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강가 Sep 13. 2023

화양연화(花樣年華)

글머리에 :

지난가을과 겨울 사이에, 방영된 지 2년이나 지난 드라마 「화양연화 – 삶이 꽃이 되는 순간」을 보게 되었다. OTT 플랫폼을 둘러보다 우연히 발견한 드라마였다. 제목도 끌렸고,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해 무조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찬란하고 아련했던 첫사랑을 다시 만나 가장 빛나는 시절의 자신을 마주한 이들의 이야기는 꽤 긴 여운을 남겼다.



내가 남겨 놓은 기록들이 가끔 내게 말을 걸어왔고, 그때마다 과거의 나를 마주하곤 한다. 지난 기록 속의 나의 모습은 늘 지치고 불안했으며, 감정적이고, 격정적이었다. 하지만 그 시절에도 반짝반짝 빛나던 순간들은 존재했다. 그 빛나던 순간들이 나를 고통스럽게도 했지만, 또 어떤 날은 그 빛나던 순간들로 버틸 수 있었다.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갈 거야?”

간혹 누군가 이런 질문을 할 때마다 나는 ‘아니’라 답한다. 지금의 내가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과거를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것은 찰나의 순간일 뿐이다. 지금의 나를 사랑하고, 지금의 삶에 만족한다. 비록 더 이상 반짝이지 않는다 해도 돌아가지는 않을 거라고, 늘 같은 대답을 한다.




드라마를 보며, ‘나도 언젠가 다시 빛이 날 수 있을까? 아니, 나의 화양연화는 지났다. 이제 다시는 반짝거리지 않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드라마 속 한 장면에서 눈에 익은 장소가 나왔고, 그곳에서의 추억이 떠올라 반가운 마음에 곧바로 사진을 찾아보았다. 사진을 본 순간 깨달았았다. 나는 여전히 반짝이고 있음을. 그것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설렘이었다.


이제 나는 여전히 찬란하고 아름답게 빛나는 나의 시절과 그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이것은 내가 보내는 연서이자 뒤늦은 대답이기도 하다. 지난 기록과 현재의 감정을 더해 엮어나간 마음이 잘 전해지기를 바라며, 이만 총총.     


                                                                                                                2023년 1월, 하늘강가


* 드라마 삽입곡인 「너라는 계절은」에서 제목과 목차를 차용했음을 밝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