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파렴치한 병신

by 하현태



마땅히 해야 할 일과 씨름하던 날에는

습관적으로 같은 단어를 침처럼 뱉았다

그런 무의식적인 반복으로나마 집중할 수 있었다


문 뒤가 어두워지면 가지런히 접은 샅바를 필통에 던지고

하고 싶었던 일을 한다


나는 내 생각보다 조금 더

계획과 강박에 친화적이었던지라

밤만 되면 말똥만 한 눈으로 쏘다닌다

딱 눈꺼풀 안만큼의 범위에서


약속했던 아침이, 스스로와, 오면

바늘들은 꼿꼿이 겹쳐 있다

시작은 그렇게 어그러진 채 시작된다


고양감은 무척 역겨운 맛

기대와 희망은 고양감 맛

기대와 희망은 역겨운 것


모처럼의 다짐들은 그렇게 뱉어져서

사양(斜陽)처럼 커튼을 적셔 나가고

나는 들어오는 먼지 흙 각질 따위를

바스러지라고 멀뚱히 쳐다만 보았고


기대와 희망은 골무처럼 발가락 끝에 붙어서

나아가고픔과 눕고픔 앞으로 다양한 척 다가온다

고픔뿐으로 살 수 있대도 나는

그 다양함에 속아 달력을 찢기를 어언 열두 번


마냥 숨쉬기에는 눈꺼풀은 너무 좁았다

누군가의 시선에는 어리석었고

누굴까 그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고

누구에게나 파렴치한 병신이었다


침처럼 뱉은 단어들이 고양감과 맞부딪친다


나는 내 생각보다 조금 더

그 사람을 좋아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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