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노트북 앞에서

by 이작가야



오늘은 글이 써지지 않았다.

커서만 깜빡이는 화면 앞에 한참을 앉아 있다가, 결국 노트북을 덮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하늘의 구름이 참 예쁘다.

어디를 바라봐도 작품 같은 하늘.

바람이 스산히 불어와 나뭇가지에 매달린 잎들이 몸서리치듯 흔들린다.



평범한 듯 특별한 풍경.

그저 창밖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날들.

11월의 하늘은 이렇게 나를 위로한다.



차를 한 잔 내리기로 했다.

따뜻하고 고소한 향의 아메리카노를 마실까, 국화차를 마실까.

오늘은 고소하고 새콤한 아메리카노.



디저트카페를 잠시 운영한 적이 있다.

본사에서 교육을 받았었는데,

지금 기억에 남는 건 딱 하나.

아메리카노는 85℃에서 90℃의 온도가 제일 맛있다는 거.



따스한 찻잔의 온도가 손끝에 전해진다.

한 모금 삼켜본다.

목을 타고 내려가는 따끈하고 고소한 커피 향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빈 노트북을 다시 열었다.

하얀 페이지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윙크하듯 여전히 깜빡이는 커서.

아무것도 쓰지 못한 이 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은

이 순간도, 분명 누군가에게는 수많은 이야기가 숨어있겠지'.



글감이 떠오르지 않는,

그저 평범하고 무미건조한 날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내가 놓치고 있던 건

바로 이런 순간들일지도 모른다.



특별하지 않아서, 너무나 평범해서

잊고 있던 순간들.

따뜻한 차 한 잔, 예쁜 하늘,

떨고 있는 입새, 빈 노트북 위의 침묵.


그리고 오늘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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