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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강가 Sep 22. 2023

08. 사랑이 깃든 다리

#1 겨울, 스며드는 감정의 온기


넓게 펼쳐진 구름이 지는 해에 물들며 바람에 날리는 염색천 같다. 바람 불지 않는 잔잔한 수면 위에 하늘을 담아놓은 안동호는 사람을 홀리려 작정을 했나 보다. 계속 바라보고 있다가는 나도 모르게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아 덜컥 겁이 나는 것이다. 여행길의 느슨해진 마음을 유혹하는 위험하고도 황홀한 색채의 향연이 두렵다. 일몰의 시간이 서서히 퍼지는 독처럼 파고든다. 점점 어둠이 짙어지며 월영교에 하나 둘 불이 들어온다. 다시 밤의 시작이다. 





붉은빛과 보랏빛으로 물든 모습이 몽환적이다. 그 모습을 함께 바라보며 우리나라의 제일 긴 목책교에 깃든 슬프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생각해 본다. 사랑하는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아내의 슬픔과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던 편지와 그녀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만든 미투리가 발견되자 그것을 모티브로 삼아 만든 다리. 그 사랑의 깊이를 나는 결코 가늠할 수가 없다. 그러고 보면 절절한 사랑이야기들은 모두 감당할 수 없는 무게와 깊이에 비례하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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