 거 같았으니까 일단 들었다. 예전 나도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나를 기피하게 되었었지 하면서 화를 내야 할 부분과 예민할 필요 없는 부분을 짚어주며 생각을 물었다. 처음부터 내 말을 쉽게 납득할 순 없을 것이다. 두 번째로 셀프로 자학하며 부족하다는 열등의식을 덜어주고 싶었다. 같이 업무를 하면서 칭찬을 많이 해주었다. 그러다 보니 차츰 밝아지며 농담도 하고 공감할 사람과 털어놓은 대상이 있다는 것에 행동이 점차 안정적으로 바뀌어 갔다. 곁에서 진정시켜 놓으면 김 부장이 건들고 옆에서 고민을 쪼개고 있으면 김 과장이 와서 살살 그의 부드러운 감성을 자극시키고 떠나곤 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 김 부장, 김 과장 걔들을 딱~! 한대만 치고 싶다." 고 말했다.

그 말에 내가 "언젠가 퇴사하는 날 그날 때리시고 지금은 진정하세요." 했더니 "때리면 걔들이 날 신고하겠지?" 하면서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미리 상상하며 감정이 격양되어 있었다. 


퇴근을 한 후 그를 대면하고 긴 이야기를 했다. 예전의 나의 따돌림 이야기도 해주고 현재의 사측 사람들이 그를 대하는 태도와 이유에 대해 내가 바라본 시선을 말해주었더니 그도 동의하며 모두 그렇다고 그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이번엔 내가 미리 마음의 다짐을 할 수 있게 앞서 나갔다. 

"김 과장이나 김 부장이 훗날 이러저러하게 행동하며 나올 수도 있을 텐데 그때는 이러저러하게 대응하세요."

"절대 감정으로 싸우려고 하면 안 되고 업무적으로만 정석대로 얘기하시고 부당한 부분을 묻어가지 마세요."

"사람이란 게 신기하게 누구나 저도 그렇고 남이 나보다 약하고 모자라 보이고 만만해 보이는 순간 동물처럼 잡아먹지 않을 뿐이지 말과 행동이 깔보고 쉽게 볼 수밖에 없어요."

"물론 그렇게 보는 사람들이 나쁜 거지만 내가 그 사랑 행동을 억지로 바뀌게 할 순 없으니 내가 바꿀 수 있는 부분은 바꿔보고 스트레스를 최소화시키는 게 가장 현명한 거 같아요."


그에게 열등감은 자존감을 높이는데 쓰라고 말해주었다. 한없이 한숨 쉬고 바닥만 쳐다보다가는 자신감이 땅속에 파묻혀서 헤어 나오지도 못할 거라고 말이다. 상대방이 나보다 뛰어난 거 같아도 내가 노력하면 충분히 더 뛰어날 수도 있고 혹 그렇지 못한다 해도 달라진 행동에 쉽게 넘보며 무시하지 못할 거라고 말해주었다. 그는 친구나 동료, 믿을만한 사람이 간절했다. 그 시절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약간의 도움이나 주변에서 바라봐줄 딱 한 사람을 원하고 있었다. 그 사람이 내가 되어주기로 그에게 말해주었다. 그 후 이상한 분위기가 내게도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와 어울리며 지낸 지 며칠이 지나자 김 과장 김 부장이 비슷한 형태의 태도와 말투로 그에게 지시하던 업무 비슷한 것을 내게도 지시했다.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내색하지 않고 그 일을 한 다음 눈치껏 거리감을 두지 않는다는 인식을 주었다. 그의 심복인 김 과장 또한 나를 대하는 태도나 간혹 말투에서 쌀쌀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회의 시간에 김 과장이 물었다. 오늘 금요일이니 친목도모를 위한 밥 한 끼 하자는 제안이었다. 난 이미 그와 약속이 잡힌 터라 거절하고 돌아보니 그 자리에 빠지는 사람은 그와 나 둘 뿐이었다. 평소 김 과장의 신임을 받아오던 유망주 K 씨가 퇴근길에 내게 묻는다. "오늘 정말 안 갈 거야?" 



그는 확실히 피곤한 사람이고 기피대상 1호일지도 모른다. 곁에서 상관하지 말고 놔두라고 너도 피해본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근데 왜 나는 사서 고생인가. 개 같었던 그때 그 시절의 고통을 감내하고 있을 그가 너무 외롭다고 느껴졌다. 퇴근 후 그를 만났다. 역시 그는 혼자 말 못 할 불만 덩어리를 내게 토해내고 있었지만 괜찮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다시 그처럼 나도 당할지도 모른다. 갖가지 조롱과 편견, 무관심과 따돌림 속에 혼자라고 느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그렇게 큰 개인적 원한 없이 한 사람을 평가하고 도태시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부족한 부분이 있고 다를 수 있으며 도움을 구할 수도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고 도와달라고 고민을 이야기할 수 있으며 묵묵히 이야기를 경청해줄 수 도있다. 자신보다 약하다고 못났다고 부족하다고 밉다고 그냥 싫다고 잡아먹으려 드는 것은 버러지들의 특징이다.


 인간과 버러지의 차이점은 버러지는 자기보다 약하면 잡아먹지만 인간은 자기보다 약한 자를 도와준다는 것이다.  난 한없이 착한 천사도 싫고 뱀처럼 교활한 악당이나 정치가가 되기도 싫다. 내 몫은 온전히 지키면서 부당함엔 부당하다 말할 줄 알고 때론 거짓말과 허풍을 치더라도 허영심을 품은 체 살아가고 싶지는 않다. 열등감과 자격지심으로 자살하듯이 자책하며 몸과 마음을 갉아먹고 싶지도 않고 마음이 시킨 일은 행동하며 그래도 옳은 일이라는 것에 동조하고 싶다. 앞으로 그와 함께 사내에서 아. 싸를 벗어나 왕따가 될 수도 있다.  상관없다. 혼자라면 왕따지만 이젠 서로 둘이 되었으니 엄밀히 말하면 따는 아니다. 그저 너희들과 조금 다를 뿐. 나쁜 것은 아닌데 세상의 편견과 사람들의 왜곡된 인식과 무관심은 어느 환경이나 조직에서 제2의 제3의 왕따를 재생산하기 바쁘다. 그저 내가 왕따가 될까 두려워 비겁함에 숨어 그들과 합심해서 자연스레 한 명의 왕따를 만드는데 동조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관여하지 않으면 될 것을 정도를 벗어나 악의적으로 고의적으로 그 사람을 시험해 보려 이용해서는 더더욱 안된다. 


그를 만나서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과거의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많은 사람들과 비슷한 시선으로 바라본 사실과 추측들이 모두 빗나가 있었다. 그는 과거에 빗대어 보았을 때 사회초년생도 아니었고 사회성이 부족하지 도 않았으며 범죄자도 아니었고 의리가 없고 교만한 사람도 아니었다. 상대방을 깊게 알지 못하면서 함부로 평가하거나 추측만으로 비교하면 큰 실수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좋은 사람이었다. 단지 주변에서 잘 알지 못하고 멋대로 평가했을 뿐이었다. 이번엔 그가 먼저 친구가 되고 싶어 내게 손을 내밀어 주었다. 앞으로 그의 말과 행동을 응원하고 함께 이겨내자고 말했다.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글쓰기를 추천해 주었다.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던 제안에 두려움이 큰 그가 글을 써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상관없으니 일기라도 써보라고 말했다. 연필도 좋고 볼펜도 좋고 키보드로 두드려도 괜찮다고 말했다. 단 욕설은 제외하고 화가 나거나 불만이 쌓이고 스트레스를 풀고 싶을 때 마음속 자신과 글쓰기로 대화해 보라고 제안했다. 꾸준히 하다 보면 분명 심리적으로 달라지는 부분이 있을 거라며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다음날 그가 웃으며 말했다.

"네 말대로 쓰긴 썼다만 결국엔 일기가 되어 버렸어."


그의 글이 내가 없을 때 힘이 되어줄 것을 믿는다. 쓰는 사람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자기를 표현할 줄 아는 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글이 모여서 또 다른 누군가의 든든한 마음의 위로가 되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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