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JTBC의 한 프로그램에서
카페 화장실 사용을 둘러싼 갈등을 다뤘다.
손님이 아닌 사람의 화장실 이용,
그 경계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장면을 보다가 문득, 얼마 전 나의 한 기억이 떠올랐다.
어느 날 걷기 운동을 나갔다가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졌다.
집까지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 있었고
근처에서 외부 화장실을 찾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첫 번째 카페에 들어가 사정을 설명했지만
오픈 준비 중이던 아르바이트생은 정중히 거절했다.
두 번째 카페에서는 화장실이 고장 났다고 했고,
그 말이 '안 된다'는 뜻이라는 것도 금방 알 수 있었다.
세 번째까지 허탕을 치고
네 번째 카페에 들어갔을 때였다.
"사용하세요. 비밀번호는 이쪽에 붙어있어요"
그 한마디가 얼마나 고맙던지
눈물이 날 뻔했다.
그 카페의 화장실은 외부에 있었고
슬라이드형 디지털 도어락이라
열쇠를 따로 가져갈 필요도 없었다.
급한 불을 끄고 나와 고맙다고, 다음에 꼭 음료를 마시러 오겠다고 인사를 했더니
아르바이트생은 화장실 비밀번호를 외워두라고 했다.
다음에도 지나가다 급하면
그냥 쓰고 가도 된다고까지 말했다.
그 카페는 여러 가게가 입점한 건물 안에 있었고
건물 차원에서 청소 인력이 따로 있어 보였다.
매장에서 직접 화장실을 관리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인 듯했다
깨끗하게만 사용하면 된다고 나의 미안함을 덜어주듯 덧붙였다.
그날 이후로 나는 카페나 음식점에 갔을 때
가게 밖에 있는 화장실을 사용할 때면 화장실의 비밀번호를 메모해 두는 버릇이 생겼다.
그리고 이전보다 훨씬 더 조심스럽고 깨끗하게 사용하려 애쓴다.
지갑을 들고나갔다면 당연히 음료를 주문하고 화장실을 이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빈손으로 나선 운동길에서 그 아르바이트생의 배려 덕분에 난처한 상황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그 이후로 나는 절대로 빈손으로 운동을 나가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지갑을 챙긴다.
그리고 나에게는 '카페 사용 설명서' 같은 나만의 매뉴얼이 있다. 습관에 가깝다.
카페에서 글을 쓰거나 공부를 할 때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 것 같으면
음료를 두 번 이상 주문한다.
콘센트가 있어도 충전은 하지 않는다.
변수가 생길 수 있으니 충전선은 챙기지만 집에서 완충하고 나온다.
눈치를 보는 건 아니고, 충전선을 꺼내는 일이 귀찮아서다.
공부하러 가는 카페는 대부분 혼자 가기에
구석진 2인용 테이블이나
바 형태의 긴 테이블을 선호한다.
돈을 내고 음료를 마시는 공간이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장소를
내가 오래 점유하고 싶지는 않아서다.
최근 화제가 되었던 그 뉴스를 보며
사람과 공간, 그리고 배려의 경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카페 아르바이트생의 배려를 받은
그날 이후로 나는 카페를 사용할 때마다
그 오전의 친절을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