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여구는 한국어로
핑계를 뜻합니다

by 하현태



우리는 한 줄로 정리할 수 없는 관계였다


언덕에 정박 된 정돈되지 않은 굴착기처럼

퍼둔 모래 덩어리는 네 갈래로 흘러 하나로 뭉치고

적당량을 잃게 되면 알아서 멈춘다


디스크 치료와 측만증을 걱정하면서도 영원히 기운 마음은 영원히 계산에 넣지 않고

눈에는 없고 옆구리 등 허리에는 있는 것

반듯한 자세는 의도했던 대로 작동했다


의도 없이 결과가 존재할 수 있니

흰 책과 커피는 제법 조화로웠다

곁눈질로 마주 보는 눈은 위아래가 잘려있었다


가끔은 틀려 보이는 게 맞을 때가 있어

물론 너만 그렇게 생각했겠지만


비웃고 싶니

뭐 가끔은


우리는 바람처럼 대화했다

멈추지도 않았고 멈추게도 않았다


그렇지만이나 그럼에도라거나 하는 미사여구는 그러니까 아름답기는 하지만 읽기도 불편하고 해석도 할 필요 없고 지나치지도 지나치기도 그렇다고 그러니까 그렇지만 그럼에도


구는 완벽할 때만 작동한다

구는 가장 완벽하지 않다

어디에 배치되었는가에 따라 누가 쓰느냐에 따라 어떻게 읽는가에 따라


우리는 하나가 되기 위해 네 갈래로 흐르게 설계되었다


그러니까

그게 있지


그래 그렇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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