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블로그가 있다.
정확히는 방치되어 있는 블로그였다.
형체가 있다면 아마 먼지가 10센티는 족히 쌓였을 만한 블로그.
브런치 스토리를 시작하면서 주변에서 블로그를 시작하라는 조언을 종종 들었다. 손뜨개 도안 몇 개, 일본 여행에 사용되는 짧은 회화 문장 몇 개 정도만 비공개로 담아놓았던 나의 블로그를 살려볼까 싶었다.
글쓰기용 블로그로 정비를 하고 브런치에 올렸던 글들을 옮겼다. 전체 공개, 댓글 허용도 해놓았다. 그리고 나의 수많은 예명 중 한 개를 고르기로 했다.
석영, 가율, 서율, 소예,
rachel, なつね(나츠네).
석영은 가수, 가율은 작사가, 서율은 글 쓰는 이, 소예는 소담스럽고 어여쁘다고 캘리 스승님께서 지어주셨지만 왠지 어린아이 이름 같아서 빼고, rachel은 인스타그램에서 쓰는 이름,
なつね는 일본어로 대화할 때 사용하는 일본 이름으로 여름에 태어났고 '소리'라는 단어를 좋아해서 '여름소리'라는 뜻으로 지었다.
이 다섯 가지 예명 중 글 쓰는 작가의 예명으로
좋을 것 같은 '서율'로 정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하루도 안 되어서 하트가 빨간색으로 바뀌고 하트 옆에 숫자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하트는 달았는데 읽음에는 '0'.
어떻게 된 걸까? 읽음으로 되어있는 것도 있었지만 하트는 달았는데 읽음이 0인 글도 있었다.
'제목만 읽고 하트를 남기고 가셨구나'로 생각을 정리했다. 아, 이렇게도 하시는구나.
나는 브런치에 구독하는 작가님의 글이 올라왔다는 알림이 뜨면 라이킷을 하고 싶었는데 읽기만 하고 나가기를 했던 적이 몇 번 있어서,
이제는 제목을 읽고 라이킷을 하고
그다음에 글을 읽을 때가 많다.
읽지 않고 하트를 누른다는 건 상상을 못 해봤는데, 블로그에 그런 걸 보고 나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진심 감사하는 마음이 커졌다.
응원의 하트도 감사하지만, 누군가 내 글을 끝까지 읽어준다는 것. 그 시간을 내어준다는 것.
그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새삼 깨닫는다.
읽지 않은 하트를 보며, 읽어주는 당신을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