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피 없는 길

by 하현태



어젯밤 너는 악몽으로 찾아왔었다

지하철 그래 지하철

너라면 끔뻑 죽는 날 알고 깜빡

하는 사이 방송은 24번 차례에 35번 불렀고

나는 무작정 무너졌다


심장은 물방울처럼 무너진다

성심성의껏 망울져서 정성스럽게 쪼개진다


그 가을 오후는 푸르스름한 얼굴로 녹아내려

멀쩡한 우산도 비스듬하게 했고

불편하게 꺾은 고개에 녹음 내려

쾌청한 마음도 푸르스름하게 했다


아아

아아

아아


밤 동안 반사적으로 토해내던 탄성은 너의 것이었다


삐뚤어진 입술에서 나온 사랑이 바르기만 바라기는 조금 과했고

기울어진 어깨에 기대던 사람을 바라기만 바란 건 꽤 욕심이었다


망울망울 망가진 마음을 의도적으로 부여잡은 손 퍽 순수해서

찌그러진 햇살에도 잡초는 자라고 수국은 아름답다


흔들리는 몸처럼 마음도 그랬더라면 어땠을까

너는 가끔 헛소리를 정성 들여 쏟아냈다


마주 앉은 마음 나는 몰라

그 화창했던 지하철에서 혼자 속절없었다


틀린 문장으로 적힌 시는 학자의 오점이었고 독자의 실망이었다


저자만 진심인 시집은 평가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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