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EBS다큐프라임-자본주의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관련된 책들을 가능한 쉬는 텀 없이 읽고 있다. 읽어야 할 책 리스트가 끊임없이 쌓이는 수준이라 평소에 핸드폰에 저장해놓고 도서관에 가서 있으면 바로 빌려오고 있다. 이번 책도 항상 대출 중이다가 타이밍 맞게 빌려올 수 있었다.
'쉬지 않고 일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살기 힘든가'라는 도발적인 표지의 멘트가 인상적이다. 분명 2013년에 나온 책임에도 현재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 같다.
내게 '자본주의'라는 단어는 고등학교 때 달달 외워야 했던 시험용 용어였다. 사실 성인이 된 이후로도 자본주의의 중심에서 아등바등 살았으나 정작 제대로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은 이제야 들었다.(이래서 학교 졸업 후에 공부가 중요하다.)
각종 공과금 납부를 직접 계좌이체로 하는 터라, 월마다 한꺼번에 돈 처리를 할 때가 있다. 그때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있다. 어차피 숫자가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뿐인데, 왜 이렇게 누군가는 목숨을 걸고 누군가는 절망하거나 환희를 느끼는 걸까. 나도 조금씩 숫자의 변화를 보면서 뿌듯함이나 울적함을 느끼고는 하지만,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하늘하늘 날리는 지폐들을 가져와서 뿌리지 않는 이상 실질적 물질로서의 돈은 크게 와닿지 않고 있다.
특히 요즘엔 --페이다 뭐다 해서 점점 숫자를 줄이고 늘리는 방법이 쉬워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현실적인 돈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과연 쉬울까, 쉬워지는 결제방법으로 완전히 넘어가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이 나오고 시간이 조금 지났기 때문에 현재의 그리스 상황을 잠깐 살펴보았다. IMF 이후로 사정은 조금 나아진 듯했으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관광 쪽에서 타격을 입은 건 마찬가지인 것 같다. 국내에서는 포퓰리즘 정치의 잘못된 예로 종종 언급되는 것이지만 이런 내용으로도 언급되는 것은 처음 보았다.
내 브런치 매거진 이름이 '생존형-'인 이유와 비슷하다. 개인적으로 돈을 벌기 위한 '일'에서 재미를 찾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원래는 조금이라도 재미있는 걸 찾아야 하지 않나 했는데 조금씩 생각이 바뀌게 된 것 같다. 버티는 만큼 오는 성과에서 얻는 기쁨이 크기 때문에 일 자체를 '생존'의 개념으로 바라보면 조금 더 지속 가능한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교 입학과 함께 학자금 대출로 은행을 들락날락했던 내게 은행은 공공기관적인 느낌이 강했던 것 같다. 가능한 피하고 싶었고, 월마다 다가오는 이자일을 맞추는 것도 서툴렀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학자금 대출까지 한번 처리해보니 은행도 나와 동등하거나 서비스를 거래하는 곳 정도로 여기게 되었다. 이제는 은행 직원들이 모든 은행 상품에 대해 모른다고 해도 크게 실망하지 않기로 했다. 대출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특정 지역을 정하고 가능한 많은 브랜드의 은행을 돌아다녀봐야 한다는 것을 아는 상황이 되었다.
나름 고등학교 때 경제 과목을 좋아한다고 관련된 에세이들도 많이 보곤 했는데 실질적인 경제와 자본주의 공부는 요즘 더 철저히 해야 함을 느낀다. 조만간 시간을 내서 책의 원작인 「자본주의」 다큐멘터리도 볼 계획.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라던가, '자본주의의 노예'라던가 하는 말들을 장난스레 써왔지만, 실제로 자본주의 시스템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이제야 시작한 것 같다. 자본주의의 주체들과 그에 대한 오해들, 그리고 그것에 대응해온 경제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돈'과 '덫'이라는 원래 책의 표지 콘셉트는 너무 암울한 것 같아서 그냥 같은 컬러만 사용해본 카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