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다녀왔다.
약이 좀 클 거라는 의사 선생님.
진료실을 나서기 전, 물어봤다.
"설마 우루사만큼 크진 않겠죠?"
의사 선생님은 잠깐 머뭇거리다 말했다.
"좀 커요."
약국에서 받아 든 약은 우루사만큼 컸다.
아니, 조금 더 컸을지도.
나의 예지력이 이렇게나 쓸 데가 없다.
예감이 빗나갔으면 얼마나 좋아.
어릴 때 나는 약을 삼키지 못했다. 엄마는 미니 절구에 약을 갈아서 먹여주셨고,
쓰디쓴 마이신도 껍질을 까 물에 개어 먹었다.
그걸 지켜보던 친할머니는 혀를 차셨다.
"저 독한 년. 마이신이 얼마나 쓴데, 에이 독한 년."
손발이 너무 차가워 구절초 달인 물도 마셨었다. 전기밥솥만 한 항아리에 가득 담아두고,
하루에 한 잔씩 마시고 나면 할머니는 늘 고쟁이
속 숨겨진 안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내 내미셨다. 어린아이 답지 않게 단맛이 싫어서 안 먹으면, 어김없이 또 한 마디가 날아왔다.
"독한 년."
지금도 나는 쓴 나물과 쓴 음식을 너무 좋아한다.
우루사처럼 큰 약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보니 웃음이 났다. 할머니의 독한 년이란 욕 아닌 욕이
사실은 제일 다정한 말이었다.
할머니가 많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