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돌 여럿과 소라

by 하현태



느닷없는 한 마디에 사람은 쓰러지거나 일어난다

좀처럼 쉽지 않은 계절들 있고

그 속에는 대뜸 들을 말들 있고

몇몇은 기울인 어깨 너머 명치까지 다다르고

몇 개는 어깨에서 부서진다 이렇게나 다 다르고


손톱

맨살은

단단한 마음으로 무장한 사람 같다


여름은 파도처럼 몰아쳐 작은 돌 여럿과 소라 남기고

우리는 쉽게 밟으며 깊어지기를 소망하고

파랗던 하늘 까매지고

까맣던 하늘 하얘지고


폐호흡 멈추면 머리로만 쉬고

몸은 무겁게 머리는 텅 비게


인중에 남은 숨의 흔적은 더할 것 없는 유언이라

단지 나는 그 두 개 남기고

남은 사람만 하염없다


마지막 물방울은 수면에 잠깐 닿았고

수명 다한 물방울은 흔적 하나 없고

둘은 이제 마지막만 남았고

그러기 위해 하나는 반드시


대나무 같은 사람은 코알라가 되고 싶어 하는데

코알라는 대나무가 부럽기나 할까


낡은 노래는 제법 반복되어도 여전하고

늙은 우리는 너무 반복되어서 여전하고


희망은 전염성이 낮아서

서로를 꼭 부여잡지 않는 이상 감염되지 않는다


절망은 쉽게 전염되어서

서로를 등으로 대면해도 벌써 감염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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