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지워지지 않는 것들
기억
기억은 시간보다 오래 남는 감각이다.
순간은 지나가도 그때의 온도는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은 과거를 잊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때의 마음을 놓지 못해 기억한다.
어느 날 문득, 기억은 생각보다 먼저
냄새와 음악으로 찾아온다.
2교대 근무를 하던 젊은 시절,
새벽 4시 통근버스에 몸을 실으면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가 흘러나왔다.
창밖은 아직 어둡고, 몸은 무거웠지만
그 노래만큼은 당당하게 울려 퍼졌다.
지금도 그 노래를 생각하면
그 새벽의 공기가 코끝에 먼저 닿는다.
단팥빵을 베어 물 때
입천장을 간질간질 간지럽히는 그 감촉에
어느 골목 어귀의 겨울이 따라오고,
바다의 짠내를 맡는 순간
누군가와 거닐던 가슴 설레던 기억 하나가
조용히 깨어난다.
기억은 그렇게 살아온 날들 중 어느 한 지점에
나를 가만히 멈춰 세운다.
기억은 과거의 잔상이 아니라,
앞으로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천천히 흐르는 삶 속에서,
나는 오늘도 그 소중한 기억들을 안고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