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미도리

by 하현태



안녕 나의 미도리


작금 나의 방은 아무런 향이 나지 않아

짙푸른 커튼 뒤를 본 게 언제인지

단지 사각사각 멈칫 뿌드득

흑심만 애달픈 밤이야

한 손으로 고민하는 단어는 다음으로, 다음으로

이어지기만 해도 좋다고 목구멍에서부터 비는데

나는 그 이들을 전부 풀어줄 용기가 없어

턱 괸 반대 손으로 신중하게 고르고 골라

가늘어지는 흑심으로 조심스레 뉘어주기만

단지 그것만.


안녕 나의 미도리


작금 나의 방은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아

주황색 스탠드의 사인은 과로

잔뜩 부푼 건전지를 품에 안고 천천히 터져 죽었어

마지막으로 되뇌며 아주 아주 천천히

한 글자 한 글자 소심하게 고른 단어들 틈에서

머리칼 타는 내음에 콧잔등을 찡그리며

지금은 왼발 옆 나무상자에서 쉬고 있어.


안녕


깜빡, 깜빡

두 번이야

첫 단어를 고르는 동안의 시침이 낸 소리

조금 주도적일 줄 알게 된 건 축하해

단지 그 말이 하고 싶었어.


안녕 나의 미도리


답장 잘 받았어

깜장 스탠드 옆에 뉘어두었어

조금 덜 소중히 대한다고 잔소리하겠지만, 이해 해줘.


안녕


커튼 뒤에는 투명한 나무만 나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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