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이 되고 첫 4대 보험이라니, 엄청 감명 깊고 행복할 줄 알았지만, 막상 4대 보험을 얻고나니 별거없었다. 생각보다 단점이 더 많았다. 매월 4대보험과 세금으로 빠져나가는 돈을 제하고 나면, 생각보다 내가 받는 돈은 크지않았다. 낸 돈으로 내가 혜택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기꺼이 내겠지만, 6개월 이상 일하고 정리해고 당하지 않는 이상 고용보험은 받지 못하고(많은 직장이 기업 이미지 손실 및 정부 제재를 받지 않기 위해 정리해고를 잘 하지 않는다. 정리해고가 필요할때는 자발적 퇴사를 하는 방안을 주로 사용하려고 한다. 그래서 회사에서 집단 괴롭힘 문제가 사라지지 않나보다) 국민연금은 내가 늙을때까지 남아있을지도 의문이고, 유일하게 혜택 받는거라고 하면 건강보험 뿐이겠다.
급여로만 치면 프리랜서로 3.3% 원천징수할때가 더 많이 받았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정규직을 하려는 이유가 있다. 정규직이 된 순간 부터 소위 커리어라는 것이 인정받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는 모른다. 그냥 그렇다고만 들었을 뿐이다(이게 무슨 불합리한 소리인가... 프리랜서로 10년을 일해, 웬만한 직장인 이상인 사람도 커리어를 다 인정받지 못하다니!) 나의 합리적 추론인데, 이런 시스템이 생긴 이유 중 하나가 아마, 기업에 적응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을 골라내기 위한 수단으로 4대보험과 정규직을 사용하는게 아닌가 싶다. 기업 입장에서는 직원이 능력있는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사회 조직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를 고려한다. 기껏 뽑아 놨더니, 몇 개월이 안되어 그만두면 기업입장에서는 몹시 골치아프다. 큰 규모의 대기업은 다르더라도,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업무시간을 쪼개 면접을 보고, 지원 서류를 확인한다. 그 중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일도 힘들고, 가려놓은 옥석이 금방 그만두면 허탈감도 가득하다. 그러기에 최대한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 얼만큼 회사에서 일했는지 소위 커리어를 보는 것이리라.
커리어를 일관적으로 쌓았는지도 중요하다. 회사 입장에서는 비싼 돈 주고, 일할 사람을 구하기에 얼만큼 이 사람이 돈을 벌어들일수 있고, 변화에 적응 가능한지를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그 사람의 전문성과 변화에 적응가능한 능력을 보는 기준으로 커리어를 사용한다. 한가지 분야에서 얼마나 오래 하고 프로젝트를 달성했고, 새로운 도전을 해봤는지가 경력 기술서에 담겨있어야 비로소 매력적인 구직자가 되는 셈이다.(물론 사회초년생들은 이런 경력을 쌓기가 힘들다. 그리고 앞으로는 경력자를 뽑는 풍토가 더 심해지니... 사회초년생은 더더욱 취업하기 어려운 시스템이 되고 있다) 취업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이유다.
이제 다시 내 이야기로 돌아가자.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시작한 사회생활이니 생각만큼 녹록지는 않았다. 촬영 프리랜서로는 오랜시간을 보내왔기에 더더욱 직장인으로서의 삶이 익숙치 않았다. 특히나 출근시간!
아침 9시까지 서울의 지옥철을 뚫고(특히나 강남방면 2호선...) 회사에 도착하는건 정말 스트레스 받는 일이었다. 사람들 사이에 서로 끼어가면서, 바로 옆사람의 숨소리를 맡아가며 간다는 건, 아침부터 너무나도 불쾌한 경험이다.(물론 아침일찍 가서 회사에 일찍 도착하면 되겠지만... 그건 더욱 싫은 일이니 패스) 그리고 출근시간은 각각 다른데 퇴근 시간은 거의 비슷하니(모두의 목적이 6시 칼퇴가 아니겠는가) 금요일 6시경에는 지하철 2~3개는 보내고도 답답한 상황에서 집에 갈 수 밖에 없었다. 안정을 택함으로 인해 프리랜서가 누릴 수 있는 최대 장점인 자유로운 시간을 버렸다. (물론 재택근무가 가능한 대기업이라면 해당 되지 않는 이야기겠지만, 코로나 상황에서도 체계적이지 않은 중소기업은. 출근 할 수 밖에 없다)
사실 입사하고 첫 2개월 간은 프리랜서로 재택근무를 했다. 영상 일은 집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고, 촬영이 있을 경우 미리 관련 내용 전달 받고, 장비만 챙기면 되는 일이니... 하지만 정규직이 되고나서 부터는 회사에 꼭 출근해서 일해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당시가 코로나로 한참 심각할때였고, 현재도 마찬가지지만, 인력 운용이 힘든 중소기업은 회사 근무를 진행 할 수 밖에 없는 슬픈 현실...)
정규직이 되고 첫출근을 시작한 4월. 정규직으로 전환 된 뒤부터는 이전 처럼 내 할일만 끝낼 수 없었다. 타 부서에서 오는 요청도 들어줘야하고, 보이지만 보이지 않을 듯한 사내 정치도 신경써야 하니!(많은 사회 초년생이 그렇듯, 나 역시 사내 정치라는게 정말 싫다... 회사에서 일만 잘하면 되지, 무슨 정치를 해야되 그럴거면 국회로나 가라고!)
그리고, 가장 불편했던건 이제 사람들이 날 직급과 직책으로 부른다는 사실이다. xxPD XX주임 등 내 성 뒤에 직급 또는 직책이 붙는게 너무나도 싫었다. 누구는 회사에 처음들어가고 받는 명함이 그렇게나 좋다고 하기도 하던데..(하지만 그것도 이름있는 기업에 들어가야 좋지... 나도 삼성, LG, 현대에 들어갔다면 자랑스럽게 명함을 인스타에 올릴텐데...)
기업에 소속된 명함을 가지고 있는것이 싫었다. 그래서 회사에서 명함을 나눠 줄때, 대다수를 회사 책상아래 넣어놓고, 소장용으로 지갑에 단 1개만 놔두고 말았다. 물론 몇달 지나지 않아, 부서가 바뀌어 그 명함 마저도 쓸모없게 되었지만...
또 중소기업 직장인이 되면 뭐가 달라질까? 복지 같은건 그냥 없다고 생각하는게 맘편하고...(코로나19 때문에 월급 따박따박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할 지경. 그놈의 코로나 나랑 싸우자. 언제쯤 사라질래?)
물론 모든 중소기업에 복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어떤 기업은 자기계발비 지원이라고 도서비를 지원해주는 곳도 있고(물론 다수의 사람들이 책을 안 읽겠지만) 건강검진 비용 지원이나, 회식비를 지원해주는 곳도 많다(물론 코로나19 때문에... 큰 의미는 없지만. 기승전 코로나 시대) 어떤 기업은 복지포인트를 80만 원 상당 증정해주는 곳도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이런 복지를 할 경우 월급이 기대 이하인경우가 많다. 얻는 매출액이 버라이어티 하게 늘어난 것도 아니고, 인건비 부담도 심할 것이다. 따라서, 월급을 적게하고 복지를 많이 주는 중소기업이 많다. 이럴 거면 조삼모사 아닌가... 그러니 모든 취준생 여러분. 아무리 취업이 힘들더라도 이력서를 내기 전에 지원하려는 기업에 대해 조사하고 가자.
잡플래닛 리뷰, 크레딧잡 퇴사율과 리뷰, 각종 연봉/복지에 대한 파악을 하고 지원해야 실패할 확률이 적다. 그리고 악성 기업중에는 겉은 번지르르한데 속은 비어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언론 기사를 너무 믿지말고, 회사에 다녔던 사람들의 진솔한 리뷰를 한 데 모아 분석해보자. 공통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아마 그 회사의 큰 특징일테고, 그것만 잘 분석해도 기업 선택에 어려움이 크게 줄어든다.(물론 모두한테 좋은 기업이란 없다. 기업이 영리를 추구하는 집단이란 걸 명심하자)
자 그러면 이 글을 읽는 당신의 훌륭한 취업을 위해 건배!(재직자라면 힘냅시다. 특히나 같은 중소기업이면... 더이상은 생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