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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잘꾸 Mar 08. 2020

눈앞에 그 사람과 사회적 거리두기

 

*이질감: 성질이 서로 달라 낯설거나 잘 맞지 않는 느낌.



살면서 부딪히는 사람 중에 나랑은 안 맞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에 대해 오랫동안 알고 지낸 것도 아니라 섣부른 판단이라 생각 들면서도 직관적으로 거리감이 생기는 그 사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동안 짧게 살아오면서 보고 경험해온 '그 사람' 판단의 기준을 제시해 보겠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판단, 짧은 소견이기에 참고한 하면 좋겠다. 나도 알고 있는 내용일지라도 부디 이질감을 불러오는 이 사람들을 쉽게 간과하지 말고 코로나 19처럼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길 바란다.



1. 말이 너무 많은 사람. (=입이 싼 사람)

예전 직장 입사 동료가 잔말이 많은 편이었다. 대수롭지 않게 느꼈다. 발음도 좀 웅웅 거리며 혼자 말하고 약간은 혼자 키득거리는 스타일인데 가만히 보면 약간은 자기가 뭐든 해보고 가보고 경험해보고 안다는 식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큰 이질감은 그 당시 느껴지지 않았고 일도 곧잘 하는 편에다가 보통사람 정도로 느꼈는데 내 생각이 한참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가볍게 접근해서 이 사람 저 사람과 친분을 쌓아가던 그 동료는 특히, 사석이나 술자리를 권유하며 대면한 사람들의 성향이나 싫어하는 것, 사내 인간관계를 탐색하더라. 몇 번의 술자리를 정중히 거절했더니 후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그 소문의 진원지는 바로 이 사람이었다. 말이 많은데 그중의 쓸데없는 농 같은 말이 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진지한 듯 농담인 듯 경계를 넘나드는 말투로 자신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하게 혼선을 주더니 급기야 스리슬쩍 소문을 만들어냈다. 술을 마시는 내게 거절의 의미로 술을 전혀 못해서 다음엔 밥이나 먹겠다고 돌려 말했더니 인근 술집에서 여사원과 술을 마시는 걸 봤다는 소문이 퍼졌다. 여사원 하고만 사석 술자리를 갖는다는 소문의 진원지를 알게 된 순간 따져 묻지 않았다. 이 사람은 이미 그에 대한 핑계와 변명도 가지고 있으리라 믿었기에..


한 번은 이직을 하기 위해 서점에 필요한 서적을 사러 갔는데 상관없는 회사 A 씨를 만났고 가볍게 인사하고 끝냈으나 (면접)에 관련된 책 제목을 힐끗 보고 헤어진 게 전부인데 그 책 제목을 말 많은 그 동료가 어떻게 알고 내가 회사 휴가를 쓴 날에 이직을 한다는 소문이 쫘악 퍼져 깜짝 놀라서 며칠간 직장상사 눈치를 보게 만들어주었다. 이 와중에도 히죽거리며 눈앞에 오더니 혹시 면접 준비하냐고 묻는 그의 저의는 무엇일까?



2.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

이질감 드는 사람을 분별할 때 핵심적인 부분이라 하겠다. 말과 행동의 불일치, 이것보다 그 사람을 쉽게 판단하는 방법이 있을까? 아침 회의시간에 늘 잔소리가 많은 과장님이 계셨다. 회사 내 잘잘못을 따지기 좋아하고 규칙과 규율을 중시하는 전형적인 꼰대 스타일인데 그것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그 정도는 회사니까 그러려니 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한 번은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며 질책을 하시길래 죄송하다 말씀드렸다. 나 말고도 종종 목격하셨던지 아침 회의시간부터 그 부분에 대해 잔소리를 하고 계셨다. 한마디로 '지킬 건 좀 지키면서 회사 다녀라'였다. 화장실 가는 시간을 자기가 몰래 숨어서 기록했다며 몇 명의 화장실 사용 기록을 언급하길래 다들 회의하다 말고 깜짝 놀라는 눈치였다. 나 역시 치를 떨고 말았는데 더 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부하직원들도 보는 눈이 있으니 그 과장님을 관찰하기 시작했고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것을 파악하는 게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업무시간에 딴짓하지 말라를 강조하며 정작 자신은 아무도 오지 않는 구석진 외각에서 담배를 수십 번 피웠고 다들 바쁘고 정신없을 때 구석진 외각에 숨어 평소 집적대던 미스김과 믹스커피 고민상담 타임을 갖고 계셨고 점심시간엔 특정 여사원 어깨를 주물러주며 이상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담배를 피울 때는 꽁초 역시 버리고 가셨고 평소에 흡연하는 직원들 뒤처리 잘하라고 잔소리해대는 사람이었기에 상황은 끝난 거나 다름없었다. 직원식당에선 음담패설하는 걸 좋아했고 회의시간에만 규칙, 규율, 단체생활을 강조하는 과장은 내가 말릴 틈도 없이 직원들의 험담 메인 메뉴가 되셨다.


최근 코로나 19로 인해 회사 입구에서 손 소독을 실시하고 체온을 측정한다. 주차장에서 만난 또 다른 인물 B과장을 멀 찍히서 보았다. 출근시간이 조금 늦었기에(나 역시) 헐레벌떡 뛰어가는 뒷모습이 보였다. 체온을 측정하지 않고 그대로 건물로 들어갔고 미안하지만 나도 지각 일보직전이라 무시하고 그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사무실 앞에서 근접거리로 만나서 인사를 했더니 대뜸 그가 묻는다.

"체온 측정했어?" 했다고 거짓말하긴 싫어서 급해서 바로 들어왔다고 체온 측정 다시 하고 오겠다고 했더니 왜 안 하냐며 당장 하고 오란다. B과장은 내가 못 본 사이에 체온을 측정했던 것인가? 생각하며 다시 건물 입구 쪽으로 나가 경비아저씨께 명단을 물어보니 체온 측정 서명란이 B과장은 공란이다.



3. 다른 사람의 흉이나 좋지 않은 소문을 먼저 꺼내는 사람.


가만히 일만 하고 있는데 먼저 이야기를 꺼낸 J 씨는 나보다 상급자이다. 존칭 하며 업무를 하고 있는데 대뜸 물어본다. "회사에 A 씨와, C 씨가 있는데 그 둘을 조심하라는 충고를 남긴다." 갑작스러운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보니 열심히 J 씨는 말을 이어간다. 그 내용을 요약하자면 J 씨보다도 상급자인 A 씨의 말에 속지 말고 잘해줘도 부디 의심하라는 것이다. A 씨와 개인적 친분이 있다는 C 씨에게도 말을 가려서 해야 되며 흡연을 하러 가서도 마주치면 웬만해선 말을 섞지 말라는 것이다. C 씨에게 무언가 말을 하는 순간 A 씨 귀에 바로 들어간다는 것. J 씨의 주장대로라면 훨씬 상급자인 A 씨가 퇴근 후 사내 CCTV 화면을 확대해 가면서 업무를 하는 사람 딴짓하는 사람을 골라내서 명단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근거를 물었더니 구체적인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카더라 통신처럼 불문 명한 내용을 마치 '너니까 알려준다'는 식이다. 내가 느낀 기분을 다른 동료도 똑같이 이상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J 씨는 눈앞에 상급자 A 씨가 오면 깍득이 너무 직장생활을 잘해나가는 모습을 보인다.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고 실제로 상급자 A 씨가 CCTV를 확대해서 보든말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란 말이다. 있는 소문  없는 소문을 굳이 재생산해낼 필요는 없다. 설령 사실이라 해도 사석에서 가볍게 한마디 던지면 될 정도 이야기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해대는 J 씨를 더 믿을 수가 없다. J 씨의 말대로라면 사방이 적이고 모든 게 의심투성이에 자기가 피해보거나 남들이 자신의 험담을 하는 상황은 0.1g 도 허용할 수 없다는 것 같다.


4. 교활하게 뒤통수치는 사람 

업무 할 때 자신에게 손해가 오는 순간을 기막히게 꼬집어 내는 사람이 있다. '너  사회생활 잘한다.'란 의미에는 적당한 아부와 언변, 똥과 된장을 가려내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에 부분 동의를 한다. 근데 유독 심각하게 반응하는 사람도 있더라. 회사 분위기가 심각하게 안 좋은 시절이 있었다. 분위기 좋은 회사가 어디 있겠냐만은 다들 남이 다니는 회사는 우리 회사보다 좋아 보인다고 하니 넘어가고, 갑작스레 부서이동이 내려왔다. 부서이동이라기다 하던 업무가 하루아침에 바뀌었는데 그 소용돌이 중심에 내가 있고 소용돌이를 만든 장본인 또한 따로 있었다. '나는 한마디로 박 차장에게 찍혀있었다'

그의 프로젝트 제안건에 토를 달았다는 게 유일하게 짚이는 이유인데 이렇게 그 벌을 호되게 받을 줄 몰랐다. 사소한 걸로 꼬투리가 잡히고 나니 신입사원 핑계를 대며 부서이동이 시작되었다.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이 예를 들어 [김장]이라고 치면 내일부터는 [고춧가루] 부서로 배치된 것이다. 정확히는 부서는 그대로인데 [고춧가루] 부서 업무의 허드렛일을 해야 했다. 몇 달을 개고생한 뒤에 다시 [김장]으로 돌아왔는데 다시 한번 박 차장 프로젝트건에 은근슬쩍 토를 달아보았다. 나는 며칠 뒤 [김장]에서 [고춧가루] 부서 업무 헤드렛일을 하면 곤욕을 치러야 했다. 그다음부터는 절대 박 차장의 업무 건에 대해 토를 달지 않고 퇴근 후 쓴 소주를 달게 삼켜야만 했다.


5. 처음부터 이상하게 너무 잘해주는 사람(과잉친절, 과잉 웃음= 친절한 금자 씨 )

그녀를 친절한 '금자'씨라고 지지하겠다.

입사 초기 아무것도 모르는 순딩이 시절에 유독 잘 대해주고 친절한 상사가 있었다. 미소천사처럼 항상 웃음이 많고 신입들에게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해주어 '이런 사람도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평소에는 이런 모습이지만 중요한 업무에 대해서는 철두철미하게 선을 딱 긋고 지킬 건 지키려는 것 같았다. 사내 암묵적인 규율과 규칙은 100% 따르려는 사람이기에 반감도 생기지 않았고 오히려 잘하고 있는 것이다 생각했다. 입사 몇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사석의 술자리가 생겼다. 소수정예 멤버가 모였고  그중 친철한 금자 씨도 있었고 자연스러운 모임이라 느끼고 편안하게 술자리가 끝났다. 이질감은 1도 없었고 다시 출근해서도 뜬소문도 나지 않았다. 다시 몇 달이 지난 후 그 술자리에 모인 사람들과 몇 명의 신입사원이 합해져서 새로 생긴 부서로 강제 입양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새로 생긴 부서는 체계가 하나도 없고 업무도 하나도 모르기에 다들 가길 꺼려하는 곳. 누군가는 반드시 가야 하는데 그때 모였던 금자 씨가 갑자기 총대를 매기 시작했다. 백그라운드로 윗선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으나 씨알도 먹히지 않으니 그냥 우리 끼라 똘똘 뭉쳐서 잘 해내자는 것이었다. 일전에 사석 모임에서 파이팅도 다지고 서로 술도 한잔 한 사이라고 믿었기에 의심치 않고 우리 전부는 배치되었다. 이상하건 우리 전부는 모두 배치되어 한마디로 개고생하고 있는데 정작 금자 씨는 이 핑계 저 핑계로 부서이동을 하지 않았다. 자신은 오고 싶은데 업무 인수인계로 인해 윗선에서 보내지 않으니 조금만 버텨달라는 것. 또한, 내가 갔을 때는 오히려 여러분께 업무를 배워야 하는 상급자가 되니 나도 잘 알려달라며 천사처럼 미소를 지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금자 씨는 우리 부서에 영영 오지 않았다. 윗선의 지시로 더 좋은 부서로 보직이동되었고 경력직으로 엉뚱한 사람이 떠밀려 왔다. 바보같이 너무 늦게 깨닫고 말았다. 금자 씨는 처음부터 올 생각이 1도 없었고 그때 그 사석의 술자리는 강제로 보내버릴 머릿수를 채워 보고하기 위한 수작이었음을.. 힘든 그 부서에서 두 명이 버티다가 퇴사를 했다. 아직도 금자 씨는 우리를 보거나 마치면  친절하게 대해주며 웃고 있다. 그의 웃는 얼굴에 침을 뱉고 싶어 진다.



6. 뭐든지 다 알고 있다며 자신만만한 사람(허세와 허풍의 컬래버레이션)

이분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나이는 나보다 조금 많았지만 뭐든지 자신만만했다. 해병대 출신을 자랑하듯 말하는데 한마디로 안 해본 게 없다는 것. 사소하고 어떤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도 자신이 다 알고 있고 사람에 관해 이야기해도 사돈의 팔촌에 이모에 고모에 동창에 지인에 자신이 전부 아는 사람이라 입김이 닿는다는 것. 지금에야 글로 쓰고 보니 한눈에 알아볼 것 같은 사람인데 그 당시는 왜 아무 생각 없이 그 사람을 따라다녔는지 모르겠다. 하도 매사에 자신감이 흘러넘치고 당당하니 그 부분이 시원시원해서 가식 없다 느끼고 그랬는가 보다. 이분은 매사가 직진이다. 유턴은 이분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할 말은 면전에서 직설적으로 다하는 스타일에 내뱉는 말도 모두 직선, 직진, 직구였다. 물론 어느 정도 선은 지키면서 직구였지만 그분과 함께 어울려 다니다 보니 금방 밑천이 드러났다. 절친이고 사업가라고 소개했던 지인은 변두리 술집을 운영하는 주정뱅이 사장이었고 친척이 운영한다던 카페는 거짓말에 자신의 말 한마디면 해결된다는 일은 결코 해결되지 않았다. 허세와 허풍이 너무 심해서 나중엔 빈 껍데기만 애처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당연히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또 기막히게 알아채고 연락이 하루에도 수십 통 오면서 이 핑계 저 핑계도 먹히지 않았다. 점점 이분이 질리기 시작했다. 동료로서 적당히 거리를 두고 관계하고 싶었는데 막무가내였다. 자신의 연락을 왜 회피하냐고 묻고 따지더니 새벽에 부재중 통화가 수십 통 찍히기도 했다. 결국엔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차단시켜 버렸다. 얼마 안 가 그분은 퇴사를 했다. 요즘도 그분에게 종종 연락이나 문자가 온다. 내용은 항상 이런 식이다. [ 시간 날 때 술이나 한잔하자 너한테 해줄 말고 있고 도움될 거다] 나에게 그분이 해주고 싶은 말이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7. 나쁜 사람 같지는 않은데 이상하게 조직에서 왕따를 당하는 사람.


사내커플보다 무서운 사내 왕따가 존재했다. 나 역시 사내 왕따 비슷하게 당해본 경험자로서 도와주고 싶은 맘이 간절했다. 말도 많이 해보고 술도 한잔하고 커피도 마셨다. 내가 쉽게 내린 결론은 왕따 당할 만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분은 일을 배우는 데 있어 다소 느린 편이었다. 그 부분을 동료들은 답답해하고 거리감을 두어 대했다. 어릴 때 자기보다 좀 뒤떨어지거나 신체적 장애나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 대하듯이 비웃고 수군거리기 일쑤였다. 그런 모습도 난 보기 싫어서 최대한 가깝게 지내보려 애를 썼지만 한번 동료들의 머리에 굳어진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오래 두고 보니 나도 보이기 시작했다. 그분의 잘못된 습관과 마음가짐이었다. 상대방의 눈치를 너무 보면서 자격지심이 강하고 열등감에 너무 쉽게 굴복하고 있었다. 누가 뒤에서 조종이라도 하듯이 남의 말은 귀담이 듣지 않았고 자신이 믿고 있는 어떤 진실에 대해 굳게 믿고 변화를 두려워했다. 이런저런 조언과 함께 도와주겠다고 말해줘도 실천은 하지 않았다. 곁에 있다가 쉽게 내가 지쳐버렸다. 그분이 그 나이에 철저하게 마마보이였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고 모든 상황이 이해되었다. 집에서 엄마와 아빠가 '진실된 조언'만을 제시했을 테고 회사에서도 엄빠의 매뉴얼만 철저히 따르고 있었다. 모든 시시콜콜하고 자잘한 일상생활과 고민, 인간관계가 엄빠의 귀에 들락거리고 있었고 그분은 왕따를 당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처음부터 이질감이 드는 사람은 분명 이유가 있었다. 나도 남들에게 그런 사람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철저히 나 자신만 속이고 있으면서 꺠닫지 못할 수도...





8. 아쉬울 때만 잘해주고 아쉽지 않으면 바로 버리는 사람. (토사구팽 형)


토사구팽형 K 씨. 더 무슨 말이 필요하랴? 상급자인 K 씨는 말단으로 있던 내게 친절히 믹스커피까지 타 주면서 호의를 베풀었다. 화장실까지 따라와서 따뜻한 커피를 건넬 때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것. 경력직으로 들어간 회사에 특별한 업무는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나밖에 그 일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부담스럽게 잘해주고 친절히 해주고 친해지고 싶다는 의중을 내비쳤던 상급자 K 씨. 호의를 고맙게 받아들이고 업무 하다가 타 부서 직원들이 크게 혼나는 상황을 목격했다. 내가 평소 보아온 K 씨의 이미지와는 많이 달랐다. "진짜 ㅆㅂ' , '일할 줄 모르냐?" , '남직원에겐 군대 안 갔다 왔냐?" , "생각이 없냐?" 등등 폭언을 일삼더니 며칠 뒤 나도 똑같은 질책을 당했다. "

나의 실수에 대해 폭언을 일삼던 그가 던진 한마디가 계속 가슴에 남았다.


"업무 할 때 딴생각하면서 하세요? 퇴근해서 애인 만나서 밤일할 생각 하세요?"


잦은 업무 이동도 이유가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았던 나를 괴롭힌다고 밖에 보이지 않았다.

한 번은 이런 말도 했다.

"나 열 받게 해 봤자 나는 아쉬울 것 손해 볼 거 없다."

"다른 회사 이직하면 잘 할거 같냐? 천만에~!"


항상 힘들고 괴로운 업무 이동시에는 명분이 따라왔다. 말도 안 되는 갖다 붙이기 식 명분.

내가 A 업무에서 B 업무를 배워 P 씨에게 인수인계하라는 것. 6개월 뒤 B 업무를 겨우 배워서 이제 그만 P 씨에게 인수인계하고 내 자리로 가겠다고 했더니 말을 돌려버린다.

"P 씨는 다음 주부터 C업무 배울 거야, 당분간은 당신이 B 업무를 계속해줘요."

눈뜨고도 코베이는 이 느낌. K 씨의 맘에 안 드는 직원 괴롭히고 애먹이기 방법 중 하나이다. 이런 상황에서 뒤돌아 조소를 띄며 기분이 좋아지는지 모르겠지만 당하는 사람은 피가 마른다. 이런 과정을 몇 번 거치다 보면 자연스레 감정적으로 부딪히게 되고 다시 꼬투리가 잡히면 모른 체 업무적으로 대응하며 결국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되곤 했다.


성희롱도 곧 잘하는 사람이었다.

"마누라 찌찌 오늘 만졌다고 내일 안 만지냐?" 아침 회의시간에 여사원도 있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시간이 흘러 입사원이 내가 제일 자신 있던 업무에 추가되었고 그 순간 나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K 씨가 퇴사를 하지 않는 이상 곧 다른 이상한 업무로 바뀔 것이며 현재의 업무에 미련을 버려야 그나마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겠다고 말이다.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아 나는 잦은 업무 변동에 수개월간 시달려야 했다. 하도 답답해서 그나마 친분이 있는 K 씨의 최측근이었다가 퇴사한 사람을 수소문해서 만나보았다. K 씨가 이렇게 내게 하는 이유를 물었다. 대답은 이거였다. [K 씨는 당신이 괴롭고 힘들기를 바라고 있다고 그러니 싸워 이길 명분이나 서열이 되지 않는다면 충분히 힘들었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K 씨와 개인면담을 요청하거나 술자리를 같이 한 다음 K 씨 얘기는 쏙 빼고 요즘 너무 힘들고 지친다고 말하라는 것이다.] 그의 조언대로 꾹 참고 그리 말했고 괴롭힘은 스멀스멀 줄어들었다.

이런 게 사회생활이라면 인간이길 포기하고 싶어 진다 가끔은.



9. 이쪽저쪽 유리한 쪽에만 상황에 따라붙는 박쥐 같은 사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유리한 사람 유리한 상황, 보다 득이 되는 쪽에 부자연스럽게 합류하는 사람도 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꼭 등장하는 그 사람 말이다. 주인공의 앞길을 막기 위해 부조리와 부당한 악당의 편에 슬그머니 스파이짓을 하는 그런 사람.

내 옆에서 있었다. 이런 사람들이 하는 말은 거의 다 거짓말투성이다. 겉으론 최대한 티를 내지 않지만 속마음을 알 길은 전혀 없다. 일정한 파벌이나 인맥을 형성하지도 않지만 가만히 관찰해보면 힘이 있고 유리한 그룹에 항상 끼여 있으려 한다.

개인적 친분이 있던 [박쥐] 그분이 어느 날 내게 귀띔을 해주고 갔다. ['이번 부서장 발령은 00 씨의 입김이 작용했으니 줄을 잘 서라는 것.]

아니나 다를까 줄을 잘서라는 부서장과 항상 옆에 꼭 붙어서 시중을 들고 다녔다.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그는 진급을 했고 사석에서 술을 한잔하며 똑같은 레퍼토리를 읊는다.

"난 이 회사 3년만 보고 있어. 큰 비전은 없어 보이고 흥미도 없어서 3년 뒤엔 공무원 시험이나 보려고!"


또 한 번은 괜찮은 경력직 자리가 생겼으니 한번 알아보라는 것. 예상치 못한 시간에 전화가 와서 적잖이 놀랐다. 그 정도로 친분이 있다고 느끼진 않았는데 내게 이런 자리를 알려주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00 자격증과 00 경력이 꼭 필요한데 자기는 조건이 좋아도 지원이 불가하니 내게 추천한다는 것, 만약 자기가 지원자격이 된다면 내가 지원했지 너한테 알려주지도 않다는 것!" ]

마음은 고맙지만 굳이 내게 연락해서 알려줄 필요는 없었다는 것 같은데 틈만 나면 회사에서 불편하게 물어봤다.


"지원해봤어?"

"결과 나왔어?"

"붙었어 떨어졌어?"


후에 안 사실이지만 내가 그 경력직 자리에 지원했다는 소문이 나 빼고 모두 알고 있더라.



10. 두 개의 가면을 철저하게 쓰면서 이미지 관리 잘하는 사람.


사실 마지막에 쓰는 만큼 가장 최종 보스 같은 사람이니 주의가 요망된다.


맞다. 철저하게 두 개의 가면을 쓰고 있다. 도박판의 타짜나 포커페이스처럼 자신의 감정이나 기분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는다. 이런 부분은 사실 배우고 싶을 정도다. 사석이나 술자리에서도 그들의 가면은 결코 벗겨지지 않는다. 단지 오랜 경험을 통한 통찰력으로 짐작이 갈 뿐이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예의가 바르고 감정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는다. 물론 험담도 하고 일반적으로 화도 내고 짜증도 부리지만 그마저도 전부 계산된 연출이라는 게 문제다. 그들의 무대는 언제나 회사이고 보조 연출은 다른 직원들 모두이다. 연극배우라고 보는 게 더 맞을 거 같다. 그 연극의 막은 결코 퇴근해도 끝나지 않는다. 자신의 가장 걸림돌이라 여기는 사람은 귀신같이 찾아낸 후 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고 해결할 방법을 찾는다.


아무리 두 개의 가면을 써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보이게 마련이다. 말을 최대한 돌려서 이야기하며 항상 공손하고 예의 바르게 대하면서 최대한 웃음기 있는 얼굴로 사람들을 하려 하는 게 보인다. 그 사람의 속은 철저하게 계산적이고 나름대로 상대방의 점수를 매기고 의중을 파악하고 있다. 기회주의자인 이들은 철저하게 모든 순간과 상황을 자신이 이용해먹을 데가 없을까 궁리하고 교묘히 실행에 옮긴다.


글을 쓰고 있지만 1~10번 중 나도 해당사항이 있을지도 모른다. 나도 인간이기에.

퇴사와 회사, 스타트업 등 글쓰기의 주요 이슈도 점점 시대를 따라가는 것 같다.

한 가지 분명한 건 거리를 두어야 할 사람은 분명 존재하며 회사든 사회생활이든 인간관계의 복잡 미묘한 상황을 전부 컨트롤하며 예측, 대비하기란 어렵다고 본다. 그래도 오늘보단 내일이 더 나아질 거라 믿으며 건강한 인간관계를 통해 정신건강을 지키고 싶다. 오늘도 다들 힘내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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