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시드니, 그리고 싱가포르

2. 호주 날씨 차원이 달라

by 하현태



시드니에서의 두 번째 해가 떠올랐다. 눈을 뜨자마자 전날에 간신히 예약한 오페라하우스 투어를 위해 지하철에 올랐다. 2층 지하철은 볼 때마다 신기하다. 하지만 신기한 게 2층 구조뿐만은 아니었다.

이날부터였나, 개찰구를 지날 때마다 직원이 다가왔다. 그들은 오늘 하루는 어떠냐는 안부를 시작으로 어느 역으로 가는지, 휠체어용 슬로프가 필요한지 물었다. 안 그래도 단차가 꽤 넓고 높아 애를 먹긴 했다. 이런 걸 물어보는 직원은 시드니가 처음인지라 무척 당황했다. 런던에서는 지하철을 안 탔고, 교토는 단차가 평탄했으며, 서울에서는 눈치나 혀 차는 소리를 들었으면 들었지, 도와주겠다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시드니의 직원들은 달랐다. 그들의 미소에 홀려 나도 모르게 도착지를 말했고, 슬로프가 필요하다고 끄덕였다. 그러자 무전을 보내더니 조심히 가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니 직원이 다가온다. 도착지를 다시 확인하더니 벽에 붙은 철제문을 열어 슬로프를 꺼낸다. 지하철이 들어온다. 그런데 내 앞이 아니라 지하철 기관실로 향하는 게 아닌가. 지하철의 허리 부근에 있던 나는 머리 쪽에서 대화하는 직원들을 보며 크게 당황했다. 먼저 타야 하나 고민하니, 직원이 느긋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웃으며 말한다.


“걱정하지 마! 널 두고 가지 않아.”


그러더니 주섬주섬 슬로프를 걸쳐두고 내게 손짓한다. 덕분에 우린 쉽게 올랐다. 직원이 슬로프를 빼자 서서히 문이 닫혔고, 뒤에서 “Have a nice day!”라는 웃음 섞인 문장이 가슴에 날아와 박혔다. 그들 덕분에, 호주에 있는 모든 날이 ‘Nice day’였다.


무사히 도착한 서큘러키역. 투어까지 시간이 살짝 남아 헝그리잭스에서 아침을 먹었다. 해시브라운을 포함한 모닝 세트였는데, 생각보다 더 맛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맛보다 더 기억에 남는 건 비둘기였지만 말이다. 우비를 벗고 비를 터는데, 갑자기 비둘기 한 마리가 들어왔다. 나무나 철문이 아니라 세차장 같은 비닐 빗장이라 이런 일이 흔한 눈치였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아 하는 게 더 신기했다.


다시 비를 맞으며 도착한 오페라하우스. 어제와 같은 곳에 도착한 우린 우비를 벗고 옷을 털었다. 그런데 웬걸. 옆에서 한국인 커플이 다정하게 사진을 찍고 있는 게 아닌가. 으슬으슬한 몸으로 난간에 기대 사진을 남기던 나는 새삼 슬퍼졌다. 저 옆에서 포즈를 취하는 여자친구를 찍어주는 남자, 그리고 바지가 다 젖은 채 구부정한 자세로 앉은 나. 그렇게 구도가 참 폭력적인 사진이 남았다.


여차저차 투어 시간이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니 미국인 부부와 동양계 외국인 한 분이 더 오셨다. 친절하고 재미난 가이드분과 첫인사를 나눴다. 어디서 왔냐고 다 물었는데, 그 동양계 외국인에게는 안 물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일행인 줄 아신 것 같다. 이것도 일종의 인종차별인지, 아니면 정말 실수 내지 착각인지는 모르겠다. 뭐, 다른 때는 친절했으니 실수인 것도 같다.

그렇게 우린 오페라하우스의 뒷모습을 탐험했다. 투어는 안에서 밖으로, 아래에서 위로 이어졌다. 와인잔에서 한 방울도 안 흘릴 정도로 잘 설계된 엘리베이터를 시작으로 완공에 관한 이야기와 역사, 내부 시설을 소개받았다. 계단의 중앙에 터널이 뚫린 곳이 있었는데, 22년인가 23년에 새로 뚫었다고 한다. 오페라하우스의 상징인 외벽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무슨 재료로 어떻게 지었는지, 그리고 벽돌 틈새의 글에 대해 들었다. 단 하나도 기억에 남아 있지 않아 웃기다.

실내로 돌아온 우린 어느 공연장을 구경했다, 오직 음향만을 위해 지어진 내부 설계. 천장에 매달린 조명과 붉은 판들. 공연자에게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마침 오케스트라가 준비 중이어서 찍지 말라고 말할 때까지 사진을 찍었다. 다른 가이드 팀이 들어오니 피아노 연주자가 연주까지 해주셨다. 오페라하우스에서 음악을 듣다니! 비록 연습이고 짧았지만, 무척 소중한 경험이었다.

역사가 담긴 영상물을 본 후 마지막으로 하버브릿지가 한눈에 보이는 통창 유리 앞에 섰다.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창으로 보이는 다리, 장난감 같은 노란 페리와 작은 배, 그리고 각양각색의 건물들까지. 이런 풍경을 보고 있자니 시드니에 왔음이 더욱 실감 났다.

아, 포인트를 구경할 때마다 가이드분이 열렬히 사진을 찍어주셨다. 그리고 질문할 때마다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해주셨다. 아무래도 처음의 그것은 착각인 것 같다.


투어를 끝내니 비가 그쳤다. 옆구리 쪽 식당가를 따라 걸으니 갈매기 한 마리가 난간에 한 발로 서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도 날아가지 않고 꼿꼿이 서 있는 게 웃겼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니, 말도 안 되는 풍경이 펼쳐졌다.

바람을 따라 오른쪽으로 사라지고 있는 먹구름. 그 위에서도 선명한 태양과 왼쪽 구석에서 존재감을 내뿜는 깨끗한 푸른 하늘. 역광임에도 반짝이는 하버브릿지. 이 순간을 위해 시드니에 왔나 보다.


한참을 머무르며 사진을 남겼다. 특히 오른쪽의 오페라하우스, 왼쪽의 하버브릿지를 한 장에 담은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든다. 다시 서큘러키로 돌아온 우린 퀸 빅토리아 빌딩으로 가기 전에 젤라토를 하나 먹었다. 컵으로 주문했는데, 이미 넘치고 있음에도 계속 담아주셔서 당황했다. 브라우니도 하나 올려주셔서 더 당황했다. 그런데, 정말. 너무너무 맛있어서 제일 당황했다. 또 사 먹지 않은 내가 너무 원망스럽다.


마침내 도착한 퀸 빅토리아. 나라마다 다른 백화점의 분위기가 참 좋다. 우린 잠깐 둘러보다 식당에 앉았다. 해산물 토마토 파스타를 먹었다. 소스나 면은 그저 그랬는데, 해산물이 정말 차원이 달랐다. 도톰한 오징어링과 맛있는 새우와 홍합. 무척 만족스러운 한 끼였다. 세로로 긴 구조가 무척 특이했다. 그렇다고 살 건 딱히 없었지만 말이다.


대신 우린 시청 앞 서점을 한참이나 구경했다. 이번에도 시집을 사려 했는데, 마땅히 끌리는 게 없어 넘어갔다. 대신 특이한 볼펜 세트를 샀다. ‘PAPER PENS’라고, 정말 종이로 만들어진 볼펜이었다. 가방이나 주머니, 그리고 책에 넣어 쓰기 편하다는 문구가 적혀있는데, 그것보다 깃펜부터 만년필, 볼펜이 그려져 있는 게 더 인상적이었다. 마침 여섯 개다. 우리 시시싯도 여섯 명이다. 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시청 건물이 영국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신기했다. 그리고 그 앞을 아무렇지 않게 지나다니는 트램이 너무 멋졌다. 조금씩 흐려지는 날씨마저 호주 그 자체였다.

런던에서는 매일 밤 신라면을 먹었는데, 시드니에서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때마침 지하철역에 식당가가 많아 한참을 둘러봤다. 그렇다고 마땅히 끌리는 건 없어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포장했다. 그리고 호주에서만 파는 음료 하나를 주문했다. 하늘같이 파란 플라스틱 컵 위에는 휘핑이 구름 같은 휘핑과 짙은 푸른색의 시럽이 올라갔다. 보기에는 맛있을 것 같았는데, 맛은 정말 없었다. 해외에서 먹다 남긴 첫 음식이었다.


열띤 도움을 받으며 노스시드니역에 도착했다. 그리고 아무런 도움 없이 호텔에 도착했다. 짐을 풀고 저녁으로 햄버거와 외국인한테 자주 느껴지는 냄새인 바닐라 코카콜라를 마셨다. 조금 더 있으니 노을이 지고 있었다. 보라색으로 물든 구름과 저 멀리 노랗게 저물어가는 태양이 무척 아름다웠다.

해가 완전히 지니 밖이 소란스럽다. 하버브릿지 뒤로 불꽃놀이가 시작된 것이다. 마침 비비드 시드니 행사 기간과 겹쳐 여기저기 붙어 있는 포스터를 보긴 했는데, 이렇게 직접적으로 축제를 즐길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어느 나라를 가든 오후 5시만 되면 호텔에 돌아가기에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호주에서 축제를 즐기다니. 무척 행복했다. 그리고 높은 호텔의 진가를 느낄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역시, 고생이 있어야 즐거움도 크다.


셋째 날이 밝았다. 이날은 아침부터 정말 심상치 않았다. 구름 하나 없는 파란 도화지가 위아래로 깔려 있고, 수많은 초록과 서로 다른 아기자기함이 뚜렷한 풍경. 커튼을 치우자마자 펼쳐진 풍경이었다. 그렇게 한참이나 창가에 찍힌 그림에 푹 빠져 하마터면 일정을 소화하지 못할뻔했다.


저 풍경에 몸 담그고 싶다는 기대감을 추진력 삼아 방에서 빠져나왔다. 시드니 대학을 가기 위해 여러 루트를 찾아봤지만, 지하철역이 애매한 위치에 있어 결국 우버를 불렀다. 한국에서는 거의 안 타지만, 이상하게 해외만 나가면 택시가 편하다. 덕분에 로비 바로 앞에서 택시를 타고 학교로 향했다. 정문이 보일 때쯤 정확한 도착지를 물으시길래 쿼드랭글 시계탑이라 대답했다. 그랬더니 정문을 지나 시계탑 바로 앞에서 내려주셨다. 덕분에 일정을 편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졸업식 시즌이었나 보다. 흰 드레스와 연미복을 차려입은 사람이 반, 우리 같은 관광객이 반이었다. 그들을 배경 삼아 유튜브에서 보던 감성 사진을 남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특히 인상적이었던 풍경이 있었는데, 바로 크레인이다. 그것은 정면에서 보이는 건물 뒤편에서 나무 한 그루를 뿌리째 옮기는 중이었다. 와이어가 흐려서인지, 나무가 공중에 매달린 것처럼 보였다. 그 순간만은 정말 호그와트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우린 사진을 위해 꽤 오래 머물렀다.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재미와 그것을 남기는 재미가 쏠쏠했다. 선명한 하늘과 쨍쨍한 햇빛이 크게 한몫했다.


한참 동안 시계탑을 둘러보다 카페를 발견했다. 하지만 줄이 너무 길어 미처 사 먹진 못했다. 대신 작은 매점에서 물을 사고 근처에서 열린 마켓으로 향했다. 그런데 정문으로 향하는 길이 정말 길었고, 꽤 가파른 내리막이었다. 우버 기사님이 아니었다면 올라가지도 못했을 것이다.


가까워질수록 기분 좋은 소음이 커졌다. 그렇게 마지막 골목을 돌아보니, 천막 아래 먹거리와 볼거리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입구가 조금 험난하긴 했지만, 무사히 중심으로 향했다. 그 길에 중고 카메라를 파는 천막을 발견했다. 다양한 필름 카메라와 디지털카메라가 누워 있었는데, 마음 같아서는 아무거나 사 오고 싶었다. 아, 그냥 사 올 걸 그랬다. 지금 그 사진을 다시 보니 더 후회된다.

중심에 가까워질수록 헌책, 옷, 장신구 등을 사고파는 사람으로 시끌벅적했다. 우린 그들을 모두 뚫고 중심의 작은 공원에 향했다. 입구 쪽에서 기타를 메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있었고, 뒤쪽으로는 푸드트럭이 무척 많았다. 우린 그의 노래를 들으며 무난한 화덕 피자를 주문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걸렸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탄 부분과 안 익은 부분이 공존하는 피자를 받았다. 이에 엄마는 그것을 들고 푸드트럭으로 걸어가더니 새것을 들고 돌아왔다. 말없이 상자를 열어 피자 꼬라지를 보여줬다고 한다. 맛은 그저 그랬다. 나는 맛이나 피자보다 내 바로 앞에서 손을 포개고 앉은 커플 때문에 화가 났다.

아, 유독 멋진 전동 휠체어를 봤다. 아주머니가 타고 계셨는데, 아담하면서도 튼튼해 보였다. 그 풀밭을 혼자 굴렀으니 말 다 했다. 마음 같아서는 대화를 나누며 정보를 얻고 싶었지만, 두 딸과 함께 계셨기에 무턱대고 인사하긴 조금 어려웠다. 물론 핑계고 낯을 가려 어려웠다. 아무튼, 대신 로고인 것으로 추정되는 문구를 외워 조용히 검색했다. 가격도 나름 합리적이어서 마음속 1순위로 점찍어두고 왔다.


공원을 나와 근처에 있는 ‘Sappho Books, Cafe & Bar’로 향했다. 여기서라도 시집을 한 권 사고 싶어 한참을 서성였다. 그런데 마땅히 끌리는 게 없어 또 빈손이었다. 대신 서점 뒤에 있던 카페로 들어갔다.

카페는 비밀기지처럼 서점 속 깊은 곳에 있었다. 주문을 끝내고 더 깊게 들어가니, 꽤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건물과 건물 사이 공간을 이렇게 표현해두었다니. 그 공간에 한국인은 우리뿐이라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렇게 음료를 마시며 한참이나 그곳의 시민이 된 기분을 만끽했다. 모든 나라가 그렇지만, 관광지보단 이런 동네 카페에서의 시간이 더욱 값지다.


꽤 오랜 시간을 보내고 수산 시장으로 향했다. 그곳까지의 여정은 정말 동네 구석구석을 누비는 시간이었다. 바다가 가까워질수록 주택은 사라지고, 넓은 웬트워스 공원이 펼쳐졌다. 상쾌한 공기를 즐기던 중, 유난히 커다란 나무가 시야에 들어왔다, 아니, 시야를 채웠다. 앵글의 반 이상이 그 나무인 사진은 여전히 웅장하면서 그날의 공기가 느껴지는 기분이다.


구르고 또 굴러 마침내 도착한 수산 시장. 큰 건물 안에 갖가지 해산물을 판매했고, 입구에는 과일 가게가 있었다. 엄마는 이곳에서도 도넛 복숭아를 구하지 못해 아쉬워했다. 대신 해산물은 정말 원 없이 먹었다. 유명한 식당 대신 다른 곳에서 세트를 구매했다. 원하는 걸 골라 담는 형식이었는데, 날것은 조금 위험할 수 있으니 구워진 것들로 꽉 채웠다. 가리비 6마리와 치즈가 가득한 반쪽짜리 랍스타를 담고 뒤편의 넓은 식사 공간으로 향했다. 건물을 나오니 곧장 바다였다. 선착장 바로 옆이라 더 운치 있었는데, 파라솔만큼이나 새가 많았다. 옆 테이블에서 음식을 툭 던지니 게임처럼 우르르 몰려드는 새가 참 장관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더 많은 새가 전투적으로 모여 던진 사람도 꽤 당황스러워 보였다. 맛은, 와. 치즈 섞인 랍스타도 좋았지만, 가리비가. 와. 정말 맛있었다. 아, 또 먹고 싶다.


살면서 본 새 보다 이날 본 새가 더 많았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옵저버토리로 향했다. 트램역이 숲속에 있어서 정말 신기했다. 길을 잘못 찾아서 한 코스를 걸어갔다는 점이 아니었으면 더 신기했을 테다. 우린 그렇게 달링하버에 도착했다. 옵저버토리로 향한다 했으면서 웬 달링하버냐고 물을 수 있다. 맞다. 목적지를 착각했다.


물론 이곳도 가고 싶었던 곳이긴 했다. 이왕 왔으니 나름 구경도 하고, 화장실도 다녀오며 다음 목적지를 빠르게 찾아봤다. 기억나는 것이라면 비비드 시드니 공연 준비가 한창이었다는 점? 그뿐이다.

아, 여기였나. 역까지 가는 길을 못 찾아 한참이나 헤맸다. 어느 건물로 들어갔는데, 한 층만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없어 그 안을 뺑뺑 돌기도 했다. 가는 길도 험난했다. 오르막이 꽤 가파른 육교와 더 가파른 도로를 걸었으니 말이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자연사 박물관. 아, 그 길에 어린 학생 무리도 봤다. ‘Anzac Memorial’에 현장학습을 온 것 같았는데, 선생님들이 엄청 정신없어 보였다. 이런 풍경은 어딜 가나 다 똑같아 더 신기했다.


꽤 크고, 볼거리도 많았다. 대신 쉼터 쪽에는 이미 널브러진 부모님과 뛰어다니는 아이들로 소란스러웠다. 우린 그곳에서 캥거루와 코알라를 봤다. 호주에서 본 첫 캥거루와 코알라였다. 박제되어 있었다는 점만 빼면 말이다.

길 하나만 건너면 세인트 메리 대성당이었지만, 카메라를 줌 해서 보는 걸로 만족했다. 그렇게 보랏빛으로 물드는 하늘과 함께 호텔로 돌아갔다. 어느 역을 가든 먼저 말을 걸고 도움을 주신 직원분들 덕분에 그 길은 무척이나 순조로웠다.


호주에서의 매일은 여행이라기보단 생활하는 시간이었다. 특히 처음으로 길도 잃어 본 것과 동네 마켓을 구경한 건 영원히 기억날 것이다. 아, 특히 날씨가 정말 차원이 달랐다. 왜 그렇게들 호주 날씨와 사랑에 빠지는지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다. 화창한 날이 얼마 되지 않아 조금 아쉬웠지만, 그렇기에 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전 16화4부. 시드니, 그리고 싱가포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