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없는 여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이 Mar 09. 2023

인생일기 1.

별 일 있겠어?


저녁 어스름과 함께 거리의 가로등이 반짝인다.

지금 글을 쓰는 곳은 요양병원.

창밖을 바라보며 글을 쓰는데, 수술했던 병원이 바로 옆이라 기분이 이상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저 병원 7층에 입원했었는데…

    

병이 찾아오는 건 나이를 따지지 않는다. 나는 예외일 거라 생각했는데, 현재는 병을 이겨내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다. 조용한 요양병원. 나이 드신 분들만 계시리라 생각했던 요양병원에 입원하고, 한가로움과 무료함을 버무린 일상을 지내며 글을 쓴다. 앞으로 치료 과정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 잘 될 거라고 애써 생각해 본다    

  

사람의 건강은 알 수 없다. 내 몸이기 때문에 더 세심하게 관리해야 하는데, 눈에 보이지 않으니 소홀하게 된다. 관심과 무관심 사이를 오가며 건강은 나빠지는 쪽으로 기울게 된다. 겨울이 다가온 어느 날, 속이 더부룩하고 가슴이 꽉 막힌 것 같았다. 혹시 심장이 안 좋은가 불안했는데, 왼쪽 가슴은 아니니 괜찮겠지 싶었다.

그래도 찜찜해서 내과에 갔는데, 역류성 식도염이란 진단을 받고 약을 처방받았다. 약을 먹자 속이 편해지고 더불어 마음도 편해졌다. 그래, 역류성 식도염은 흔한 질환이니까. 대신 약을 먹어도 좋아지지 않으면 검사를 해야 한다고 하셨다.      


시간이 지나도 불편함이 계속돼서 위내시경을 했는데… 원래 사람 마음은 그렇지 않은가. 나는 괜찮겠지? 혹시 나쁘더라도 약 좀 먹으면 낫겠지? 하며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 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내 예상은 아주 정. 확. 히 틀렸다. 틀린 정도가 아니라 심각하게 빗나갔다.

모니터에서 보이는 나의 위는 일반인인 내가 봐도 이상했다. 정말 이상했다. 조직 검사 결과는 일주일 정도 걸리니 일단 빨리 대학 병원에 가보라는 의사의 말. 대학 병원이라니! 말만 들어도 무시무시하고 안 아파도 아픈 곳이 생길 것 같은 그곳에 가보라니!

     

마음이 바빠졌다. 대학 병원에 전화해서 암이 의심된다고 하니 진료를 빨리 잡아주었다. 불안감은 견디기 힘들 만큼 커지고, 병원 예약 후 온갖 생각을 했다. 위암의 원인과 증세를 찾아서 나에게 대입했지만, 특별히 해당되는 것이 없었다.

운 음식을 싫어하며, 자극적인 배달 음식도 자주 먹지 않고, 그렇다고 남들보다 폭식을 한 것도 아니었다. 달달한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고, 직업상 급하게 먹는 습관은 있었지만, 암을 의심할 만한 특별한 증상은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암은 단것을 좋아한단다. 하지만 난 심각할 정도로 많이 먹진 않았는데…)

‘에이, 뭐야, 그럼 아닐 수도 있겠네......’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어떻게 자, 나 암일지도 모르는데...


병원에서 초진을 받고 온 날, 친한 지인들과 약속이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만난 우리의 토크 주제는 ‘2021년 돌아보기’였다. 그 뜻깊은 자리에서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했다. 이 토크를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정작 대화에는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인들이 미리 주문한 먹음직스러운 수제버거와 주스, 그리고 달콤한 커피. 속으로는 ‘이걸 먹어도 될까? 안 될 것 같은데... 그런데 전부 다 너무 맛있는 거잖아.’라는 상반된 생각을 하며 입은 즐겁게, 머리는 복잡하게 먹었다.     


진료 날 위장관외과로 배정을 받고 필요한 검사를 했다. 피도 뽑고, CT도 찍고, 내시경도 하고, 소변검사 등등 진 빠지고 지치는 검사들. 환자는 무섭고 불안하지만 병원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에게는 일상적인 일일 것이다. 평소대로 피를 뽑고, 검사를 진행하고. 늘 했던 일.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일기 / 프롤로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