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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강가 Oct 06. 2023

20. 나의 로망

#1 겨울, 스며드는 감정의 온기


아, 내가 원하던 것은 바로 이런 거였어! 

아주 멋진 크리스마스트리를 발견했다. 매번 영화나 사진으로만 보던 북트리가 내 눈앞에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두 손으로 입을 막아 새어 나오려는 환호성을 겨우 참아냈다. 언제 보아도 참 기발한 발상이다. 나 같은 책 애호가에게는 최고의 연말 트리가 아닌가 말이다. 언젠가 내 집에 저렇게 멋진 연말 북트리를 만들겠다는 작은 소망이 생기는 순간이다. 그래, 이것은 나의 로망 중 하나다.





북트리 옆으로 벽 하나를 꽉 채운 책장이 눈에 들어왔다. 전시되어 있는 책들이 조명을 받아 찬란하게 빛난다. 할 수만 있다면 통째로 뜯어가고 싶은 마음이다. 나의 로망은 그런 것이다. 방 안 가득 사면을 책으로 채우는 서재를 갖는 것 말이다. 천장 근처 꼭대기에 꽂힌 책을 꺼내기 위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더라도 책을 보관할 방 하나를 만드는 것. 물론, 먼지가 쌓이지 않게 관리하는 것은 힘들겠지만 방문을 열었을 때 나는 기분 좋은 오래된 책 냄새를 맡고 싶은 것이 내 오래된 로망이다. 그런 내게 그는 말했다. 이런 서재를 만들어 주겠다고.





실컷 책들을 구경하다가 정끝별 시인의 시집 한 권을 손에 쥐었다. 오래된 펜팔 친구가 편지에서 시를 읽다 내 생각이 났다고 썼던 그 시집이었다. 수록된 시에서 '하염총총 하염총총'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내가 항상 편지 말미에 써붙이는 '이만 총총'이라는 말이 생각난다는 것이었다. 이 시집을 보니 그녀의 편지가 생각났다. 아무래도 따뜻하고 낭만적인 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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