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그냥, 그랬다고.

3. 단독 여행 일지

by 하현태



2023년 11월 22일. 그날은 나에게 역사적인 날이다. 무려 혼자서 집을 나서 좋아서 하는 카페에 간 날이니 말이다. 그전에도 집 앞까지는 몇 번 나갔었는데, 그렇게 먼 거리는 처음이었다. 그래서 그날의 일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1. 아파트 청소부 아주머니

= 차에서 전동 휠체어 꺼내주심.

“혼자네?”

“네. 혼자 가보려구요.”


2. 첫 번째 사거리 할머니

= 횡단보도 턱에 걸린 거 꺼내주심 – 할아버지 이야기.

“우리 그이 휠체어랑 다르게 무겁네요.”

“전동이라 그래요.”


3. 노인복지센터 앞 청년

= 횡단보도 턱에 걸린 거 꺼내주심.


4. 삼발이

큰 사거리 가는 길에 걸려서 삼발이 짚고 일어남.

= 낙엽 사이로 가방 던지고 난리였음.


5. 삼발이

= 큰 횡단보도 도착해서 턱에 걸림. 삼발이, 발로 밀어서 꺼냄.

= 운 나쁘게 우회전 신호가 바뀌어서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음.


6. 목욕탕 앞 조깅하는 아저씨

= 횡단보도에서 보도블록 올라가는 곳에 끼어서 꺼내줌.

= 이어폰 끼고 운동하던 분 불러서 도움 요청함. 이후 쿨하게 갈 길 가심


7. 좋아서 하는 카페 앞 아주머니

= 경사가 너무 심해서 고민하고 있으니 와서 도와주심.

“가방이 많이 무겁네요.”

“노트북이 들어서 그래요. 감사합니다.”


8. 좋아서 하는 카페 사장님, 알바생

= 야외에 앉아 대화 나누시던 중 나를 보고 휠체어 끌고 들어와 주심.


귀가는 엄마와 함께 하천을 따라왔다. 자그마한 턱에도 걸려서 헛도는 바퀴로 잘도 다녀왔다. 작년에는 이날 얻은 용기로 콜택시를 타고 좋아서 하는 카페에 갔었다.


이제는 혼자 여행을 가고 싶다. 부산부터 연습해서 제주도, 일본. 조금 더 있으면 유럽도 혼자 다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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