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면 왜 이렇게 불안해질까

by 한지

오늘은 봄을 닮은 한 예쁜 친구와 첫 상담을 했다.

정말 예뻤다. 얼굴도 반짝이고 말투도 조심스러웠고.

하지만 눈을 잘 마주치지 못했고, 마음 안에 어떤 무게가 있는 것 같았다.

말을 꺼내는 데에도 시간이 조금 걸렸다.

뭔가 힘든 게 있어 보이는데, 그게 뭔지를 정확하게 말하는 게 쉽지 않아 보였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말문이 열렸다.

그리고 조심스레 얘기가 흘러가다 멈춘 지점은 ‘남자친구와의 관계’였다.

예전엔 자기가 조금만 속상한 티를 내도 남자친구들이 안절부절 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남자친구는 다르다고 했다.

조용하고 담담해서 오히려 불안하다고.

‘내가 덜 소중한 건가?’ ‘이 관계가 끝날 수도 있는 걸까?’

그런 마음들이 조용히 마음속을 흔들고 있었다.


요즘은 애착유형 검사를 미리 하고 오는 사람들이 참 많다.

이 친구도 그랬다. 공포-회피형이라고 했다.

나는 그 관심이 이해되기도 하고, 조금은 안쓰럽기도 하다.

스스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분명 좋은 거지만

애착이라는 틀에 너무 갇히면 오히려 스스로를 또 타인을

구제불능이라며 더 놓아버리게 되거든.

결국 관계에서 중요한 건, 단순하다.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을 잘 알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남자친구를 내가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라고 말하던 그 표정이었다.


우리는 감정카드를 함께 펼쳐봤다.

수줍음, 외로움, 불안함, 미움, 긴장…

모두 부정적인 감정들이었지만

하나하나 들여다보니 그 바닥에는 ‘좋아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너무 좋아하니까 생얼을 보여주기 망설여지고,

너무 좋아하니까 괜히 실수했을까봐 불안하고,

너무 좋아하니까 나 없이도 잘 사는 것 같아 섭섭하고 미운 거다.


그걸 하나하나 이야기하다가, 내가 물었다.

“남자친구가 언제 가장 반가워요?”

그 친구는 갑자기 환하게 웃더니 말했다.

“그냥… 만나면 기뻐요.”


그 웃음이 오늘 하루의 가장 따뜻한 장면이었다.

진심은 사실 그거였다.

좋아하는 거다. 마음이, 참 많이.


근데 사랑이란 게, 그렇게 간단하진 않다.

좋아하는 만큼 불안해지고,

가까워질수록 겁이 나고,

내 감정을 들키는 게 어쩐지 부끄럽고.

그래서 우리는 종종 사랑이 어렵다고 느낀다.


나는 이 친구에게 세 가지를 제안했다.

첫째, 내가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잘 알아차리는 것.

둘째, 그 감정이 왜 생겼는지를 함께 들여다보는 것.

그리고 셋째, 그 감정의 깊은 밑바닥엔 ‘좋아함’이라는 따뜻한 마음이 있다는 걸 잊지 않는 것.


감정이라는 건 자꾸 들여다보고, 자꾸 말해보다 보면

조금씩 나를 이해하고, 관계를 조금 더 편안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언젠가는 이 친구가

“나 지금 좀 불안하지만, 그래도 당신이 참 좋아요.”

라고 조용히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상담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

그 친구가 지었던 웃음이 자꾸 생각났다.

사랑은 어렵지만,

그 웃음 안에는 분명 사랑이 있었다.

그걸 꺼내놓은 순간, 우리는 조금 더 가까워졌고

앞으로 매주, 그 마음의 실마리를 함께 풀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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