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닌 고등학교는 학교 안에 자율학습실이 있었다. 같은 학년의 학생들 수백 명이 각자의 칸막이 책상 안에 들어차서 공부를 하는 모습은, 입시를 앞두고 있다는 중압감과 함께 숨 막히게 다가오는 풍경이었다.
수능 이후 이제 칸막이 책상 안 써도 된다는 게 제일 큰 행복이었을 정도로 고립된 그곳이 싫었다. 앞은 막혔고 뒤에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공포랄까. (내 경우는 자율학습 감독 선생님들이 돌아다니는 거였지만) 그래서 앞으로는 뭘 하더라도 그런 고립된 공간은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 다짐은 지금도 지키고 있어서, 작업공간을 찾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카페라는 공간이 친숙해진 건 대학교 때부터였다. 우리끼리 모여서 편히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이야기 주제의 9할은 당연히 연애. 가까이 있고 싶은 사람을 만나면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카페를 가고, 다시 카페에서 친구들과 그 이야기를 나눴다. 괜히 그 사람이 너에게 관심이 있네, 없네 하며 판단하고, 한마디라도 더 얹던 도토리 키 재기 같던 그때. 으어어 괜히 부끄럽다. 그런 상황에 카페에서 무슨 공부를 하고 집중을 하나.
한동안은 카페에 밥을 먹으러 가기도 했다. 고시원에서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밥 해 먹는 것도 일이다. 편의점 컵라면이 슬슬 질릴 때쯤 책 하나 들고 카페로 갔다.
식당을 가면 되지 않느냐, 고 할 수 있지만 식당에선 식사만 하고 나가야 한다. 카페에선 식사+커피+여유 시간까지 누릴 수 있다. 오히려 가난한 자취생 입장이라 후자를 선택해야 했다. 심지어 그 식사가 맛있기까지 하다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 이유로 24시간 베이커리 류가 많은 카페에 참 많이도 갔다.
자서전을 쓰는 것처럼 카페 이용기를 쓰고 있는데, 정리해 보니 조금씩 카페를 이용하는 방법이 달라진 게 보인다.
요즘은 카페에 일을 하러 간다. 지금은 연애에 대해 진지하게 전략회의를 할 친구들도 많이 줄었고, 카페보다는 집에서 먹는 밥이 더 맛있어졌다. 그럼에도 집에서 일을 하는 것보다는 집중이 되고, 혼자서 오래 있어도 어색하지 않은 이 공간이 좋다. 예전에 비해 콘센트와 와이파이라는 조건이 붙어서 선정이 까다로워지긴 했지만. 나중에는 이 공간을 어떻게 쓰게 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