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 모양의 꽃잎이 닿은 자리가 불에 덴 듯 화끈거리며 쓰라리다. 누군가가 흘리고 간 뜨거운 마음 한 조각인 탓이다. 그것을 차마 버릴 수 없어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받쳐 들고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오해였다. 그저 애기동백이 남기고 간 작은 발자국이었을 뿐이다.그럼에도 그것을 버리지 못하고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울산대공원을 걸었다. 목적지인 장생포 고래마을로 향하던 길에 잠시 들러 본 곳은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이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살을 에는 시린 바람도 없고, 적당한 햇살과 시원한 공기에 절로 미소가 나오는 그런 눈부신 날이다. 흙냄새와 더불어 소나무 특유의 향취가 코끝에 맴돌아 들뜬 기분에 발걸음이 가볍다.
바닥에 떨어진 솔방울들이 툭툭 발길에 채어 이리저리 나뒹굴었다. 도르르 굴러가는 그것을 바라보던 시선이 한 곳에 멈춰 섰다. 기어이 누군가가 뜨거운 마음을 송두리째 꺼내 보인 것이다. 저토록 붉고 강렬한 마음이라니! 내 시선을 옭아매고 나를 쥐고 흔드는 저 붉은 마음이 아름답고도 애틋해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