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저임금은 2021년 기준 8,720원이다. 최저 월급은 1,822,480원(주휴수당 포함)이며 연봉으로 치면 21,869,760원이다. 생각보다 작아서 놀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노동자 입장의 생각이다. 사업주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매달 180만 원 정도의 고정 임금이 나간다. 직원 수가 10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매달 인건비로 최저 1,800만 원이 나간다. 연 지출로 계산하면 2억 1천만 원 이다. 그럼 기업 입장에서는 최소 연 매출이 2억 1천 만 원 이상은 되어야 현상 유지 할 수 있는 것일까? 아니다. 사실 들어가는 돈은 더 있다. 월세 또는 전셋값, 법인세, 마케팅 비용, 기타 소모품 또는 복지비용 등 정말 어마어마한 돈이 든다. 만약 자신이 노동자 입장이 아니라 사업주 입장이라면 저렇게나 많은 돈을 내면서 수익을 낼 수 있을 거라 믿는가? 나는 아직 이에 대한 답을 내지 못해서, 사업을 못 하고 있다.
물론 모든 기업인이 자신의 돈으로 사업을 하는 건 아니다. 초기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은 투자를 받고, 또는 주식을 발행하기도 하며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투자하며 인건비를 지출한다. 왜 그렇게 해줄까? 당연히 미래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매달 일정 금액을 갚아야 하는 CEO 입장에서는 성장에 목매달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일을 자꾸 벌이고 그 일을 처리해 나가길 바라는 것이다. 노동자의 임금을 올려주는데 궁색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매출액이나 영업이익같이 숫자로 보이는 지표는 얼만큼 성장했는지 증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노동자의 임금을 10% 올려준다고 해서 생산성이 얼마큼 늘어난 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있을까? 회계사급 수학지식이라면 알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모르겠다. 이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많은 CEO들도 확신이 안 가서, 임금 상승에 궁색한 것 같다.
그러면 대기업 직장인들은 왜 높은 연봉을 받을까. 일단 대기업은 재무적으로 튼튼하다. 그렇기에 인건비 부담이 생각보다 낮다. 그리고 새로운 사업을 할 충분한 재무구조도 되어있고, 그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능력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즉, 인적 자본이 자본소득으로 직결한다. 그렇기에 능력 있는 직원을 뽑으려고 머리를 싸매 공채를 하고, 인재를 키우려 한다. 높은 연봉을 줘 계속해서 노력할 동기를 주고, 잘 적응해 성공적인 성과를 내는 사람은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이익을 회사에 안겨 준다. 즉, 투자할 가치가 충분하다.
하지만 많은 중소기업은 그러지 못한다. 왤까? 이유를 말하기 전에 동물의 본능에 대해서 알려줄까 한다. 동물은 위기 상황이 오면, 급격히 그 자리를 떠나거나 특유의 행동을 한다. 이는 무조건적인 반사나 조건 반사적인 행동인데, 위협을 회피하지 못하면 당장 그 자리에서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위협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현재 상황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 맹수의 이빨이 언제 어디서 날라올지가 중요하지, 저 멀리 사우디아라비아의 치타가 짝짓기 하고 있을까 아닐까를 생각하는 게 중요한 일이 아니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당장의 위협. 즉, 생존이 어려울 만큼의 스트레스가 발생한다면 멀리 생각하지 못한다. 당장의 생존을 위해, 급한 것부터 처리하려고 하고, 눈앞에 보이는 일에 집중한다. 그렇기에 사람에 대해 투자하려는 생각을 가지기가 힘들다.
사실 사회초년생이고 중소기업에 다니는 내가 이렇게 사업주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글을 쓰는 게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맞다. 나도 여느 노동자처럼 내 연봉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많은 돈을 받고 싶어서 안달 나 미칠 거 같은 그런 사람 중 하나이다. 하지만, 감정적 요소를 제하고 나서 냉정히 생각해보면, 그만한 돈을 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진짜 진짜 예외지만, 이유 없이 박봉을 주고 사람을 천시하는 기업을 다닌다면... 당장 그 자리를 떠나라. 사람 귀한 줄 모르는 기업은 절대 좋은 기업이 아니다).
자본주의는 수요/공급 원칙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고 노동자의 연봉 곡선에서도 이 원칙이 적용된다. 물론 내가 경제학자는 아니기에 아주 그럴듯한 수요/공급 곡선을 보여주면서 이를 증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1년 동안 노동자로서 직장 내 상황을 유심히 살펴보고, 일해본 결과 CEO가 노동자를 정말 미워하고 하인처럼 생각해, 저임금으로 부려먹는 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물론 그런 CEO가 있을 수 있다. 그럴 때에는 뒤도 보지 말고 나가라)
그럼 지금 상황에 만족하고 다녀야 할까? 이 글을 읽는 수많은 사회초년생이여 절대 체념하지 마라. 방법은 있다. 최대의 방법은 내가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란 걸 꾸준히 증명해줘야 한다. 사업으로 바쁜 인사담당자와 CEO들에게 내가 성장 가능성이 있고, 이 회사의 이익을 높여줄 만한 인재라는걸 증명해야 한다. 성과주의자 같은 경우에는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어내 협상을 이끌어나가야 하고, 사교성이 좋은 사람이라면, 나로 인해 팀의 분위기가 좋아지고, 이것이 어떻게 성과로 이루어졌는지를 증명해야 한다. 뭐든지 간에 내가 희소성이 있다면, 비싼 임금을 지불해서 데리고 있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사회초년생이 이런 큰 성과를 내기란 정말 쉽지 않다. 그렇다면 차선으로 이직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이직할 때도, 내 경쟁력이 없이 고만고만하게 다닌다면, 내가 보내줄 카드가 없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자신이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인지 하나하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놓길 바란다.
아무것도 해당하지 않는다면, 그저 꾸준히 자신에게 투자하는 데 집중하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날아오를 수 있는 그때까지 인내하며, 자신을 갈고닦으면 기회가 찾아올 때 엄청난 성공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오늘도 책을 읽고 글을 쓴다.(feat.그렇지만 늘 출근은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