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을 미루는 이유
'모든 관계는 이기적이다'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대가 없이 나를 내던지는 헌신적인 사랑이 분명 존재한다고 믿었으니까.
하지만 틀렸다.
무조건적인 사랑은 없었다.
적어도 내가 생각했을 때는...
누군가를 사랑하며 느꼈던 찰나의 행복은 사실, 내가 건넨 사랑의 대가였다.
사랑을 주고 만족을 받는 것.
그것은 숭고한 희생이 아니라,
정교한 교환에 가까웠다.
결국 이 세상에 거저 주어지는 마음이란 없다.
그 환상이 깨진 자리에는 처절한 아픔이 고인다.
헤어진 뒤에 찾아올 그 막막한 통증은, 상상만으로도 숨이 막힌다.
상대가 떠난 빈자리보다, 더 이상 사랑을 주고 행복을 돌려받을 '거래처'가 사라진다는 사실이
나를 더 깊은 심연으로 끌어내린다.
나는 오늘도 이기적인 선택을 한다.
사랑이 끝났음을 알면서도 머무는 것은,
상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무너질 나를 마주할 용기가 없어서다.
거저 주는 사랑은 없기에,
나는 이 지독한 통증을 유예하며
오늘도 처절하게 안녕을 미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