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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강가 Oct 02. 2023

18. 올빼미와 종달새

#1 겨울, 스며드는 감정의 온기


겨울의 밤은 낮보다 길다. 도시는 일찍 잠들고 싶지 않은 듯 어둠 속에서 불을 밝힌다.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아무도 없는 텅 빈 거리를 비추는 가로등 불빛, 아직 할 일이 남은 자들의 건물에서 새어 나오는 조명, 멀리 보이는 대관람차의 네온사인은 쉽게 잠들 수 없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나의 밤과 아침은 늦게 찾아온다. 불규칙한 수면패턴은 내 일로부터 시작되었다. 어릴 때의 나는 분명 새나라의 어린이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올빼미형 수면패턴을 갖게 되었던 것이 이제는 종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와 제일 맞지 않는 부분이 수면패턴이다. 그의 밤과 아침은 나보다 더 일찍 찾아온다. 올빼미처럼 생겨서는 답지 않게 종달새형 인간인 것이다. 그래서 여행길에서의 나는 늘 피곤하다. 먼저 잠든 그가 깨어 움직이는 소리에 잠이 깨 버리는 불편함은 나의 신경을 갉아먹고, 예민하게 만든다. 하지만 결과를 보면 그의 패턴이 늘 옳았다. 일찍 나선 여행길은 사람이 없어 한결 여유롭고도 편안했기에 나는 투정을 부리면서도 그를 따라 종달새가 되어본다. 최근 미라클 모닝이 유행이다. 다섯 시 알람을 맞춰놓고 일어나 보려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부지런한 그에게는 쉽다는 그 일이 나태한 내게는 참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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