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놀고, 먹고, 쓰고

2. 너무나 익숙한, 일본

by 하현태



정말 많은 일본 만화와 영화, 드라마를 보며 자랐고 고등학생 때는 일본어가 부전공이었다. 더군다나 어렸을 때부터 몇 번이나 일본으로 가족 여행을 떠났었다. 그렇게 너무나 익숙해졌건만, 나에게 일본은 여전히 가고 싶고 또 사랑해 마지않는 나라다.


2023년 2월 1일부터 4일. 졸업 여행이었다. 원래 함께 제주도에 갔다 왔던 Z랑 가려 했는데, 중학교 동창인 K 남매와 함께 가게 되었다. 다시 생각해도 정말 웃긴 조합이다. 여하튼 저들은 간사이국제공항에서 처음 만났다. 어린 K가 낯을 가릴 줄 알았는데, 제법 잘 어울려 다녔다. 오사카에 도착하니 저녁이었다. 연신 사진을 찍으며 도톤보리에 도착한 나는 킨류라멘을 먹었다. 돼지를 못 먹는 Z와 그냥 라멘이 싫은 남매는 따로 먹었다. 초면인 채로 저녁을 먹은 셈이다. 숙소에서 들었는데, 제법 웃겼다.

다음 날에는 USJ에 갔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이후 6년 만이었다. 오픈하자마자 입장하려 했는데, 아침은 꼭 먹어야 한다며 점심쯤에 도착했다. 지구본에서 사진도 찍고, 다 좋았다. 12월의 USJ는 말 그대로 칼바람이 부는 곳이었다. 와, 다시 생각해도 아찔하네. 해리포터 목도리가 없었다면 USJ 어딘가에 동상 하나가 세워졌을지도 모른다.


두 번째는 2024년 6월 12일부터 15일. 첫 교토 여행이었다. 오사카에 도착하니 저녁이었다. 그렇게 작년과 같은 길로 걸어 같은 고깃집에서 밥을 먹고, 같은 편의점에서 야식을 사 다른 호텔에서 잠을 잤다. 다음 날이 되자마자 우메다역에서 교토역으로 향하는 기차에 올랐다. 맞게 온 건지 몰라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다다음에 오는 초특급 열차를 타란다. 확실히 일본어가 편하다.

교토는 정말 아름다웠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 이전 일본이 한겨울이었다면, 이번 일본은 한여름이었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한 자락 그늘에 기대 간신히 에이스 호텔에 도착했다. 밥집을 찾아 떠날 자신이 없어 호텔 건물의 양식집에서 먹었다. 이후 방에 들어오니 LP 플레이어가 있었다. 비치된 것들을 전부 듣고 왔다.

인생 경양식집을 찾았다. 헤이안 신궁 근처를 헤매다 찾은 곳인데, 현지인들이 줄을 서 먹는 곳이었다. 직원 중 중년 남성분이 계셨는데, 일본 신사처럼 차려입으신 정말 멋진 분이었다. 원래 오므라이스는 잘 안 먹는데, 채소 때문에, 하마터면 하나를 더 시킬뻔했다. 니시키 시장 근처에서 산 100년, 언저리, 전통 스시 가게와 함께 탑 2로 올랐다.


마지막은 2024년 12월 23일부터 26일. K와 함께 떠난 교토 여행이었다. 공익 소집 해제 후 마산즈와 다 같이 가자고 벼르고 있었는데, 시간이 나만 됐다. 아무튼 새벽 일찍 일어날 수 있을까 걱정한 KY와 전날 저녁 우리 집에서 함께 잤다. 치킨을 시켜 먹었는데, 배탈이 나 다음 날 조금 고생했다. 어이없어.

관광지 바로 옆의 호텔에서 머무른 덕에 낮이고 밤이고 할 것 없이 교토를 휘저었다. 저녁은 알아서 먹기로 했으니, 첫걸음은 당연히 카페였다. 강이 훤히 보이는 카페에서 차와 핫케이크, 베이컨, 에그 스크램블을 먹었다. 와. 뷰도 뷰인데 맛까지 있었으니,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다음 날, 혼자 구경하겠다는 K를 버리고 도시샤 대학으로 향했다. 7년 만이었다. 그날에는 비가 와서 기억이 흐릿했는데, 이번에는 맑아서 다행이었다. 윤동주 시비와 정지용 시비에는 태극기와 꽃다발, 그리고 말보루가 올라가 있었다. 학교 도서관, 은 못 가고 학교 화장실은 썼다. 아무튼, 바로 앞 정원의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고 호텔로 돌아왔다. 하지만 참새가 방앗간 들리듯, 전날 점찍어둔 정말 작은 카페로 들어갔다. 노부부가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유럽 가족 대여섯과 우리가 끝이었다. 아, 여기 핫초코가 영국 호텔 조식으로 매일 마신 핫초코와 함께 인생 핫초코다. 와. 우와!


3번의 일본 여행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인생 최고의 여행이었다. 남정네와 크리스마스를 함께한 것만 빼면 말이다. 맛있게 먹었고, 매 순간 웃었으며, 늘 행복했다. 일본어로 대화할 수 있는 것도 크게 한몫했다. 웃긴 게, 10년 넘게 공부한 영어보다 3년 배운 일본어가 더 쉽다. 시험 성적은 안 나왔지만, 뭐, 외국어는 현지인과 대화하려고 배우는 것 아니겠는가.


다음에는 정말 혼자 교토에 가고 싶다. 그렇게, 내 꿈은 하나 더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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