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은 하지 않아!
밤에 잠들기 전, 검색을 하면 그날은 꼬박 새웠다. 검색은 오히려 일상을 좀 먹는 것 같아서 하지 않았다. 대신 남편이 알아보고 간간이 알려주는데, 그냥 듣기만 했다. 속에 담아두면 정말 힘들 것 같고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래, 이상이 있으니까 병원을 다녀온 거고, 혹시 모를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면서도 늘 하던 대로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아프다고 그것에 지배되는 것은 나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검사 결과, 위암이었다. 치료 절차를 진행하기 전 암 환자를 위한 산정특례 신청을 했다. 산정특례가 적용되지 않으면, 환자들은 엄청난 경제적 어려움이 시달릴 것이다. 건강한 게 최고지만, 이런 제도라도 있으니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 같다.
결과를 들었으니 이제 할 일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 부모님과 가족, 직장동료와 지인들, 친구들. 그들은 평온해 보였던 나의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을 할까. 남들에게 내 이야기가 오르내리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성격이라 정말 친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부모님과 가족들이 아닌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경우에는 미리 말하고 싶은 내용이 있었다. ‘내가 직접 말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가 전달되는 것은 싫으니, 주의 부탁드려요.’였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수도 있고, 이게 뭐가 그리 대단한가 싶으면서도 내 마음은 그랬다. 약간의 자존심이라고나 할까? 별 필요도 없는.
부모님께 먼저 말씀드려야 하는데, 나는 도무지 말이 나올 것 같지 않아서 남편이 아빠께 먼저 말씀드렸다. 아빠, 엄마와 통화하고 나서 정말 죽을 것 같았다. 친정은 멀기도 하고, 어차피 코로나 때문에 입원해도 면회가 불가한 상황. 아빠는 “가보지도 못하고, 걱정돼서 죽을 것 같다.”라고 말씀하시고, “딸아, 너는 왜 이렇게 엄마 마음을 아프게 하니.”라는 엄마의 말에는 눈물만 흘렀다. 그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하겠어.
그 외 자연스럽게 알게 될 몇몇 지인들에게도 이야기했다. 나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진심이 내 마음에 스며들었다. 그래, 괜찮을 거야. 수술 잘하고 치료 잘 받으면 되지, 요즘에 의료기술이 얼마나 좋은데. 좋은 생각들만 마음속에 눌러 담으며 견딜 수 있는 힘으로 바꿔갔다.
생활은 평소대로 했다. 출근을 하고, 책 보고 밥 먹고, 집안일도 하고, 주말엔 드라이브도 하고. 남편은 몸이 피곤하고 힘들면 덩달아 면역력도 떨어진다고 일찍 자고 푹 쉬라고 했다. 그게 말처럼 쉽나. 대신 늦게 자는 습관은 고치기로 했다. 이렇게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안정감을 줬다.
직장을 퇴사해야 하기 때문에 바쁜 2월 동안 내가 할 일을 마무리했고, ‘해빙’이란 책에서 읽은 감사일기를 써봤다. 몇 가지 내용을 소개하자면. ‘나를 걱정하는 가족이 있어서 감사하다.’, ‘보험을 들어놔서 부담이 덜한 것이 감사하다.’ 등… 실제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나중에 읽어보니 재미있었다.
- 인수인계를 위한 usb들 -
나도 사람인지라 문득문득 감정이 격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부모님과 통화하며 동요되었던 마음, 나는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아픈 건가, 하는 원망. 일을 그만두면 수입이 줄어들 텐데 어쩌나 하는 생각. 모든 것이 한꺼번에 밀려올 때는 참 힘들었다. 마스크를 벗고 거울을 보며 ‘내가 이 과정을 잘 견딜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심란해졌다.
그런 와중, 자주 가던 절에 들렀는데 기분이 참 이상했다. 예전에 갔을 때는 아름다운 풍경과 운치에 감탄했는데, 이번에는 절에서 파는 팔찌와 연등 등을 보며 하나 사볼까, 하나 달아볼까, 하면서 평소와는 다른 생각을 했다. 절을 할 땐 ‘아프지 않게 해 주세요. 잘 견딜 수 있게 해 주세요.’라고 빌었다. 참, 사람의 마음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