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운동을 즐기는 편이다.
수영을 10년 넘게 하며 대회도 나갔었고,
이제는 10년 넘게 배드민턴을 즐기고 있다.
저녁에 퇴근해 들어오더니
어디서 보고 왔는지 묻는다.
"당신, 민턴 그립커버 뜰 수 있어?"
"뭐는 못 뜰까요."
"그 눈 하나 달린 캐릭터 있잖아,
그걸로 떠주면 안 될까?
아니면 뽀로로 같은 걸로."
눈 하나 달린 아이가 미니언즈라는 건 모르나 보다.
손가락 관절염 때문에 아프다는 걸
엄청 강조하면서도 떠주겠다고 약속을 해버렸다.
뽀로로는 손이 너무 많이 가서 패스.
실 방으로 가서 뒤적뒤적 맞는 색을 찾고 있는데
뒤에서 한마디가 들린다.
"내가 당신이 떠준 거 갖고 다니면서
자랑하고 주문받아올게."
"손가락 아파서 당신 거밖에 못 떠줘요.
주문받아오면 안 돼요~" 절대로.....^^;;
"아~ 그래. 근데 나 민턴 네 갠데."
망했다.
남편에게 돈을 받아야겠다.
병원비로.
"미니언즈 눈은 얼마나 크게 떠줄까요?
당신 눈처럼 크~고 오백 원짜리 동전만 하게요?"
얼마 만에 보는 표정인지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웃겨서 못 참겠다는 표정으로 웃는다.
내 딴엔 미니언즈 눈동자를
샤방샤방 빛나게 표현해 보겠다고
검은 동자에 흰색을 살짝 넣었는데
왠지 잘못 뜬 것처럼 보여서
플라스틱 인형 눈을 달아줬더니 괜찮다.
며칠 후 저녁을 먹은 남편은 완성된 미니언즈 배드민턴 그립커버를 씌워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들고나갔다.
<눈까지 완성한 사진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