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집을 놔두고 굳이 카페로 간다.
출근이 필요 없는 프리랜서인데도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비슷하게 매달 카페에서 돈을 쓰고 있다. 편안한 집을 놔두고 굳이 노트북과 충전기, 안경, 콘센트 등을 바리바리 싸들고 카페로 가는 이유는 뭘까.
‘나는 집에서 노는 걸 좋아하지 집에서 일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웹툰 대사를 보고 박수쳤다. 내 생활을 이렇게 확실히 보여주는 말이 있던가. 등 돌리면 포근한 침대가 있고, 한 두 시간 정도는 가볍게 삭제하는 게임기가 나를 부르는데, 여기서 일을 하라고?
모니터를 두 개 써야 하는 일은 집에서 할 수 밖에 없다. 밤을 새가며 일을 하다 보면 먹구름이 몰려오는 기분이다. 프리랜서 전엔 집에서 쉬어야 한다고 인터넷 설치도 안 했는데 이러고 있다. 그렇다보니 노트북 하나만 가지고도 할 수 있는 일은 으레 집 밖을 열망하는 것이다.
집에서 아침을 먹고 나가 11시 30분쯤 도착하는 카페에 주로 간다. 40분 정도 지나면 식사를 끝내고 들린 사람들로 카페는 넘쳐난다. 그 사이에 앉아 있으면 나도 일하는 사람 중 한 명이구나 싶다. 다시 만날 일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개인 공간을 확실히 지키며 일한다. 프리랜서 전에 겪었던 회사 생활에서 단점만 제거된 느낌이다.
그뿐인가, 내 작업물과 모니터가 타인에게 노출되는 순간, 왠지 일을 더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카페에서 일하는 건 사람들 안에 있고 싶어서 옆에 감시자를 붙이는 바보 같은 짓일 수도 있다. 뭐 이래.
무엇보다 카페에선 성과가 나지 않으면 커피 값이 아깝다. 집이나 도서관 같은 다른 장소에 비해 꼭 일을 해야 할 조건이 하나 더 붙는 셈이다.조금이라도 달콤하거나 양이 많아지면 음료 값은 어김없이 야금야금 오른다. 오래 작업하려면 넓은 카페가 더 편하므로 동네 밖으로 나오는 교통비도 든다. 이 비용이 아깝지 않으려면 뭐든 결과물을 내야 한다.
2018년 서울시가 1천명의 프리랜서들을 대상으로 실행한 노동 및 거래환경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시의 프리랜서 중 70%는 월 소득이 200만원이 안 된다고 한다.* 이런 시기에 카페에서 일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일까. 하지만 쓴 만큼 벌자는 주의의 평범한 프리랜서 입장에서, 효율성이 높아지는 카페는 충분히 유혹적인 옵션이다. 이 글의 초안도 카페에서 썼다.
*서울시 경제정책실, '서울시,‘프리랜서 노동환경’국내 최초 실태조사…안전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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