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아테투도 Oct 02. 2021

사회초년생에게 야근이란?

하고 싶지 않지만 안 하면 눈치 보이는 일


2020년 첫 사회생활을 하면서, 야근을 할 때가 가장 고통스러운 날이었다. 야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최근 워라밸이라는 말이 대두될 만큼 야근에 대해 지양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기에 대놓고 야근하란 말을 회사에서 하기란 쉽지 않다(아마 그렇게 말하는 상사가 있다면, 그 회사는 잡플래닛 평점을 최하점으로 받게 되지 않을까).



야근을 권유하지 않게 되었지만, 사람의 심리는 늘 간사한 법이다. 모든 임직원이 다 같이 야근을 안 하는 회사라면 몰라도, 직원 중 절반 정도가 야근을 하고, 심지어 내 팀원이 늘 야근을 한다면, 사회초년생이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라고 6시에 바로 짐을 싸고 나가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내가 다니던 회사도 그랬다. 사회초년생 1년 차 때 다닌 회사는 임직원의 절반 정도가 늘 야근을 했다. 누가 강요한 건 아니지만, 그만큼 임직원들에게 주어진 일이 많았고, 회의가 밤늦게까지 이어진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가장 길게 한 회의는 오후 10시까지였던 거로 기억이 난다).



하지만 늘 야근을 하는 사람은 과장 급 이상의 분들이었다. 과장, 부장, 이사진분들이 늘 야근을 하셨고, 연봉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 만큼 일이 많아 보여, 월급루팡이 불가능한 회사였다는 건 참 좋은 장점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고 해도, 내가 속한 마케팅팀은 늘 야근을 달고 살았고, 나 혼자만 6시에 퇴근하는 건 늘 눈치 보이는 일이었다. 아무리 사회초년생에게 야근을 강요하지 않는 분위기라도, 인간인 이상 내가 야근하는데 남이 일찍 퇴근하면,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는 게 당연지사였다.








그래서 나는 일할 때 늘 나만의 철칙을 두고 야근을 했다.

1. 이 일이 정말 급한일인가? 그렇다면 야근을 한다.

2. 오늘 내가 하기로 한 일만큼 해내지 못했는가? 그러면 야근을 한다.

3. 오늘 내가 하기로 한 일을 모두 끝냈는가? 그러면 집에서 가서 공부(야간 공부)를 한다.



내가 이렇게 철칙을 정해둔 이유는 아래와 같이 생각했기 때문이다.

'야근을 하게 되는 이유는 일이 너무 많거나 또는 내가 일을 충분히 할 역량이 되지 않거나 이 둘 중 하나다'



자 대다수는 일이 너무 많아서 야근을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것도 맞는 말이긴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후자 때문에 야근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 내 역량에 비해 주어진 일의 강도가 높다면, 당연히 해결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야근을 하게 된다. 이 강도라는 건 상대적인데, 누군가한테는 별게 아닌 일이 누구에게는 아무리 생각해도 해결 안 되는 문제가 된다. 이 상대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1. 업무 숙련도 강화 2. 관련 배경 지식 강화 3. 업무 관련 도구 사용 능력 숙달

위의  3가지 능력에 따라 차이가 나는데, 이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 부딪쳐보거나, 누구한테 물어보거나 또는 배움을 통해 해결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충분히 나에게 업무에 대해 알려줄 사수가 있다면, 쉽게 해결될 수 있지만, 대다수 중소기업에서는 이런 사수를 찾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배움을 생활화하지 않는 다면 늘 야근을 하게 되는 불상사에 빠져들 수 있다. 내가 퇴근하고도 공부를 하는 이유는 미래에 다가올 불행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자 여기 아래에 직장인 a와 b가 있다. a는 직장에서 퇴근 한 이후에는 업무와 관련된 일은 단 하나도 하지 않는다. a는 야근을 안 하고 퇴근하면, 집에서 늘 맛있는 배달음식을 시켜 먹으며, 넷플릭스를 보거나 tv 프로그램을 시청한다. 주말에도 데이트를 하는데 시간과 돈을 쓴다. 반대로 직장인 b는 야근을 안 하고 퇴근하자마자 공부를 시작한다. 퇴근하는 길에서도 책을 보고, 집에 와서는 업무와 관련된 책 또는 유튜브 영상 or 강의를 본다. 아침에는 6시에 일어나 뉴스를 시청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주말에도 데이트는 하지만, 이틀 중 하루는 자기 계발하는데 시간과 돈을 쓴다.



자 이들의 직장 생활을 한 번 비교해보자



직장인은 연차가 쌓이면서 더 많은 일과 높은 숙련도의 일을 맡게 된다. 능력을 자연스레 키워나갈 수 있다면 베스트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높은 연차가 되었는데,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해 늘 야근의 지옥에서 벗어날 없는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하게 되는 일의 숙련도도 떨어져, 결과물도 좋지 않을 확률이 크고 상사한테 꾸지람을 받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러면 아마 인사 평가는 최악이 될 것이다.



직장인 a는 위의 사례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 배움을 생활화하지 않는 a는 하던 일만 하다 보니, 새로운 일을 하게 되었을 때,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일이 많이 남으면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하지만, 집에서는 누워서 쉬는 것만 생각한다. 그런 생활이 계속되면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기 십상이다.



반대로 직장인 b는 늘 공부를 생활화하기 때문에 연차가 쌓이면서 달라지는 일도 적응하기가 쉽다. 왜냐면 이미 관련된 내용을 수 없이 공부했기에, 업무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여러 가지 정보와 도구를 활용해 밀도 있게 일을 해나갈 수 있다. 물론 처음에는 몇 번 야근을 하겠지만, 갈수록 업무 숙련도가 높아져, 야근을 하는 횟수도 줄어들 것이고, 업무의 퀄리티는 기대 이상이 되어 인사평가를 좋게 받을 가능성도 크다. 선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된다.



자 이 둘은 모두 똑같은 위치에서 시작했지만, 단 하나의 선택 때문에 길이 완전히 엇나가게 되었다. 이 차이를 만들어 낸 건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에서 비롯되었다. a는 불확실한 미래는 신경 쓰지 않고, 늘 현실의 편안함만을 추구했다. 반면 b는 미래에 다가올 일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고 계산했다. 그래서 현재는 비록 덜 편안하지만, 공부를 매일 같이 했고, 어느새 이것이 습관이 되어 큰 불편함 없이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자 다시 내 이야기로 돌아가서, 나는 야근을 안 하고 집에 갈 때, a와 b 중 어떤 삶을 살 것인가 고민했다. 나는 결국 b의 삶을 택했고, 집에 가서 늘 책을 보고, 유튜브에서 내 업무 또는 관심사와 관련된 유튜브 영상을 찾아봤다. 또, 밤에는 피로가 쌓여 생산적인 일을 하기가 쉽지 않아. 원래 7시 30분에 일어나던 기상시간을 6시로 조정했다.



처음에는 이 일상에 적응되지 않아, 피곤함이 강했지만, 3주가 지나니 몸이 적응해 큰 어려움을 들이지 않아도 공부할 수 있는 완전한 습관화 체제에 돌입하게 되었다.


 



나는 이렇게 직장인 b의 삶을 살기로 마음을 먹고 나서는 늘 주변 동료들에게 퇴근 후 자기 계발을 한다는 말을 하고 다녔다. 이렇게 말하고 다니는 건 잘난 척을 하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남들한테 말하고 부끄러워서라도 더 일할 수 있게 스스로를 다독이게 만드는 의식이었다. 그리고, 내가 퇴근 후 공부하거나 읽은 책들에 대해서 시간 날 때마다 이야기했고, 새로운 시도를 업무에 도입해보려고 했다. 처음에는 동료들이 반신반의했지만, 내 행동들이 쌓이다 보니 “얘는 참 열심히 사는 애구나”라는 생

각이 동료의 머릿속에 들어가서 인지, 나를 보면서, 제발 쉬라는 말을 할 정도였다.



결국 그때의 행동 덕분에, 나는 칼퇴해도 집에서 공부하는 사회초년생으로 자리 잡혔고, 오히려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공부한 것들을 바탕으로 하나하나 업무에 적용해보니, 실수할 일도 줄어들었고, 더욱 만족스러운 회사 생활을 할 수가 있었다(하지만, 이게 통하지 않는 막무가내 꼰대 회사라면.. 답이 없으니 애도를 드립니다)











작가의 이전글 내가 애플에 빠지게 된 이야기 4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