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망(茫茫)

by 하현태



암울해도 봄은 오니까

손가락 끝에서 먼지가 빛날 만큼의 거리에서 내일을 꾸려 나가야 하는 거겠지


눈물은 겨울 바다 같은 거

성대가 다 부풀 때까지 양말마저 다 젖을 때까지

휩쓸리다 휩쓸리다 휩쓸리다

아무도 모르는 거


철썩

두 번 세 번 네 번


막 쥔 주먹은 어설픈 자학

손가락 물어뜯는 고통을 일찍 안 탓에

습관이 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고르고 고른 숨을 점점 긁어내면

고르고 고른 말은 점점 굵어진다


말할 수도 말하고 싶지도 마침

겨울 바다가 성큼 다가와 줘서


뒤 돌 때

신발을 들고 옮긴 자와 끌어서 옮긴 이의 차이를 우리는 알아야 한다


다 부서진 모래성에도 잔여물은 잔여물

잊으려 할 때 한 톨 까먹었을 때 두 톨


꿈에서 열 톨


어영부영 눈부셔진 그 계절 그곳

차근차근 부서진다는 건 그런 것


아무래도 봄은 오니까

손톱 끝에 먼지가 내려앉을 만큼의 간격에서 오늘을 꾸려 나가야 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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