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놀고, 먹고, 쓰고

1. 나의 첫 유럽, 영국

by 하현태


*비행기는 승객들의 꿈과 설렘, 그리고 기대감 덕분에 저리도 무겁고 시끄러울 수 있는 거겠지. 잔뜩 설레기만 해도 모자란 첫 영국 여행은 시작부터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럼에도 하늘은 맑았고, 사람들은 친절했다. 일주일 동안의 영국 여행은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그곳의 풍경과 사람들, 음식과 볼거리들. 정말 많은 것을 보고, 즐겼고, 또 남겨 왔다.

참 많은 사진을 찍었는데, 그중에서도 ‘BOROUGH MARKET’의 커다란 간판, 그리고 어딘가로 떠나는 비행기가 함께 찍힌 사진을 가장 좋아한다. ‘BOROUGH MARKET’의 입구는 그 인지도만큼이나 요란했다. 처음 맡아보는 향신료들과 익숙한 음식들은 호기심과 배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광장에 모여 앉아 밥을 먹는 사람들과 사진 찍기 바쁜 사람들. 미어캣처럼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사람들과 지쳐 바닥에 주저앉은 사람들. 그런 낯설고 시끄러운 곳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만큼이나 사치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하늘은 푸르고, 비행기는 떠나야 한다. 훌쩍 떠나고 싶은 여름이다. 시끄러운 일상 속, 이따금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치를 부려보는 건 어떨까? 내 글이 여러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푸른 하늘이 되었으면 한다.

*「히히힛」 4. 어느새 하늘은 물빛으로 일체가 되어 中


영국 여행은 정말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영국 히드로공항에서 “정말 미안한데, 너의 휠체어는 지금 파리에 있어”로 시작했으니 말이다. 물론 덕분에 공짜 택시를 타고 호텔에 갔지만. 물론, 다음날의 대처가 정말 화났지만.


모쪼록, 우리의 첫 유럽은 대성공이었다. 해리포터를 보며 영국식 영어에 대한 환상이 있는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현지의 영국 영어는 정말 멋있었다. 알아듣고 소통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지만 말이다.


여하튼, 수백 장의 사진은 아직도 가끔 열어본다. 호텔도 아늑했고, 특히 직원 중 ‘아미르’가 무척 친절했다, 음식도 입에 맞았다. 매일 조식으로 먹은 빵과 소시지, 핫초코부터 플랫아이언의 스테이크와 아이스크림, 버로우마켓의 해산물 빠에야와 대영박물관의 에프터눈 티까지. 무엇 하나 빠질 수 없을 정도로 맛있었다. 영국 음식에 대한 흉흉한 소문은 아무래도 헛소문이었던 것 같다. 아, 매일 밤 끓여 먹은 신라면은 덤이다. 먹는 이야기만 하고 끝난 것 같다. 그렇다고 그날의 이야기를 작정하고 풀자니 이 에세이가 영국 여행기가 될 것 같아 이만 줄인다. 자세한 이야기는 블로그에 사진들과 함께 올려두었으니 참고 바란다.


갑자기 주제가 가벼워져 놀랐을지도 모른다. 놀랍게도 이 에세이를 기획했을 때부터 바란 분위기가 바로 이런 것이다. 나는 내 이름 앞뒤로 ‘장애인’이란 단어가 붙는 걸 싫어한다. 굳이 붙여야 한다면 ‘작가’나 ‘시인’을 붙여주거나 그냥 ‘하현태’라고 불러주었으면 한다. 4개의 여행 이야기는 웃으며 읽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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