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브런치에서 글을 쓴다.

브런치를 통해 이루고 싶은 작가의 꿈

by 하현태



사람이 좋아 글을 쓰기 시작했고, 글을 통해 좋은 사람을 만났다. 이제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글을 쓴다.

- 작가의 말 -


2016년 말.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나는 학업과 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짓눌렸다. 낮은 성적 탓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자존감에 장애라는 무게추가 더해졌다. 바닥 아래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급기야 어울리지 못하는 마음은 나중이 되어서는 교실을 두려워하게까지 만들었다. 등굣길에 사고가 나길 바랐고, 어쩌면 이 모든 것이 꿈이어서 눈을 뜨면 중학교의 교실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렇게 산산이 조각난 마음을 간신히 부여잡고 등교하던 어느 날. 시 창작 동아리의 신규 부원 모집 날이 다가왔다.


당시 우리 학교는 고전 명작 ‘죽은 시인의 사회’로 영어 수업을 진행했는데, 이 때문인지 시 창작이 유행이었다. 이 여파로 탄생한 것이 ‘POEM生POEM死’. 이름 그대로 시에 살고 죽는 동아리였다. 독서토론 활동으로 가까워진 같은 반 M의 권유와 창작욕에 보일 듯 안 보이는 불씨가 자리 잡은 내 마음이 겹쳐 순식간에 지원서를 제출했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내 글을 감명 깊게 읽었다는 친구들의 말은 창작욕에 기름을 부었다.


한 달에 두어 번. 우리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모여 서로의 시를 읽고, 서로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60분은 조각난 마음들을 모아 새로운 마음을 만들어주었다.


‘아, 글을 쓰며 살아야겠다.’


2017년.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글로 구체화 시키는 시간은 말 그대로 구원이었다. 이후 야간 자율 학습 시간이 되면 복습이나 예습이 아닌 시를 쓰기 바빴다. 그날의 경험, 감정, 상상과 망상을 시로 옮기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1년을 버틸 수 있었다.

이 해, 독립 출판을 알게 되었다. 등단하지 않고도, 하물며 고등학생도 자유롭게 책을 낼 수 있다니. 이 방법은 시인 꿈나무에게 더할 나위 없이 따사로운 햇빛이었다.


2018년. 1년 동안 꼬박꼬박 시를 쓰고, M의 도움을 받아 내지를 꾸미고, 표지를 만들었다. 그렇게 나의 첫 시집이 세상에 나왔다. 250 페이지가 넘는, 두껍고 광활한 시집이 세상에 나왔다. 시작(始作)이라고는 배운 적 없는, 사춘기 고등학생의 날것이 남긴 시집이. 지금 읽으라 하면 절대 못 읽지만, 그때는 최선이자 최고였다. 응원해주는 친구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같은 말로, 조금은 있었다. 나는 모래 같은 독자의 지지를 뒷배 삼아 더 열심히, 더 많이 썼다.


2019년, 2020년, 2021년, 2023년. 두 권의 개인 시집을 출판했고, 공저 시집을 기획했다. 그 사이사이 창작뿐 아니라 글 전시, 북페어, 동인 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꿈꾸었던 글을 쓰는 삶을 살았다. 특히 2022년은 의미 있는 해다. 새 시집을 기획하며 투고에 관해 알아보던 중, 브런치를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브런치. 다양한 장르의 글을 읽을 수 있고, 작가를 만날 수 있는 곳. 고민할 것도 없이 준비 중이던 기획서를 토대로 지원서를 작성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신청 내용의 부실함이 원인이었는데, 당시에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다음 기회에 브런치 작가로 만나자는 말에 브런치는 팽개치듯 뒤로 미루고, 나의 글에 더욱 집중했다.


2025년. 그동안 더 많이 쓰고, 읽고, 나누며 부족함을 채우고 작가로서의 마음가짐을 배웠다. 그냥 하면 된다는, 다소 단순 무식했던 고등학생 하현태가 진정한 작가 하현태가 되기 위한 준비를 끝마쳤다. 브런치가 말했던 부실함의 뜻을 깨닫기까지 2년이나 걸렸다. 새롭게 기획하던 산문을 토대로 다시 브런치로 찾아왔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마침내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작가 하현태는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다. 예전에는 이 시간이 그렇게 지옥 같았는데, 이제는 꿈만 같다. 특히 올해는 그 꿈이 일상이 된 기분을 만끽하는 중이다. 한 해의 대부분을 브런치와 함께 하며 더 많이 읽고, 자주 쓰며 지내고 있다. 가장 최근의 시집에 적었던 작가의 말처럼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위해,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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