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외국인은 무슨 언어로 된 꿈을 꾸나요?
한국에서 활동 중인 연예인이라면 의례 들었던 질문이다. 대표적으로는 내가 사랑하는, 아직도, 트와이스의 미나, 사나, 모모, 쯔위가 있다. 처음에는 모국어로 꾸다가, 오랫동안 지내다 보니 한국어로도 꾼다고 한다. 그럼 장애인은 무슨 꿈을 꿀까.
딱히 의식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에는 꿈속의 내 모습보단 배경이나 스토리가 더 인상 깊게 남는 편이다. 그 기억이 달아나기 전에 시로 써둔다거나, 여운에 휩싸여 온종일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꿈속에서의 나는, 명백히 장애인이었다. 구태여 이런 이야기를 쓰지 않지만, 다음 자모가 떠오르지도 않아 덮어버리고 말지만. 이 이야기를 담는 이유는 단지 그것 하나.
꿈속에서의 나는, 명백히.
어느 조직으로의 신고식이었다. 정식 출근은 다음 날인데, 늦게나마 인사 드리고 싶다고 동기와 찾아갔다. 무슨 관리위원회였던가, 제복을 차려입고 바닥에 모여 앉아 수다를 떨고 계셨다. 나와 동기는 멀쩡히 걸어 들어갔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 떨렸고, 꿈꿨던 곳에 소속되었다는 사실에 벅찼다. 씩씩하게 인사들 하란다.
“예, 저는 장애인입니다.”
벌벌 떨며 뱉은 첫마디였다.
계단 난간을 잡고 일어나 우렁차게 시작했다. 목소리도 떨렸고, 눈앞도 흐렸지만, 무엇보다 다리가 벌벌 떨렸다. 선임들은 놀랐다. 알고는 있었는데, 그 사실을 당사자의 입에서 들을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그렇게 인사를 이어갔다.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는다. 뭐, ‘그럼에도’와 ‘그렇기에’로 점철된 문장들을 여럿 뱉은 것 같다.
오늘이 유난히 기억에 남은 이유는 딱 하나다. 평소라면 소속감과 첫인사의 떨림만 기억에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소속감도, 목소리도 아닌 다리의 떨림이, 서서 이야기할 때의 벅찬 호흡이, 너무나도 현실적이었다. 그래서 아침 7시에 일어났음에도 다시 눈 떠보니 8시였고, ‘좋아서 하는 카페’에 앉아 이 글을 쓰는 9시 43분까지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다.
오늘은 할 일이 많다. 커피도 마셔야 하고, 필름을 현상하기 위해 메가마트까지 가야 한다. 그런 신나고 바쁜 날을 이 글로 시작하는 이유는, 딱히 없다. 그냥, 이 책이 나오게 될지도 불확실하지만, 왠지 이 꿈은 기록해 두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이렇게 보여줄 수 있어 기쁘다.)
그러니까 요지는,
첫 기억도, 학창 시절도, 역사적인 날도, 이날의 꿈도, 전부
그냥 그랬다는 거다.
*2025년 3월 3일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